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사진 몇 컷 찍고 대부분 자리를 떠
아름다운 풍경 뒤에 감춰진 제주의 낯 뜨거운 모습

제주에서 가장 좋은 사진 촬영지 중 한 곳인 성산 광치기해변.

특히 아침 노을 풍경은 기가막히다 할 정도다. 성산일출봉 옆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 너나할 것 없이 카메라 셔터에 손을 댈 수 밖에 없다.

뭉게구름이 가득 낀 대낮엔 더욱 그림이다. 아래 사진은 제4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에서 입상작으로 선정된 성산 광치기해변의 풍경이다.

▲ 제4회 제주국제사진공모전 입상작.

그런데 이런 아름다운 해변 뒤편은 여전히 온갖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에 떠밀려 와 이곳에 쌓이게 된 것들과 이곳에 들른 관광객들이 버린 것으로 보여지는 쓰레기들이 백사장 전체에 걸쳐 널려 있다.

중국어로 씌여진 PET물병과 삼다수 물병, 음료수 캔, 소주병과 심지어 냉장고까지 버려져 있다. 선상에서 마시다 바다로 버린 듯한 조그만 술병들도 띄엄띄엄 보인다.

광치기해변은 '관치기'해변에서 비롯된 말이다. 옛날 거친 파도에 의해 바다에 빠진 어부들의 시신이 이곳으로 떠밀려 와 시신을 수습하던 것을 계기로 '관치기'해변으로 불렸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해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으로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수많은 쓰레기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시기에 따라 대량의 파래가 쌓여 골치거리를 안겨주는 곳이다. 그래도 이곳에서 성산일출봉을 바라보는 풍경이 절경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에 들른다.

▲ 성산 광치기해안. 넓다란 백사장 전체에 걸쳐 곳곳에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이러다보니 사진을 찍으러 온 관광객들은 자신들의 목적만 달성하고 대부분 금방 자리를 뜨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광객들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해 해변에 널려진 넓다란 돌 위에서만 카메라 앵글에 담고 모래사장에선 찍지 않는다. 백사장으로 나오면 이내 눈살을 찌푸리게 되기 때문.

이곳 광치기해변은 성산읍 성산리부터 고성리, 오조리, 신양리까지 매우 넓게 걸쳐져 있다. 관할은 고성리에 속해 있지만, 고성리에 성산읍사무소가 있어 성산읍에서 관리하기도 한다.

해변이라고는 하지만 수영을 할 수 없어 제주도로부터 지정된 해변이 아니다. 부산 해운대와 비교될 정도로 매우 넓은 백사장을 갖고 있지만 전 구역에 걸쳐 바위들이 널려 있어 수영하기가 힘들다. 수영객이 없기 때문에 해변 관리사무소나 안전 및 관리요원들이 배치되지 않는다.

또한 해변 주변엔 편의시설이 전무해 관광객들이 이곳에 들러 머물러 있다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변 입구는 커다란 바위를 갖다 놔 차량의 진입을 막아 놨으며, 인근에 주차장이 있지만 주변 토지가 좁다 보니 협소하고 안내 표지판도 없어 지나치기 십상인 상태다.

▲ 광치개해변은 올레1코스 종점지이자, 2코스 시작점이다. 광치기해변 자체는 올레코스에 해당되진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곳에 대한 설명을 해 놓은 올레표시 시설들이 관리가 되지 않은 채 방치(오른쪽)돼 있다. 사진 왼쪽 상단은 주차장 내 그늘막 시설. 나무가 아닌 철골구조로 돼 있어 녹슨 상태가 심하다.

주차장 내 그늘막은 염분에 영향을 쉽게 받는 철골구조로 돼 있어 녹슬어 있는 상태가 심각하고, 태양열 전지판을 활용한 가로등 역시 마찬가지다.

성산읍 주민자치위원회나 관할구역 소방서 및 각종 민간단체들이 비정기적으로 나서 광치기해변 정화활동을 벌이지만 역부족이다. 해변이 너무 넓어 봉사활동에 나선 이들도 진이 빠질 정도다.

얼마전에 버려진 듯한 쓰레기가 있는 반면, 모래사장에 파묻혀 색이 완전 바래버린 쓰레기들도 곳곳에 널부러져 있다. 관리 인력이 부족해 아직까지도 완전한 수거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곳 광치기해변은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성산일출봉을 바로 곁에 둔 아름다운 곳이다.

불과 1㎞도 안되는 거리를 두고 한 곳은 세계자연유산이고 다른 한 쪽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백사장이라니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제주를 찾은 해외관광객이 벌써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보다 무려 2개월이나 앞서 기록된 수치다. 국내 관광객들도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어 올해도 1000만 관광객은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숫자에 감춰진, 아름다움에 감춰진 그 이면의 제주는 여전히 낯 뜨겁고 불편하다.

▲ 국적을 알 수 없는 쓰레기들부터, 매우 오래돼 보이는 것들까지, 심지어 냉장고도 버려져 있다.
▲ 바다에서 떠 밀려 온 듯한 쓰레기들은 오랜기간 방치돼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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