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인들의 방문 편의성·효율성 살리려면 서울에 있어야”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한다며 발표한 수도권 소재 176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조규형)이 제주도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 ‘이전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논란이 2014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 2012년까지 8개 기관 이전을 명시한 ‘제주 혁신도시’ 사업 = 노무현 정부에 의해 입안된 ‘제주 혁신도시’ 사업은 제주도를 교육, 문화, 주거 등 정주환경과 국제교류, 관광, 연수폴리스 사업에 특화된 복합도시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1백15만 1천평방미터 규모의 부지에 국립기상연구소, 한국국제교류재단, 재외동포재단 등 8개 기관이 이전할 것을 명시했다.

당초 2012년까지 모든 청사 이전을 완료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차질이 생겨 2012년 12월 이전을 완료한 국토교통인재개발원과 2014년 3월 신청사 준공식을 가진 국립기상연구소를 제외하고는 2015년까지 이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지조성은 2013년 7월 모두 마무리됐다.

6·4 지방선거에 제주도지사로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2005년 국제자유도시를 선도하는 국제교류, 교육연수도시를 목표로 출발한 제주도 혁신도시 사업이 9년차가 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몇몇 기관은 이전 계획조차 핑계를 대며 늦추고 있다”고 제주 혁신도시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비판했다.

그는 또 국제교류재단과 재외동포재단 등의 이전이 예산관련부서와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련 공무원들의 책임미루기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 “대통령 직속의 지역발전위원회, 국토부 소속의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 기획재정부 예산부서 등이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 재단 이전 시 접근성 저하 우려 목소리 = 그러나 재외동포재단은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위한 기관인 만큼, 재단 이전 문제로 가장 큰 불편을 겪게 되는 대상은 모국 방문 시 이곳을 찾는 재외한인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주한인언론인연합회 정금연 회장은 이에 대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되는 실효성 없는 무책임한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40-50명에 불과한 재단 직원들의 사무실이 제주도로 옮겨진다고 해서, 그것이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재단 이전으로)제주도를 방문해야 하는 재외한인들이 비싼 숙소에서 밤을 보내고 관광사업 발전에 돈을 쓰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올 가을 개최할 뉴욕한인청과협회 주최 추석대잔치 행사 협조를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재단이 제주도로 옮겨가게 되면 바쁜 일정을 또 쪼개 제주도에서 하루를 더 보내야 한다”며 “항공료도 문제이지만, 서울의 기타 기관과 단체들과도 만나 유기적으로 협조를 구해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효율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외동포재단이 제주도로 이전하면 비행기편이 불편한 세계 각 지역에 사는 재외 한인들은 불편함이 더욱 커질 것이다.

작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언론인대회에 참석했던 남미 지역에 거주하는 회원은 “한국 직항 비행편이 없어 서울까지 오는데 48시간이 걸렸다”며 “재외동포재단이 제주도로 이전한다면 이틀 반을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정금연 회장은 “미주한인언론인연합회 뿐 아니라 세계한인언론인연합회에서도 한인들에게 불편함만 가중시키는 재단 이전 문제를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여 범동포 차원에서 이전 반대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한인들, “이전 반대…한민족 공동체 위해 재검토하라” = 제29대 뉴욕한인회장을 지낸 이경로 전 회장은 “편리한 행정을 구현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재단의 제주도 이전을 통해 재외한인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글로벌 한민족 네트워크 확충을 통해 ‘한민족 공동체’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 방침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LA한인회 배무환 회장은 재단 이전에 대해 “재외동포재단은 한국을 방문하는 한인들에게 행정과 문화, 산업, 교통의 발전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서울에 위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LA한인사회를 대표할만한 모든 인사들은 재단의 제주도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저지대한체육회의 헨리 이 회장은 “재외동포재단의 제주도 이전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보스턴에 거주하는 장명술씨도 “이전게획은 탁상행정의 대표 사례”라며 “결국 한인들이 재단을 방문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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