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개관 4년, '실버영화관'으로 전락
텅 빈 영화관에 인건비만 1억500만원, 허술 운영

▲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상영관. ⓒ뉴스제주

지난 5일 제주시 일도1동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를 찾은 사람은 약 40명에 불과했다.

오후 1시 시작한 영화 ‘신나는 동물농장’은 어린이와 부모님을 합해 총 10명이 관람했다. 오후 3시 영화 ‘레옹’의 관람객은 약 30여명으로 90% 이상 할아버지였다.

이날 센터 앞을 서성이다 돌아간 한모(28‧여)씨는 “젊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거의 안 온다”며 “근처에 사시는 어르신들이 종종 이용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제주>는 텅 빈 실버영화관으로 전락해버린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를 찾았다. 이곳은 4년 전 ‘구도심 영화 예술문화 활성화’를 외치며 야심차게 문을 열었다.

▲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전경. ⓒ뉴스제주

# 구도심 활성화? "영화관 역할도 제대로 못해"

제주도는 지난 2010년 나날이 경제침체에 빠져가는 중앙로 구도심 일대를 활성화하겠다며 제주영상위원회(이하 영상위)에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운영을 위탁했다.

이에 따라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는 옛 코리아 극장 3개관 중 2개관을 임대해 4년간 무료 영화를 상영해왔다.

그러나 센터가 인근 어르신‧어린이들만 간간히 이용하는 수준에 머물면서 ‘구도심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는커녕 제대로 된 영화관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용객 한씨는 “별다른 홍보 포스터 없이 그냥 극장으로만 보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무슨 영화가 상영되는지, 심지어 무료 영화관인지조차 모른다”며 아쉬워했다.

실제로 센터는 ‘제주영상문화예술센터’와 ‘코리아 극장’이라는 간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영화 홍보 현수막이나 안내판이 없었다. 현재 상영 영화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매표소 옆에 붙어있는 B4 사이즈 포스터 2장에 불과했다.

▲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내부. ⓒ뉴스제주

홍보 부재뿐 아니라 허술한 운영 방식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센터는 평일 오후 3시 하루 1회 상영(주말 2회)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평일 오후 3시에 극장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어르신‧어린이들만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운영진은 학생들의 방학기간에 맞춰 상영횟수를 평일 2회로 늘리는 등 개선책을 내놨지만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한 센터 주위에 폐업 상가가 줄지어 있는 모습은 ‘구도심 활성화’라는 본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상가를 운영해 온 황보태환(51)씨는 센터가 생긴 후 상권이 활성화된 것 같냐는 질문에 “상인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바는 전혀 없다”며 부정했다.

이어 그는 “입장료를 받아도 코리아 극장일 때 찾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무료인데 사람들이 찾는 좋은 영화, 최신 영화를 상영하겠냐”는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이와 관련해 제주영상위원회 김희섭(37) 주임은 “젊은 층이 극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예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앞으로 어린이집 발표회 공연 등을 유치해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영화가 시작되자 안내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 ⓒ뉴스제주

# 텅 빈 영화관에 인건비만 1억500만원? ‘이상한 예산 운용’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 운영비는 대부분 도비로 충당된다. 제주영상위원회가 제주도로부터 지원받은 예산 일부를 센터 운영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영상위에 따르면 올해 영화문화예술센터 운영비로 1억6672만원이 편성됐다. 이는 인건비(1억500만원), 임대비(2600만원), DVD구입(370만원) 등으로 쓰인다. 현재 영상위는 예산을 늘리기 위해 도와 협의 중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바로 1억500만원으로 책정된 인건비다. 현재 센터에 상주하는 인원은 총 4명으로 매표소‧영사실‧사무실‧안내장에서 각각 근무한다.

이들의 공식적인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평일 영화를 1편 상영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은 2시간 남짓에 불과하다.

특히 ▲매표 절차가 필요 없는 무료 상영관에 매표소 직원이 있는 점 ▲실제로 상주하는 직원이 2~3명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예산이 적재적소에 사용되고 있는지 우려스러운 실정이다.

실제로 5일 방문한 센터에는 매표소 직원 1명, 안내 직원 1명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하자 안내 직원이 영화 관람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등 허술한 운영 실태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김희섭 주임은 “센터는 주 6일 운영체제로 4명의 직원이 돌아가면서 쉬기 때문에 실제로는 2~3명이 상주하게 된다”며 “이 외에 행사가 있을 때 추가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쓰느라 예산이 1억을 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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