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특혜 의혹, 주택 불법 증축, 보조금 목적 외 사용
일련의 사태 두고 "몰랐다..." 이대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까

▲ 이지훈 제주시장이 원희룡 제주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뉴스제주.

이지훈 제주시장에 대한 자격논란이 연일 쉼 없이 터지고 있다.

역대 최초로 임명된 시민사회단체 출신 제주시장. 원희룡 도지사는 이러한 상징성을 바탕으로 자신이 내세운 '협치'카드를 완성시키려 했다. 서귀포시장에도 여성 공직자를 최초로 앉혀 놓았으니 딱 좋은 그림이다.

그러나 원 도지사의 기대에 미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터지는 이 시장에 대한 각종 의혹과 편법, 특혜 논란이 제주도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원 지사는 묵묵부답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의 손으로 선택한 시장을 내치는 것은 이제 갓 출범한 민선6기 도정에 커다란 흠집으로 남게 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그냥 놔두는 것도 모양새가 살지 않는다. 원 지사는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앞으로 나설 순 없다. 이 시장이 잘못한 점이 분명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장직을 유지하기 위해선 명분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도내 모 일간지를 상대로 "편파보도"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이젠 굳이 모 일간지라 칭하지 않아도 도민들은 제민일보라는 사실을 다 알게 됐다. 제민일보는 이 시장과 원한관계에 있어서 저격수로 나선 걸까?

제주도내 모 인터넷신문사 창간멤버(전 이사)라는 이지훈 시장이 설마 언론의 특성과 성격을 몰라서 언론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 것일까? 두 가지 물음 모두 해답을 구하기 민망할 정도의 우문(愚問)이다.

제민일보가 지난 16일 보도한 7번째 기획기사를 보면, 이 시장이 결코 제민일보를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제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해 제주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시설원예작물 하우스 시설 보조금으로 4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사업 목적에 따라 고추나 토마토, 상추 등 채소를 재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약용작물인 하수오를 재배하다 지난해 7월 제주도감사위원회에 적발됐다.

불법건축물과 무허가 펜션에 이어 이 사안에 대해서도 이 시장은 "몰랐다"고 할까. 언론을 통해 드러난 이지훈 시장에 대한 논란거리를 종합해 봤다.

▲ 지난 8일에 취임한 제28대 이지훈 제주시장. ⓒ뉴스제주.

▲부동산 특혜 의혹에 외압설까지

제민일보에 따르면 이지훈 시장은 지난 2013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인근 1만4000여㎡에 단독주택과 일반음식점 2동을 신축했다. '특혜' 시비로 불거진 이유는 건축허가를 받기 위한 상수도이용계획을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건축허가가 이뤄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 시장은 이곳에 건물을 짓기 위해 우선 비자림 입구 3필지를 법원 경매로 취득했다. 두 차례나 유찰되며 가격은 1차 경매 최저낙찰가보다 2억 원 이상 낮아졌다. 이 지역 토지를 매입하더라도 물을 끌어 올 방법이 없어 건물 신축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두 차례나 유찰됐다.

이 지역에 급수관을 대기 위해선 평대리 상수도관으로부터 5㎞에 걸친 상수도 연결 공사를 해야 한다.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가야 함은 당연지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은 토지를 사들였다. 그리고선 보란 듯이 건물을 지었다. 건축허가는 제주시가 아닌 구좌읍사무소에서 담당했다.

이에 제민일보가 "조직적인 특혜가 있지 않고서야 평대리 상수도관으로부터 5㎞나 떨어진 이곳에 주택을 지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사실상 건축이 불가능한 토지에 건물을 짓게 됨에 따라 이후 시세차익을 남기게 된 전형적인 부동산 투기라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어떻게 5㎞나 떨어진 평대리 상수도관의 물을 끌어 왔을까. 해답은 비자림 공공용수였다. 5㎞에 걸친 상수도관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다. 비자림 상수도관에 계량기만 설치해 공공용수를 자신의 건물에서 사용했다.

막대한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공공용수를 민간 건물에 사용토록 허가해 줬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이중 특혜'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민간인 중 이 물을 사용하고 있는 건 이 시장이 유일하다.

