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교수네트워크, 시국선언서

3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 넘었지만 아직도 희생자를 모두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안일한 대처 때문에 숨져간 어린 학생들에게 동시대의 교육을 담당한 우리들은 엎드려 사죄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처하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처사에 통탄하며, 그 동안 불의와 거짓에 적극적으로 맞서 진실과 정의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데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이며 교육자로서 통절하게 반성하고 참회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 땅에 다시는 그런 야만적인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행정조직을 일부 개편하고, 관련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만 한다. 그 동안 경제지상주의 앞에선 생명도 인권도 없었다. 경쟁지상주의 속에 남을 배려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으로 되고 말았다. 진실, 정의, 양심, 도덕 운운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잠꼬대로만 여겼다. 생명이나 복지보다는 돈이 최우선이다 보니 경제대국이라 자처하면서도 안전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삼류국가가 되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언론을 통제하면서 우리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알리는 것을 막고 있다. 경제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장벽을 해제시키는 규제완화정책을 강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비탄에 빠진 순간에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될 것만을 걱정하고 있다. 이제는 경제성장 중독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돈보다 생명을, 효율보다는 인권을, 이익보다는 정의를, 성장보다는 복지를 우선하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

침몰한 세월호를 보면서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교육을 정상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교육계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구성원의 공감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사회와 교육의 미래를 위해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경제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생명과 인권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힘쓰자.

1. 국회와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며, 위로부터 책임지는 공직윤리의 확립과 재발방지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1. 정부는 그 동안의 언론통제에 대해 사과하고, 의사표현의 자유와 공정한 언론보도를 보장해야 한다.

1. 정부는 교육에서 경제와 효율의 논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경쟁 위주 교육정책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아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

1. 이 땅의 교육자들은 자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사회적 불의와 거짓에 맞서 배운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2014년 5월 23일

제주지역 대학교수 61명 일동


강경수, 강동일, 강봉수, 강사윤, 강영준, 강희경, 고석태, 고성빈, 고영철, 고창훈
김경호, 김광식, 김대영, 김동윤, 김명숙, 김민호, 김성준, 김영표, 김옥수, 김은주
김정희, 김진영, 김헌범, 류현종, 문일주, 박규용, 박형근, 배윤혁, 변종민, 서영표
송재호, 신용인, 심규호, 양길현, 양만기, 양정화, 오상학, 오수용, 유철인, 윤용택
이경성, 이경원, 이규배, 이상이, 이영재, 이은주, 이인회, 이창인, 임경빈, 정광중
정구철, 정덕상, 정 민, 정진현, 조성식, 조성윤, 조현천, 최영진, 최 현, 팽동국
허남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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