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의 국자직 전환 시급한 이유

최근 소방헬기 추락참사로 소방관 5명이 순직하면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국가직 전환의 목소리가 다시금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전남 광주에서 소방헬기가 추락해 5명의 소방공무원이 운명을 달리한데 이어 비슷한 시기에 제주에서도 서귀포소방서 소속의 한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처럼 소방공무원들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처우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여전히 안전행정부는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소방공무원들이 왜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지 국가직과 지방직의 차이를 비롯해 국가직 전환이 시급한 이유에 대해 짚어봤다.

▲ 지난 7월 17일 치러진 故 강수철 지방소방령의 영결식 현장

# 국가직과 지방직의 차이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은 크게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으로 나뉜다. 전국적으로 지방직소방관은 4만 여명에 이르지만 소방방재청에 소속된 국가직소방공무원은 322여 명에 불과하다. 제주의 경우 현재 소방공무원 2200여 명 가운데 소방본부장 등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소방공무원들은 모두 지방직소방관이다. 한마디로 생명을 담보로 재난 현장이나 화마에 뛰어 드는 소방공무원은 모두 지방직소방관이라 보면 된다.

국가직과 지방직 소방공무원의 급여 차이는 없다. 문제는 소방 장비가 열악해 낡은 장비들이 그대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한 소방공무원들의 사고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별 재정 여건에 따라 소방장비 교체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도 기준 시‧도 소방예산 3조 1005억 원 가운데 국비지원은 1.8%에 불과하다. 이를 제외한 모든 예산은 지방 예산으로 충당되는 셈이다.

소방인력과 장비 부족현상은 소방공무원들의 사기를 저해시키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은 시급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원화 되어 있는 소방조직의 구조는 소방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지휘체계에 대한 혼선도 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소방조직은 소방방재청과 각 시·도지사의 지휘를 받는다. 소방조직의 지휘체계가 일원화 된다면 재난이나 사고에 대해 신속히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직인 군·경찰 당국과도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 25년 간 유지된 소방체계

현재 우리나라의 소방체계는 지난 1992년 광역 소방행정체제로 전환된 이후 그 관리가 소방방재청과 광역자치단체로 이원화 되어 있다. 199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고층 건물도 현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었을 뿐더러 재난이나 사고에 대한 피해 규모 역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1990년대 당시와 비교하면 고층 건물들도 많이 들어섰고 재난이나 사고의 규모 역시 커지고 다양해졌다.

소방업무도 마찬 가지다. 과거 소방업무가 불을 끄는 단순한 형태의 업무를 했다면 현재는 구급 및 구조 활동 등 다양한 양상의 업무를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90년 당시 구조활동은 3436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2013년)에는 무려 40만8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25년 전과 소방체계가 같아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시대는 변했고 그 변화에 맞게 소방체계 역시 바뀌어야 한다.

▲ 동료 119대원이 고 강수철 지방소방경의 영결식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다

# 국가직 전환이 시급한 이유

최근 제주도의회에서도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원화 되어 있는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이 발의된 것이다. 위성곤 의원은 지난 7월 28일 '지방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촉구 결의안'을 제320회 임시회에 11명 의원의 공동발의로 제출했다. 소방공무원들의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전 국민에 대한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위성곤 의원은 “국가직과 지방직의 이원화 문제로 인해 소방공무원 채용에 있어서 지역적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지방 재정자립도에 따라 전문 인력 확보가 어렵거나 장비 노후화 문제가 도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가직 전환에 따른 문제와 관련해 위 의원은 “시·도지사의 임용권 이탈로 소방업무에 대한 책임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김경범 한국소방안전협회 제주지부장 역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경범 제주지부장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각종 재난은 1993~1995년 서해 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등 대형 참사가 발생한 이후 약 20년 만에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국민들은 다시 재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안전정책은 더욱 불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경범 지부장은 “각종 재난현장은 다양화·복잡화 및 전문화가 요구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소방재정의 취약 및 지방자치단체별 재정지원 취약 등은 소방인력 부족과 소방장비 노후화 등으로 이어져 구조.구급 및 화재진압 활동을 하는 소방관들의 희생은 물론 국민들은 소방안전서비스 수혜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후변화 등에 따른 집중호우, 붕괴, 화학물질사고, 초고층건물 화재 등 예측불허의 대규모 대형 재난이 증가하고 있지만 소방안전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결정권자의 의지 등에 따라 국민들에게 불균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지부장은 “지방지치단체별 재정여건․주거조건․환경조건 등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며 “소방인력․장비부족 및 장비노후화 등으로 도시와 농촌 등 지역 간 편차는 해마다 심화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생명과 신체보호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임으로 중앙정부의 능동적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며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촉구했다.

대한민국헌법 제34조에 따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함에 있어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고나 재난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몸을 내던지는 지방직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은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되어 있다. 소방공무원들의 국가직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뉴스제주 - 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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