부예빈 양, 직접 구운 브라우니 판매 수익 26만5000원 전액 기부나서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 등 450명을 태우고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좌초되며, 온 국민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채 고통의 나날을 보낸지 벌써 7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모두가 1분 1초, 피 마르는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누군가는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실종자 가족과 사망자 유족들의 가슴에 내려 앉은 돌덩이에 더 큰 돌덩이를 쌓아올렸고, 모 정치인의 아들은 정부에 분노하는 국민 정서가 미개하다고 질타하며 무능한 손가락을 놀렸다.

정확한 사실만을 전달해야한다는 사명을 가진 언론은 오보의 연속으로 불신의 대상이 되었고, 국민들은 초기 대응책 마련에 혼선을 빚으며 결국 대형 참사를 불러온 정부에 분노하고 등을 돌리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희망은 존재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아픔을 남 일이 아닌 내 일처럼 여기고 돕겠다고 자처하는 사람이 하나 둘씩 늘어갔고,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체육관으로 구호물품을 보내는 손도 많아졌다.

그 중 작은 손을 보태며, 희망을 구워내고 있는 부예빈(16)양이 있다.

▲ NLCS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부예빈(16) 양.

NLCS 국제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부 양은 처음 TV를 통해 세월호 사고를 접한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많은 단원고 학생들은 부 양의 또래라 그 아픔이 더했다. 조금만 도움을 받는다면 스스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구조기금 모금이라는 장한 생각을 해냈다.

■ 처음 성금 모금에 나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4월11일부터 국제학교의 방학 기간이라 뉴스를 자주봤어요. 처음 세월호 사건을 뉴스에서 봤을 땐 학생들이 초기 구조됐다고, 인명피해가 없다고 봤는데 인명피해가 많았어요.
아는 사람 중에는 수학여행 기간에 만남을 약속한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서 많이 안타까웠어요.

특히 뉴스에서 상황실을 보여주는데 (단원고 학생들의)부모님들이 모여계시는 화면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속상한 마음에 저도 보탬이 되고자 모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구호 물품이 아닌 성금을 모으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어떤 방법으로 성금 모금을 했나요?

처음에는 진도체육관에 모여 계신 분들에게 구호물품을 보낼까 생각했지만 구호물품이 넉넉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금을 보내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처음엔 친척분들에게 도움을 얻었습니다. 빵을 주기적으로 만들어 드린 경험이 있었고, 맛있다고 평가해주셨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이에 소보루빵과 단팥빵을 팔아 10만원의 이익을 냈어요. 기부를 하고 나니 친척분들이 아니어도 팔아서 이익을 낸 후 기부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됐고요. 그렇게 브라우니를 구워 판매하게 됐습니다.

▲ 예빈 양이 직접 구운 빵
▲ 예빈 양이 직접 만들어 판매에 나선 브라우니

■ 브라우니를 만들어 수익을 냈군요. 빵을 만드는 것을 배워 본 경험이 있나요?

배운 적은 없어요. 레시피를 보고 꾸준히 만들어봤어요. 원래는 친구들과 나눠먹기 위한 목적으로 많이 만들었어요.

파는 것만큼 예쁘지는 않지도 않고, 포장도 호일에 한 것이 전부였지만 좋은 일에 쓰이는 만큼 많은 분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재료비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 재료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재료와 도구를 구입하는데 총 7만원이 들었어요. 재료값이 들지만 제가 재료를 사는데 들인 돈을 기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판매는 어떻게 이뤄졌나요?

19일과 20일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거쳐 교회에서 판매했어요.

브라우니 가격은 5000원에 책정됐고, 시판 가격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기는 했지만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선뜻 구매해주셨어요.

또 교회에서 판매를 한다는 자체를 교회 입장에서는 안좋게 생각하셨을텐데도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무사히 판매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브라우니 판매 당시 홍보용으로 쓰였던 안내문

판매 총 수익은 얼마였나요?

총 수익은 26만5000원이었고, 재료비 7만원을 제외하지 않고 전액을 기부했어요.

대기업과 유명인사 등이 전달하는 기금에 100분의 1도 안 되지만 보람을 느꼈어요.
침몰 사건으로 고통 받고 계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기부는 어떠한 방법으로 이뤄졌나요?

재해구호협회에 문의를 통해 기부했습니다.

예전에 기부금 비리 사건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접한 적이 있어 기부를 하면서도 걱정이 많았어요.

이 때문에 개인적으로 모금활동을 하는 곳에 기부를 하지 않고, 이것 저것 알아본 후 결정하게 되었고, 연평도 사건, 태풍 피해 등 이전에 모금된 구조기금이 얼마나 투명하게 쓰였는지 그 내역이 얼마나 상세히 나와있는지 살펴보고 기부했습니다.

이번 침몰 사건으로 인해 모금된 금액이 절대 불투명한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구조자 및 실종자 가족분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 기부 후 재해구호협회에서 받은 기부금 영수증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좋은 일을 해줘서 고맙다고, 더 뜻깊은 일을 해달라고 응원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아직은 모든 것이 얼떨떨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하는 기금 모금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나서서 기부를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 향후 또 다른 계획이 있나요?

만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학교에서도 판매에 나설 예정입니다.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같이 해줬으면 좋겠고, 학교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감히 그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할 수가 없어요. 지금이야말로 정부랑 국민이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이해하고 보완해 나가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저는 그들이 최고의 상담을 받았을 수 있으면 좋겠고, 최고의 복지혜택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에서 해결했으면 좋겠고, 힘내시라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구조된 분들에게는 그들(구조된분들)의 잘못이 아님을 알아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한 SNS나 인터넷사이트에 보면 부정적인 악성댓글이 많아요. 피해자분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지워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러한 부정적인 글을 올리는 일부의 사람 때문에 전체가 비난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 양은 지난 16일 허리까지 오던 긴 머리를 잘랐다. 소아암 협회에 기부하기 위함이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빠진 소아암환아들을 위한 가발을 만들기 위해 모발 기증을 받고 있다.

한창 꾸미고 싶고, 예뻐보이고 싶을 나이지만 25cm 이상 염색과 펌을 하지 않은 상태로 길러야 한다는 기부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꾹 참아내고 32cm의 머리카락을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컵케익을 팔아 기부활동에 참여한 경험, 동아리 활동 중 기부를 전문적으로 하는 동아리가 있어 조그만한 것을 팔아 기부하는 정도의 기부활동을 꾸준히 해왔으며, 굿네이버스에 1만원을 정기후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었다.

부 양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쉽게 이러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이들을 위해 무엇도 해줄 수 없는 무능한 어른임을 많은 사람들이 통감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작지만 큰 용기로 큰 일을 해내고 있는 아이들 보며, 현실은 어둡지만 미래가 밝다는 부끄러운 희망을 가져본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