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핵심 프로젝트 중 2개 민자사업 때문에 골머리 앓는 JDC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기 위한 기업의 '정체성' 흔들리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 김한욱, 이하 JDC)가 연일 신화역사공원과 헬스케어타운 사업 때문에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신화역사공원의 논란 중 가장 큰 핵심은 '카지노'며, 헬스케어타운 사업에선 '헬스'는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분양형 숙박시설로 '도배'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고도완화 '특혜' 시비까지 곁들여지면서 JDC는 곤혹을 치르고 있다.

더 큰 논란은 외국 거대자본의 유입이 '무분별한' 투자유치인가에 대한 쟁점이다. JDC가 유치한 이 둘 사업에 외국 거대자본이 투입되면서 가열되고 있다. 그 가운데 뜨거운 감자는 단연 '카지노'다.

외국자본, 특히 중국자본의 제주도내 유입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28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전체 토지 1848㎢ 중 1106만㎡(약 335만평)를 외국인이 갖고 있다. 이 가운데 322만㎡(29.1%)가 중국인 소유다. 전 국토 중 중국인이 소유한 비중이 4.5%인 것을 감안하면 중국인들이 얼마만큼 제주도 땅에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다. 지난 2005년엔 457㎡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는 영주권투자유치제도가 한 몫 하기도 하지만, 제주도의 개발사업이 불을 지폈다.
제주헬스케어타운엔 총 1조5213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투자된다. 신화역사공원 사업엔 투자금액이 2조6042억 원이나 된다. 감히 국가에선 손도 대기 힘든 이 규모를 전부 중국 거대기업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이른바 '차이나머니', '왕서방'으로 통칭되는 중국인들의 '어마무시한' 파워다.

▲ 신화역사공원 조감도.

# 제주도 개발, 외자(카지노) 없이는 불가능한가

제주도와 JDC는 돈이 없어서 중국 자본을 들여오는 걸까.

JDC는 지난해까지 국제자유도시 선도 프로젝트의 추진과 면세점 운영으로 5371억 원의 수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개최된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변화 대응 세미나에서 정욱수 기획조정실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JDC는 6대 핵심 프로젝트 계획 대비 투자실적이 14.2%에 불과했다.

특히 민자사업 투자가 4.6%에 불과해 매우 저조하다고 밝혔다. 변정일 전 이사장 시절 JDC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거의 낙제 수준인 E등급을 받으며 '방만경영'의 오명을 썼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JDC 간부 전원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원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러한 경영악화를 탈피하기 위해 JDC는 '재원 확충형 민자유치 사업'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그 대안 중 제일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 '외국자본(특히 중국)'임은 말할 것도 없다.

현재 JDC가 6대 핵심 프로젝트로 내세운 사업 가운데 3개는 완성 단계에, 나머지 3개는 준비 단계다. 제주영어교육도시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건립됐으며, 제주헬스케어타운과 신화역사공원, 예래휴양형주거단지가 후자다.

이 나머지 3개 사업이 모두 외국계 민자유치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는 말레이시아 버자야그룹이 참여해 2조5000억 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에도 카지노 계획이 들어가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은 녹지그룹이 맡고 있으며, 신화역사공원은 란딩(중국)과 겐팅(싱가포르)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녹지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약 54조 원에 이르는 중국의 초거대 공기업이다.

이렇듯 거대자본을 내세운 외국 투자자들이 국제법을 들먹여 '카지노'를 강행한다면 제주도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막아낼 수 있을까. '카지노' 없이 이들 자본이 제주도에 투자할 이유는 사실상 없다.

이러한 의문에 JDC의 안일한 태도가 논란의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신화역사공원 착공식이 건축허가를 득하지도 않은 채 강행 움직임에 물의를 빚게 되자 JDC가 “착공식은 JDC와 관계가 없으며, 관여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가 더 큰 화를 불러 일으켰다. 결국 착공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JDC가 6대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로 끌어들인 사업을 두고 이제 와서 “사업 주체가 ㈜람정제주개발이니 우린 관계없다”고 해명한 것 자체가 코미디로 비춰지고 있다. 여기에 변정일 전 이사장이 람정에서 고문을 맡아 온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람정제주개발은 신화역사공원 사업에 뛰어 든 란딩과 겐팅의 합작회사다.

