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시행권자 제주시장, '이호랜드' 논란 어떻게 처리할까

공공의 시설로서 도민 모두가 사용해야 하는 해수욕장이 일반 민간기업에 넘어갔다. 더군다나 중국기업이다. 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해진 일인지 살펴보고 현재 제주도가 안고 있는 행정적인 문제점, 법의 사각지대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또한 중국기업이 왜 제주도 개발사업에 그렇게 목을 매달고 있는지도 조명해봤다. [편집자주]

▲ 김영일 이호동 연합청년회장.

이호동 주민들이 이호해변 백사장이 중국기업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3∼4월께다.

김영일(41) 이호동 연합청년회장은 "지난해 이호해변에 해수풀장을 짓기 위해 제주시와 공사를 추진하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겨져 마을주민 750여 명의 탄원서를 모아 주민자치위원회의 이름으로 제주도에 제출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난 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제주분마이호랜드 측에서 지난 5월 9일에 이호유원지 개발사업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이호동사무소에서 개최했다.

주민설명회엔 제주시와 사업자 측 관계자와 함께 마을회 자생단체 7∼8명의 주민만이 참석했다. 주민설명회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민망한 규모.

김영일 청년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조그만 상황판 하나 갖고와서 설명했는데, 백사장을 빼겠다거나 조망권 확보 문제 등에 대해 일절 설명이 없었다"며 "당시 사업자에게 이런 주민설명회는 인정 못하겠다고 말했었다"고 밝혔다.

이호동은 5개의 작은 부락(동, 서, 중, 현사, 오도(이호2동))으로 이뤄져 있다. 각 부락 마다 마을회장과 청년회 등 전체 11개 자생단체가 꾸려져 있다. 이들 모두는 "개발사업엔 찬성하지만 해변의 사유화는 안된다"고 한 목소로 입을 모았다.

특히 5개 부락 중 서마을 바로 앞(이호유원지 매립지)에 대형 관광호텔이 들어설 위치여서 조망권과 공사장 소음, 비산먼지 등에 대한 대책마련도 절실한 상황이다.

김 회장은 "테우축제가 진행 중이라 축제가 끝나는대로 분마 측에 정확하고 구체적인 사업설명회를 요구(8월 초)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주민대책위원회(가칭)을 구성해 기자회견 등에 나서며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호해변 사유화,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

관광지에 대한 개발사업시행권자는 제주도지사로 지정돼 있으며, 유원지는 각 행정시장이 권한을 갖고 있다. 단, 중문의 경우엔 한국관광공사에게 있다.

관광개발사업 시행승인 절차에 따라 개발사업시행 승인신청을 위한 관련 서류가 제주시에 제출되면, 시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검토하고 도시관리계획의 결정 등을 살피게 된다.

이후 관계기관과 전문가,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을 거쳐 사업계획 등에 관한 의견이 수렴되면 협의결과(주민의견)를 사업자에게 통보한다. 사업자는 협의결과에 따른 보완된 사업계획을 다시 제주도로 제출하고, 제주도는 사전재해영향성 검토 심의와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심의와 협의를 거친 결과가 사업자에게 통보되면, 다시 사업자는 제주도에 관련서류를 보완해 제출하고, 이후 경관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된다. 현재 이호유원지 사업이 이 단계에 와 있다. 이 단계를 넘더라도 4번의 심의와 도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착공할 수 있다.

▲ 이호테우해변.

최초 분마이호랜드가 제주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른 개발사업 부지는 2002년에 유원지로 지정고시된 16만4600㎡였다. 이후 3차례의 개발사업 변경 승인을 통해 27만6218㎡까지 불어났으며, 카지노 계획도 포함된다.

그러다 이호해변의 사유화 논란이 언론을 통해 드러나면서 비난여론에 휩싸이자, 분마이호랜드는 '카지노' 사업계획을 빼고 제주도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다시 제출된 사업계획서는 지난 18일 개최된 경관위원회 심의에서 또 다시 '재심의'를 받게 된다. 이호동 주민들의 요구사항인 이호해변 백사장을 사업부지에서 제외하도록 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제주시 측에선 "사업자로부터 시행승인 받을 때도 공유수면에 시설계획이 전혀 없었고, 승인권자가 제주시이기 때문에 설사 그것(백사장에 건축행위)을 허가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 관계자는 "현재 경관위원회에서 재심의를 통보했으니 거기에 대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사업자가 이를 반영하고 들어와야 논의가 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마이호랜드 측은 "사업부지에서 백사장을 빼는 것은 무리"라며 "그런 결정권은 내게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제주시가 사실상 결정권을 사업자 측에 떠넘겨 향후 사업자가 이를 수용할 지의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이지훈 제주시장은 지난 24일 이호동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개발사업에서)해수욕장이 제외되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시행권이 제주시장에게 있기 때문에 이 시장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이호동 주민들의 요구대로 백사장이 사업부지에서 제외될 수 있다. 물론 사업자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분마이호랜드 측이 순순히 요구사항을 들어줄 지는 의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