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비운의 여인' 김인경(26·하나금융그룹)이 극복하기에는 한국 선수 4주 연속 우승 과업의 무게가 너무도 컸다.

오랜만에 찾아온 우승의 기회는 자신에게 유독 약한 연장전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달성이 가능했다. 연장 승률 0%의 김인경은 끝내 징크스를 떨치지 못하고 비운의 여인'으로 계속 남았다.

김인경은 1일(한국시간) 미국 오레곤주 포틀랜드의 콜럼비아 에지워터 골프장(파72·647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포틀랜드클래식(총상금 130만 달러) 마지막 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오스틴 언스트(22·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인경은 3라운드에서 고질적인 짧은 거리에서의 퍼트 난조가 되살아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앞서 이틀 연속 선두를 달리며 4년 만의 정상을 꿈꾸던 김인경은 최종일을 공동 4위에서 출발했다.

세계 랭킹 1~3위가 모두 빠진 이번 대회의 마지막날 우승 경쟁은 혼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맞은 허미정(25·코오롱)을 비롯해 3명이 공동 선두를 달렸다.

번번이 한국 선수의 우승을 가로막았던 세계 랭킹 4위 수잔 페테르센(33·노르웨이)이 공동 선두로 버티고 있는 한 4주 연속 한국인 우승은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페테르센은 2번홀에서의 더블보기 이후로 좀처럼 예전의 실력를 보여주지 못했다. 강자들이 주춤한 틈을 타 예상치 못한 언스트가 치고 나왔다.

언스트는 5번홀(파5)에서의 이글을 신호탄으로 전반홀에서만 4타를 줄였고, 후반 14번홀까지 2타를 더 아껴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김인경 역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담으며 우승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우승까지는 역부족인 듯 보였다. 15번홀 버디로 언스트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언스트가 막판 17~18번홀에서 연속해서 보기를 내면서 뒤를 쫓던 김인경에게 갑자기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나머지 홀을 파로 잘 막은 김인경은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나흘 내내 한 번도 보기를 낸 적 없는 18번홀에서의 연장전이었기에 김인경의 우승에 무게감이 쏠렸다.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두 번째 샷을 그린과 벙커 사이의 러프에 떨군 김인경은 세 번째 칩샷을 홀컵에서 2m 넘는 지점에 떨궜고, 부담되는 거리에서의 파 퍼트에 실패했다.

반면 바로 직전에 보기를 내며 흔들렸던 언스트는 투온에 성공, 완벽한 어프로치샷에 이은 파 퍼트를 홀컵에 떨구며 우승을 차지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연장 승부는 또 한 번의 실패를 낳았다. 김인경은 이날까지 총 5차례 연장 승부에서 한 차례의 우승도 건지지 못했다. 연장 승률 0%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이었다. 

최종일 17번홀에서 버디를 바탕으로 선두로 뛰어오르며 샴페인을 터뜨릴 준비를 했지만 마지막 18번홀에서 30㎝짜리 짧은 파퍼팅을 놓쳐 연장으로 끌려갔고, 유선영(28·JDX멀티스포츠)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지난해 KIA 클래식에서는 스페인의 베아트리스 레카리(27)와 2차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며 지긋지긋한 연장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앞서 김인경이 2007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뿌린 연장전 패배의 씨앗은 2010년 제이미파오웬스코닝클래식으로 이어졌고, 이날까지 총 5차례 계속됐다.

지난 7월 유럽여자프로골프(LET) 투어 ISPS 한다레이디스유러피언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상승세를 탔던 김인경이었지만 끝내 LPGA 투어 연장전 패배의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언제쯤 '유리 가슴'에서 벗어나 연장 승부에서 활짝 웃을 수 있을지 골프팬들의 동정어린 시선이 김인경을 향해 쏠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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