제주시는 이에 대해 지난 11일 "건축 인·허가 시 상수도 공급계획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며 "비자림 공공용수도 누구든지 민원 신청하면 당연히 쓸 수 있도록 한다"고 해명했다. 만일 이 말대로라면 비자림 일대에 주택과 상업시설이 들어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비자림 지역은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이 관리하는 문화재 지구다. 건축신고 접수 당시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은 건축허가를 불허했다. 건축불허 사유는 명백했다. "지금까지 잘 지켜왔듯이 비자림 지구는 국민관광지로서 탐방객들에게 휴식 공간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일체의 구조물 시설을 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구좌읍에 통보했다.

그러다 돌연 입장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제민일보는 "이 시장 라인의 고위공직자를 동원한 외압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외압설엔 문화재청장까지 끼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시장은 "세계자연유산관리단을 방문해 부탁한 건 맞지만 외압을 행사하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 이지훈 시장이 비자림 인근에 건축한 주택을 무허가 펜션으로 운영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해 홍보했다. ⓒ이지훈 시장 블로그

▲불법건축물과 무허가 숙박업소, 불법증축... 그리고 그는 "불법인 줄 몰랐다"

뒤이어 이 시장의 비자림 인근 매입토지에서 신고 되지 않은 컨테이너 건축물이 발견됐다. 해당 불법건축물 내부엔 냉장고와 에어컨, 컴퓨터가 마련돼 있어 전기를 끌어 다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시장에 취임하기 얼마 전까지도 사용돼 왔다는 증언들이 제보됐다.

건축법에 따르면 연면적 200㎡ 미만의 토지에 3층 미만 건축물은 신고를 하게 돼 있다. 또한 개발행위허가도 득해야 한다. 이 시장은 이러한 절차들을 밟지 않은 채 컨테이너 건축물을 갖다놓고 사용해 왔다.

불법건축물임이 확실하게 드러난 만큼, 제주시는 해당 건축물에 대해 철거명령을 내려야 한다. 공무원들은 현 제주시장을 상대로 행정처분 명령을 시행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불법건축물에 이어 또 터졌다. 이 시장이 비자림 인근에 신축한 단독주택을 숙박업으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무허가다. 건축 신고 시 펜션 영업을 위해선 관련법에 따라 민박업(숙박업) 신고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독주택으로 지은 건물을 아무런 신고절차 없이 1년간 숙박시설로 영업해 왔다. 더군다나 준공 설계도면과는 다르게 지하층을 증축한 사실이 더해졌다.

게다가 버젓이 자신의 블로그에 '비자나무숲 힐링펜션'을 오픈했다며 알리기까지 했다. 해당 블로그엔 이 시장의 연락처와 계좌번호, 요금표 등을 적시했다. 건물 내․외부 사진도 게재했다. 구좌읍은 평대리 해당 지번엔 숙박업으로 신고 돼 있는 건축물이 없다고 확인해줬다. 명백한 불법 영업인 것이다.

아무리 법에 문외한이라 한들 수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이지훈 시장은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불법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정말 불법인 줄 몰랐을까에 대한 의혹은 물론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누가 봐도 그렇게 비춰지지 않는다. 오랜 시민사회단체 활동과 언론인 출신임을 감안할 때 이 시장의 "몰랐다"는 해명은 변명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지난 16일 제주도의회 제319회 임시회가 열린 자리에 참석해 "제주도감사위원회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도의원들의 계속된 질책에 이 시장은 "알든 몰랐든 제 부덕의 소치로 그랬던 것"이라며 "그게 불법인 줄 몰랐지만 그런 우려를 끼친 점에서 시민들에게 죄송하다. 앞으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

그래도 변명은 여전했다. 그는 "민박 문제인 경우, 블로그에 글을 올린 이후 딱 한 팀이 방문했었다. 그 이후엔 없었다"고 말하면서 논란을 최소화시키려는 듯한 핑계 섞인 발언도 곁들였다. 불법인 줄 몰라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다. 그래놓고선 언론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일전을 선포했다. 이미 앞뒤가 맞지 않은 형국이 돼버렸다.

▲ 이지훈 시장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제민일보와의 일전을 선포했다. ⓒ이지훈 시장 페이스북.

