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로 통하는 중덕 삼거리,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기다린다”

▲ 강정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들이 강정마을 중덕 삼거리에 7채의 집을 지었다. ⓒ뉴스제주

카메라는 꺼지고 관객은 돌아갔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파도는 철썩이고 공사는 들썩였다. 집채만한 크레인이 한 번 드나들 때마다 해군기지는 한 뼘씩 완성됐다. 그 한 뼘들이 모여 해군기지 공정률은 이미 60%를 넘었다.

누군가가 철조망 안에서 뚝딱이며 군사기지를 지을 때 누군가는 철조망 밖에서 토닥이며 집을 지었다. 고성과 손가락질과 폭력이 소용돌이치던 중덕 삼거리. 이곳에 집을 지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질기고 뜨겁다.

‘제주 평화의 집짓기’가 시작된 건 지난 1월부터다.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들 사이에서 집이 너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활동가들은 일주일에 1~2차례 꾸준히 회의를 했다. 그러던 지난 5월 평화정착민을 위해 집을 짓기로 결정했다.

집짓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소식을 들은 전국 각지의 건축과 대학생, 기독교 단체, 미술 그룹 등 4개 단체 5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이 외에도 소식을 들은 지인들이 달려와 일손을 거들었다.

▲ 집짓기에 참여한 제주평화순례단원이 강정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뉴스제주

특히 제주평화순례단은 집짓기 모금을 위해 지난 6월28일 서울에서 '평화의 노래(Song of Peace) 콘서트'를 열었다. 이날 콘서트에는 자전거를 탄 풍경(강인봉), 이지상, 최용석 등을 포함해 2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당시 콘서트에 참석한 진실애(29) 새벽이슬 간사는 “평화를 소망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이미 평화가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물론 고난도 있었다. 공사에 필요한 컨테이너를 들이는 날이 때마침 태풍 너구리(NEOGURI)가 북상하던 날이었다. 주택협동조합 관계자 A씨는 ”이날 와이어를 땅에 고정시키다가 진흙탕에 거의 뒹굴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한 번은 컨테이너를 들이는 길목을 경찰이 막는 바람에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시작된 건 7월 7일. 내달 중순 완공을 목표로 지금도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7채 건물을 짓는데 이중 5채가 주거동, 1채가 사무동, 1채가 위생동이다. 주거동 건물 중 2채는 2층 건물로 지어졌다.

현재 강정마을에 남아있는 활동가는 50여명 남짓. 이렇게 지어진 7채의 컨테이너 건물은 지금까지 싸워온 이들과, 미래의 또 다른 평화정착민들을 위한 터전이 된다.

▲ 제주 강정 해군기지 공정률은 이미 60%를 넘었다. ⓒ뉴스제주

활동가들은 여전히 강정 해군기지에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입지 타당성이 없는 지역에 기지를 짓고 있으니 약한 태풍에도 케이슨(수중 구조물)이 떠내려가는 등 허점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A씨는 “앞으로도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길 것이며, 반대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군기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회의론에 대해 묻자 A씨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쟁기지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지금 우리는 기지 건설반대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지, 반기지 운동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모두가 연대해 땀 흘려 지은 고마운 공간, 이곳에서 우리는 여전히 평화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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