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보단 시장직 유지로 '강행' 가닥잡은 이지훈 제주시장
"죄송하다"로 끝낼 사안 아닐터, '불신' 어떻게 해결하려나

이지훈 제주시장은 18일 대다수 여론의 예상대로 '사퇴'가 아닌 '사죄'로 민심을 돌려 세우려는 움직임으로 나섰다.

이 시장은 이날 오전 11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그간 제기된 많은 의혹과 문제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며 "시시비비를 떠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끝끝내 "불법인 줄 몰랐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고민에 빠졌다.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잘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원 지사는 묵묵부답이다. 그럴 수 밖에. 개방형 공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정설'에 휩싸인 인물을 자신의 손으로 선택했으니, 원 지사 자신이 내치는 결단은 내릴 수 없다. 이제 갓 출범한 민선6기 도정에 커다란 흠집으로 남게 된다.

그러기에 이 시장의 이날 긴급 기자회견 내용은 이미 사전에 원 도지사와 조율을 거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 지사나 이 시장 모두 전혀 '사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음을 나타낸 대목이다.

▲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이지훈 제주시장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

그렇다고 "몰랐다"고 일관되게 변명하면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가.

이지훈 시장은 제주참여환경연대의 공동대표를 역임한 바 있으며, 제주도내 모 인터넷신문사 창간멤버이기도 하다. 오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이어왔던 그가 건축도면 설계대로 짓지 않고, 공공용수를 끌어다 쓰며, 상수도관이 있지도 않은 땅을 서슴없이 매입한 뒤에 신고없이 펜션을 영업한 일련의 사태를 두고 "관련 법을 잘 모르고 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체 이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될까. 아무리 법에 문외한이라 한들 수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정말 불법인 줄 몰랐을까에 대한 의혹은 물론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누가 봐도 그렇게 비춰지지 않는다.

이 시장의 경력을 보면 결단코 "몰랐다"라는 말은 해명이 아니라 변명이라고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죄송하고,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지켜봐 달라"며 "시민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죄송하다"며 꼬리를 내리기 전엔 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하기까지 한 그였다.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자 여론을 달래기 위해 태도를 바꾼 것이다.

▲ 이지훈 제주시장이 지난 8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이 시장은 앞서 지난 15일에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제민일보를 상대로 "일전을 선언한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우리 2천여 제주시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라는 표현으로 전쟁선포에 대한 명분을 끌어왔다.

정말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전쟁을 선포했을까? 시장으로 선출되기 이전, 한 민간인 신분으로 저지른 잘못이었다. 시장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자신의 잘못을 '공직자 자존심'을 내세워 방패막이 하려는 것처럼 비춰진다.

단순 '의혹'보도였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제주시와 구좌읍 행정의 잘못된 절차가 명백히 드러나 버린 마당에 "편파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거나 "정치적인 의도"라고 비판한 이 시장의 모습은 '제 살 깎아먹기' 밖에 되지 않는다.

▲ 18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 밝힌 이지훈 제주시장.

그러다 이제와서야 잘못을 인정한 모습을 보였다.

비자림 문화재 지구에 건축허가를 내준 사례부터 보조금을 목적 외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명령 이행각서를 받기는커녕 환수조치도 안 된 일련의 사태는 공무원들의 '봐주기' 행태가 없었으면 불가능에 가까운 스토리다.

사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지 않을 수도 있었다. 행정시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쳤다면 최소 원희룡 지사는 시름에 잠겨있진 않았을터다.

허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수많은 논란들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이지훈 시장이 떠안고 가야한다. 이 시장이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함은 마땅하다. 시장직 유지 강행의 길엔 ‘불신’의 꼬리표가 늘 뒤따라 다닐 것임은 자명하다.

이 시장은 '사퇴' 카드를 외면하고 끝까지 '불신'을 안고 내달릴 것인가. 여기에 제주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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