▲제민일보와의 전쟁선포, 이어 다시 터진 농업 보조금 목적 외 사용 '치명타'

이지훈 제주시장은 제민일보의 연이은 기획기사 보도에 화가 났는지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제민일보와 일전 선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우리 2천여 제주시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표현으로 전쟁선포에 대한 명분을 끌어왔다.

정말 공직자들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서 전쟁을 선포했을까? 시장으로 선출되기 이전, 한 민간인 신분으로 저지른 잘못이었다. 시장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된 자신의 잘못을 '공직자 자존심'을 내세워 방패막이 하려는 것처럼 비춰진다.

단순 '의혹'보도였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허나 제주시와 구좌읍 행정의 잘못된 절차가 명백히 드러나 버린 마당에 "편파적인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거나 "정치적인 의도"라고 비판한 이 시장의 모습은 '제 살 깎아먹기' 밖에 되지 않는다.

의혹 수준에서 점차 사실화 되던 이 시장의 그릇된 과거는 제민일보의 <농업보조금 목적 외 사용> 후속기사로 결정타를 맞게 된다.

이 시장은 지난해 시설채소 재배조건 보조금으로 제주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4000만 원을 수령했다. 도민의 혈세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5년간 고추나 상추, 토마토 등의 채소만 재배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장은 1650㎡의 면적 중 1200㎡ 부지에 약용작물인 하수오를 재배했다. 이 시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몰랐다"고 할까?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제주도농업기술원에 대한 감사를 벌여 보조금이 '목적 외 사용'된 점을 밝혀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시정되지 않으면 보조금도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제주도농업기술원은 이 시장으로부터 시정조치 명령에 따른 이행각서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올해 1월까지도 수확을 했으며, 4월에 휴경이 되면서 목적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회수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시장에게만 처분이 관대했다는 점이다. 감사위에 적발될 당시 이 시장 외에 다른 한 명(A)도 4000만 원을 지원받고 약용작물인 표고버섯을 재배하다 시정조치 명령을 받았다. 이에 도농업기술원은 A로부터 시정명령에 따른 이행각서를 받았다. 하지만 이 시장으로부턴 구두로만 전해 받고 문서로는 받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 지난 17일 제주도의회 제319회 임시회에서 허창옥 의원(무소속, 대정읍)이 지적하자 이상순 도농업기술원장은 "확실히 버섯은 임산물로 분류하고 있어서 잘못된 것이라 이행각서를 받은 것이고, 하수오는 넓게 보면 농작물이라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었다"는 이상한 답변을 늘어놨다.

이상순 원장의 말대로라면 "(잘못은 했지만)봐준 셈"이다. 왜 잘못을 덮어주려 했을까. 허창옥 의원이 "두둔하는 발언을 삼가하라"고 지적하자 이 원장은 "객관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객관적으로 넓게 봐서 하수오도 가능한 것이라면 도감사위원회가 틀렸다는 말로 돌아갈 수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 원장의 해명이 되레 이 시장에 대한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 현을생 서귀포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그리고 이지훈 제주시장. ⓒ뉴스제주.

▲그래서 인사청문회는 필요했다.

이제까지의 논란을 살펴보면 거의 모든 면에서 공무원들의 '봐주기'가 이어져 왔음을 알 수 있다. 비자림 문화재 지구에 건축허가를 내준 사례부터 보조금을 목적 외로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명령 이행각서를 받기는커녕 환수조치도 안 된 일련의 사태는 '봐주기'가 없었으면 불가능에 가까운 스토리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으면 이 시장의 뒷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백그라운드 존재유무 '의혹'까지 제기될 법 하다.

원희룡 도지사는 겉으로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고심에 빠져 있지 않을 수 없다. 원 지사가 침묵할수록 이지훈 시장을 짓누르는 의혹의 무게는 어깨에 쌓여만 갈 것이다. 사실 이러지 않을 수 있었다. 행정시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거쳤다면 둘 다 깊은 시름에 빠져 있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허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수많은 논란들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이지훈 시장이 떠안고 가야한다. 이 시장이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가 응분의 책임을 져야함은 마땅하다. 시장직 유지 강행의 길엔 ‘불신’의 꼬리표가 늘 뒤따라 다닐 것임은 자명하다. 그가 결국 사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이제 제주의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뉴스제주-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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