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가수 김추자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컴백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14.05.27. photocdj@newsis.com 2014-05-27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늦기전에 늦기전에 빨리 돌아와 주오. 내 마음 모두 그대 생각 넘칠 때. 내 마음 모두 그대에게 드리리. 그대가 늦어지면 내 마음도 다시는 찾을 수 없어요. 늦기전에 늦기전에."(김추자 '늦기전에' 중)

1970년대 허스키하면서 구성진 목소리와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당대를 풍미한 가수 김추자(63)가 그녀의 데뷔곡 제목처럼 더 '늦기 전에' 33년 만에 돌아왔다.

2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정규 6집 '잇츠 낫 투 레이트(It's Not Too Late) … 몰라주고 말았어'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결같이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자 더 늦기 전에 무대에 다시 돌아온 김추자입니다"라고 인사했다.

"30년 이상을 평범한 아내, 엄마로 살다가 다시 무대에 선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설레는 마음도 들고 흥분이 되기도 해요. 그간 살림살이하고 애 키우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이날을 위해 많이 노력했다면 노력했다고 할 수 있죠."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한 걸음으로 회견장으로 입장한 그녀는 초반 약간 떨리는 듯했다. 그러나 회견이 진행될수록 꼿꼿한 모습은 여전했고 목소리도 아직까지 쩌렁쩌렁하면서 허스키했다.

1969년 '늦기 전에'로 데뷔한 김추자는 1970년대를 풍미했다. 당시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육감적인 목소리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 록의 대부'로 통하는 신중현(76) 사단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늦기 전에' '커피 한 잔'을 비롯해 베트남전이라는 시대 상황과 맞물린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 TBC 드라마의 동명 주제곡 '님은 먼 곳에' 등을 히트시키며 입지를 다졌다.

1980년 정규 5집을 발표하고 이듬해 결혼했다. 이후 활동이 뜸했다. 2000년 뉴저지,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등 미국 등지에서 공연했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않았다.

33년 만에 발매되는 이번 새 앨범은 김추자가 생에 처음으로 발매하는 CD 앨범이다. 주로 과거의 미발표곡 등 9곡이 실렸다.

'몰라주고 말았어' '내 곁에 있듯이' '고독한 마음' '태양의 빛' '가버린 사람아' 등 신중현의 곡이 5곡이나 된다. 이와 함께 김추자의 히트곡 '무인도'를 만든 이봉조(1931~1987)가 세상을 뜨기 전 그에게 받은 곡 '하늘을 바라보소'와 '그리고', 트로트 작곡가 김희갑(78)의 '그대는 나를', 자이(jai)라는 이름으로 홍대 주변에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 중으로 가수 이은미(48) 6집에 참여한 정혜정의 '춘천의 하늘' 등이 담겼다.

이번 앨범은 애초 지난달 발매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로 미뤄졌다. 특히, '태양의 빛'의 노랫말은 세월호 피해자를 위로하는데 맞다고 판단, 다시 편곡해서 녹음했다. 이날 김추자의 왼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앨범에는 이밖에 펑크 솔, 솔 발라드 등 김추자의 기존 색깔뿐 아니라 트로트 등의 다양한 장르가 들어있다. '사랑과평화'의 멤버이자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베이시스트 송홍섭(60)을 비롯해 기타리스트 한상원(54), '위대한 탄생'과 '긱스'의 멤버로 활약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정원영(54) 등 내로라하는 세션들이 힘을 실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가수 김추자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컴백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14.05.27. photocdj@newsis.com 2014-05-27

자신을 발굴한 장본인으로 이번 앨범 5곡의 작곡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신중현에 대해서는 "제게 맞춰서 어떤 곡을 주셔야 하는지 아신다"면서 "베스트 콤비"라고 말했다.

이날 록을 방불케 하는 '가버린 사람아', 사이키델릭한 '몰라주고 말았어', 허스키한 저음이 매력적인 '고독한 마음', 네오 트로트 '하늘을 바라보소' 등 4곡을 음원으로 들려줬는데 예전 못지 않은 허스키함이 인상적이다. 더 능수능란해지고 보컬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가수로서 좋은 노래로 팬들 앞에 나서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죠.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콘서트 준비를 하고 있어요. 무대 위에서 팬 여러분과 즐거운 마음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김추자는 과거에 화려한 춤으로 팬들의 환심을 샀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임진모(55)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녀를 두고 "한국에서 엉덩이를 가장 먼저 흔든 가수"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에도 엉덩이를 흔들 거냐고 묻자 "당연히 흔들어야죠"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간 항상 음악과 함께 살았다고 했다. "부엌에도 라디오, 응접실에도 라디오, 헤드보드에도 라디오가 있어요. 다채널이 달라요. 그래서 많은 노래를 듣죠. 요즘 추세가 이렇구나, 이 가수는 잘하네라는 생각을 했죠. 걸그룹을 했던 가수가 애 키우고 있고 그런 변천사를 다 알아요. 밤새도록 라디오를 듣고 밤낮이 바뀌어서 낮에 잠이 안 올 때도 라디오를 듣고는 했죠. 음악을 듣기 위해 무질서한 생활을 10~20년 했어요. 교수님(남편)과 아이는 엄마가 음악에 미친가보다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호호호."

