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조 “연금 삭감은 개혁 아닌 개악”

▲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6월 30일 대전 동구청 12층 강당에서 제5차 임시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펼쳤다. ⓒ공노총 홈페이지

공무원연금 개혁안, 무엇이 문제?

최근 '정부 검토안'으로 알려진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공직자들 사이에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매년 2조 원이 넘는 세금으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워주는 현행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논란이 된 연금개혁안은 현재 공무원연금의 소득대체율 증가폭 1.9%를 2020년까지 1.52%로 낮춰 실질 수령액을 20%까지 떨어뜨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소득대체율이란 공무원의 재직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로, 이는 재직기간이 한 해씩 늘어날수록 1.9배 증가하는 방식으로 현재가치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연금 최장납부기간인 33년 동안 근무한 공무원의 수령액은 재직기간 평균소득과 소득대체율 62.7%(1.9%×33년)를 곱한 금액이 된다.

그러나 소득대체율 증가폭이 2020년 이후 1.9%에서 1.52%로 떨어지면 이들이 받게 될 금액은 평균소득과 소득대체율 50.2%(1.52%×33년)를 곱한 금액으로 줄어든다.

결국 퇴직 후 매월 받게 될 실질적인 연금수령액은 20%까지 감소한다.

정부에선 공무원들의 반발을 감안한 듯 연금 수령액을 점진적으로 낮추는 대신 정년을 1∼3년 연장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노조 입장은? “연금 삭감은 개혁 아닌 개악”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연금 개악(改惡)을 막아내자"며 강력 투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16일 전국 버스투어 출정식을 갖고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대 투쟁을 시작, 9월까지 자체적으로 100억 원의 투쟁기금을 마련해 지속적인 홍보전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달 16일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를 위한 전국버스투어 출정식을 개최했다. ⓒ공노총 홈페이지

 ◆ “정부가 오히려 연금기금 부당 사용”

지난 6월 27일 제주도를 찾은 오성택 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장은 '공무원연금 바로알기' 강연을 열고 “정부는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 위원장은 “공무원연금도 일종의 보험인데 국가가 재정적자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계속 변동되는 것은 제도의 문제”라며 오히려 정부가 연금기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반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는 IMF 구조조정 당시 4조 7169억 원, 2005년 철도청 공사화 때 2277억 원 등 약 6조 원에 달하는 공무원연금 기금을 부당하게 사용하거나 정부부담금을 미납했다.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인한 수급자 양상 또한 연금 재정악화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현재 정부가 세금으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고 있는 것은 공무원 연금법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재정운용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인한 중앙정부 부채를 메우기 위해 2조원을 국민세금을 지출한 바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는 10년 뒤 12조 원, 2070년엔 7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 “공무원 연금, 신분 제약 등에 따른 보상금도 포함”

공무원연금이 ‘덜 내고 더 받는 제도’라는 논란에 대해 노조 측은 과도한 신분 제약에 따른 보상금이 연금에 포함됐다고 반론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노동 3권 제약, 영리활동 및 겸직 제한, 정치활동 불가, 품위유지 의무 등 신분상 제약을 받는다.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되거나 공직 박탈 시 연금이 1/2까지 감액된다.

또한 이들은 공무원은 퇴직금이 일반 기업의 40% 수준인 점, 기초연금과 재해보험이 없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국민연금과 같은 수준의 연금 수령액을 받으려면 기존의 제약과 불이익을 없애야 형평성에 맞는다는 것이다.

▲ 지난달 27일 오성택 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장은 제주지역 공무원 10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고 투쟁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제주특별자치도

◆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제도”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많이 내고 많이 받는 제도다. 보험료율이 기준소득월액의 14%(공무원 본인 7%, 정부 7%)로 국민연금 9%(본인 4.5%, 정부 4.5%)보다 많이 내고 정부로부터도 많이 받는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들은 월평균 수령액은 84만4000원이다. 반면 공무원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219만원으로 2.6배 많이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내는 돈과 받는 돈이 똑같이 3배 차이가 난다는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이충재 위원장은 지난 5월16일 “공무원연금 납부액은 월 평균 25만 원 정도인데 비해 국민연금은 월 평균 약 8만 원 정도로, 공무원들이 국민연금 납부자보다 3배가량 많이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고위직 공무원과 하위직 공무원의 연봉·연금 차이를 간과한 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법 개정 4년 만 논란 재점화, 하반기 정국 달구나

2010년 이후 4년 만에 연금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지난 3차례에 걸친 개혁이 ‘만성적자’라는 환부를 근본적으로 도려내지 못한 채 미온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전행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공무원연금 개선을 추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개선방안이나 일정에 대해서 논의된 바 없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조 측은 오는 7월30일 재보궐선거 이후 개혁안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 정부가 이해당사자인 공무원과 노조의 의견을 배제하고 연금 삭감을 강행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5일 ‘공무원연금 전문위원회 운영규정’이 개정되면서 노조 및 이해당사자가 위원회에서 누락됐다.

노조는 당사자가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과 정부의 연금부담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 만약 수용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금 적자구조 탈피를 꾀하려는 정부와 수령액 삭감 반대를 외치는 노조 사이의 팽팽한 기싸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뉴스제주=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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