▲ 제주헬스케어타운 조감도.

# JDC, 부동산 개발업자인가

JDC는 부동산 개발업자인가. 결론부터 살펴보면 “그렇다”이다.
JDC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해 ‘토지의 취득, 개발, 비축, 관리, 공급 및 임대’ 사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세청에 여러 업태와 함께 ‘부동산 매매업’으로도 신고 돼 있다.

부동산 매매업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핵심사업 일부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고, 거기에 ‘카지노’를 은근슬쩍 끼워놓은 뒤 ‘모르쇠’ 혹은 뒷짐지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논점을 두고 지난 6월 말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해 JDC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던 제주대학교 A교수의 발언이 JDC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당시 방송에서 A교수는 “지금 JDC는 싼 땅을 사서 개발한 뒤 되파는, 이른바 ‘부동산 개발업자’의 행동들을 취하고 있다"며 ”이런 것들이 제주도 이익에 부합되는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교수는 "JDC가 이익만을 창출하는 공기업 조직이 됐다는 점에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DC는 발끈했다. 곧바로 JDC 측에서 A교수를 찾아갔다. 언쟁이 오간 듯 했으나, JDC는 A교수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에 문제삼지 않았다. 이유는 원희룡 도정과의 관계 악화 우려다. 원희룡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무분별한 중국자본 투자유치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숙박업으로 변질된 중국자본 투자는 안된다”며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투자라면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안 그래도 ‘카지노’ 때문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 중인데 괜히 공론화시켰다가 문제가 불거지면 더 곤란해 질 것을 우려해서다.

이에 JDC 노조가 나섰다. 하지만 A교수와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에 노조 측이 불참하며 무산됐다. 지난 달 11일 오전 11시에 예정돼 있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오후 4시에야 교수실을 방문했다. A교수는 “약속을 어겼으니 만날 이유없다”며 거절했다. 당시 오전 11시엔 도내 언론사들이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상황이었다.

이후에 노조 측은 “언론사가 와 있는 줄은 몰랐으며, 당일 오전에 투자유치 건으로 오기로 돼 있던 손님을 맞이하느라 제 시간에 가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늦어질 시간에 대한 통보는 없었다.

JDC 노조는 설립된 지 1년 조금 지났다. 지난 변정일 전 이사 시절 ‘방만경영’으로 호된 질책을 맞은 후 내부개혁과 함께 만들어졌다. 노조 측은 “물론 노조의 역할이 회사 내 복지향상 증진 등을 위하는 단체이긴 하지만 제주대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교수가 JDC에 대해 방송에서 잘못 말하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 측에서 문제를 걸고 싶었던 건 A교수의 발언 중 “제주도에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부분이다.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홈페이지.

#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 JDC는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나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완성하기 위해 존재하는 JDC. 과연 제주에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도 없나. JDC의 사업이 제주도 이익에 부합되고 있는 것인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6대 핵심과제 중 영어교육도시와 첨단과학기술단지,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은 ‘부동산’과 ‘카지노’가 아닌 제주를 위한 것이라고 보여진다. 물론 몇 가지 부분에선 여러 다양한 분석과 해석들이 존재할 수 있다. 또한 JDC는 서귀포관광미항과 생태공원을 조성해서 서귀포시에 무상으로 넘겨줬다.

이외에도 JDC는 제주에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업들과 여러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국가 공기업(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 있는 건 확실하다. 이러한 공적들이 있기에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의 완성을 향해 다가설 수 있는 기반을 다져 나가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카지노’를 덮을 순 없다. 명목상으로 진행되는 ‘부동산 매매업’ 또한 비판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땅을 팔아 외자를 유치할 것이 아니라 장기 임대 방식 등의 여러 대안이 충분히 시행될 수 있다. 이미 다른 여러 나라들은 이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심지어 캐나다는 투자이민제도를 폐지하고 중국인들을 몰아냈다. 이들 나라는 과연 돈이 충분히 있어서 중국 자본을 유치하지 않는 것일까. JDC가 그려 내려던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은 실적 면에서 화려하게 비춰질지 몰라도 중국 거대 자본에 의해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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