밤이고 낮이고 춤을 추기도 했다. "(라디오에서) 좋은 곡이 나오면 집에 참 거울이 많은데 거울을 보고 춤을 추는 거예요. 이렇게 한 발자국요. 또 다른 리듬이 나오면 이렇게 부르면서 애절한 눈빛을 보내고…, 그런데 신발이 갖춰져야 노래가 나와요. 신발 하나가 이상하면 나오지 않더라고요. 포즈도 잘해서 (무대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이 변화한 것도 몸소 체험했다. "예전에는 '님이 오실 때까지' '님이 아니면 못 살아' 그렇게 노래했는데 지금은 '니가 나를 어떻게 하려면 하고' '니가 없으면 나 죽을 수도 있어' 단호하게 노래하니까, 사랑의 농도가 짙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업송 같은 인스턴트식의 가사도 많고요."

눈에 띄는 후배를 묻자 "코도 비슷하고 머리도 비슷하고 남자들도 화장해서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면서 "다들 너무 열심히 하더라. 쟤가 좋으면, 쟤도 좋고 그렇다"고 웃었다.

딸의 응원이 복귀하는데 큰 힘이 됐다. "다른 사람들은 악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엄마는 악기를 (목에) 달고 다니니 얼마나 편하냐고 그러더라고요. 유튜브에서 친구들과 함께 제 노래를 들으면서 대신 대접을 받고 다녔대요. 엄마는 역시 노래를 잘한다고 그랬어요. 팬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제 할 일이라고 했죠. 지금 컴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뉘우치게(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했죠. 늙기 전에 1년이라도 빨리 나오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나오게 됐습니다"

최근 음반을 녹음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다. "예전에 했던 것이죠. 말씀드린 대로 음악을 항상 떨어뜨리지 않고 두고 살아서 다시 부르는 게 어색하지 않았어요."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가수 김추자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컴백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14.05.27. photocdj@newsis.com 2014-05-27

'하늘을 바라보소' 같은 트로트 장르는 예전에 들려주지 않았던 종류이지만, 잘 부를 수 있다고 했다. "'늦기 전에'는 사이키델릭에 창이 들어간 노래인데 신중현 선생님이 한국식의 록을 도입한 거죠. 창을 했기 때문에 '뽕'을 부를 수 있어요. 록이나 솔은 소리를 내지르지만, 뽕은 휘감기와 꺾기가 필요하죠. 잘 꺾어지더라고요. 호호호."

트로트 음반을 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뽕을 잘 못 부를 거라고 생각들 하시지만, 숨은 재주가 있어요. 판 한번 내고 싶어요. 죽기 전에 다 들려드려야죠."

가요계를 떠났던 이유도 털어놓았다. "여러 소문으로 연예계 생활을 하기 싫었어요. 춘천의 작은 곳에서 살다 넓은 곳으로 옮겨가 인기를 얻었는데, '간첩' 'CIA설' 등의 이야기가 나돌았죠. 정말 노래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군사정권 때 활동한 김추자는 '거짓말이야'를 부를 때 함께 춘 손 안무 동작이 북한에 보내는 수신호라는 루머로 '간첩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후 결혼 생활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 복귀하기로 마음을 먹은 건 "더 늦기 전에, 목소리가 더 망가지기 전에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다른 뜻은 없었습니다"고 눈을 빛냈다.

따라서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노래를 잘 불렀으면 결과가 좋을 것이고 잘 못 불렀으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잘 불렀다"고 웃었다.

김추자는 '늦 기전에'와 '월남에서 돌아온 김 상사'는 1971년 동명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사회적인 반향을 이끌어냈다. '님은 먼 곳에'는 2008년 영화배우 수애 주연이 동명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이 김추자의 삶을 영화로 옮기려고 작업 중이다. 그는 영화배우 장진영(1972~2009)과 그녀가 사망하기 전 함께 영화를 준비하기도 했다. "블록버스터다 뭐다 하다 보니 제작비가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돈 많이 들어서 할 게 뭐 있냐고 했죠. 이 감독의 개인적인 라인업에는 계속 들어있대요. ('님은 먼 곳에'의) 이준익 감독 역시 애를 썼죠."

많은 사람이 '원조 디바'가 돌아왔다고 떠들썩하다. 하지만 김추자는 정작 '디바'라는 수식이 싫다고 했다. "저는 디바라는 소리가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외국 가수하고는 억양이 맞죠. 드레스 입고, 메이크업하고 여기(가슴), 저기(엉덩이) 볼록하게 튀어나오고. 저는 그냥 '김추자'라고 했으면 좋겠어요. '김추자씨'라고 했으면 해요. '국보적인 존재' '전설' 이런 소리 다 뺐으면 좋겠어요. 전설도 너무 많으면 재미없죠. 한국의 김추자다, 그렇게 불렀으면 해요."

김추자의 최대 히트곡은 '거짓말이야'다. 이날은 하지만, 가식 없는 진솔한 화법이 인상적이었다.

김추자의 6집은 다음 주께 출시된다. 이후 그녀는 6월 28,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 D에서 '김추자 콘서트, 늦기 전에'를 펼친다. 콘서트 타이틀은 데뷔곡에서 따왔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더 늦기 전에 팬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7월6일 고향인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팬들에게 인사한 뒤 전국투어를 돌 예정이다.

매니지먼트사 이에스피 엔터테인먼트 박의식 대표는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 신경 써 작업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컴백이 늦어졌다"면서 "활동하기에 체력도 문제없다. 공연 위주로 활동할 계획이다. 오랜만에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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