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제주도립미술관장 공무원 개입설 "안타깝지만 할 말이 없다"
친자매의 연이은 관장 등용 "제 능력 십분 활용해 일로 승부하겠다"

제5대 제주도립미술관장에 김연숙(52,여)씨가 임명됐다.

김연숙 신임 관장은 제4대 관장을 지냈던 김현숙씨의 친동생이다. 친자매가 연이어 제주도립미술관장을 역임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김연숙 관장은 그의 능력과 관계없이 주변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일각에선 공무원 개입설까지 불거졌지만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논란의 중심의 서게 된 김 관장은 이에 대해 “임명 받은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는 말로 논란의 확대를 경계했다.

신임 관장으로서의 책무와 포부, 그만의 강점 및 능력 등은 외면당한 채 ‘친자매’라는 이유만으로 지적받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안타깝다”는 짧은 답변으로 자신의 입장을 전할 뿐이다.

자신을 향해 던져지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일일이 해명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십분 발휘해 능력있는 일로 우려를 불식 시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뉴스제주>는 그를 만나 미술인으로서의 의지와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연숙 제5대 제주도립미술관장.

# 제5대 제주도립미술관장에 취임했다. 소감을 밝혀달라

미술인들이라면 개인 갤러리든 거대한 미술관이든 저마다 꿈꾸는 미술관의 상을 가지게 된다. 저 역시 여러 미술관을 돌아보면서 미술관에 대한 생각들을 엮어서 제가 꿈꾸는 미술관을 그려보곤 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술관과 실제 운영하는 미술관과의 괴리는 있겠지만 현재 도립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활용하면서 앞으로 실현가능한 사업들, 쉽지는 않겠지만 제주미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실행해야 할 사업들을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에 맞춰 하나하나 실행해 나갈 것이다.
중책을 맡게 돼 책임이 무겁지만 열정을 다해서 도민들의 미술문화 향수의 기회를 늘리고 질 좋은 전시와 복합문화 프로그램들을 통해 문화복지를 구현하는데 힘쓰겠다.

# 이곳으로 취임하기 이전 어떤 길을 걸어왔나.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줄곧 작품 활동을 해 오면서 1993년~2010년 제주관광대학에서 겸임교수 및 강사를 했고, 제주대학에서도 강의를 했었다. 1997년 이래로 (사)제주문화포럼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시민문화운동을 해 왔고, 2003년~2004년 원장직을 수행한 바 있으며 지금은 이사로 있다.

그동안 제주특별자치도 건축심의위원, 미술장식품 심의위원, 광고물 심의위원, 새주소위원회 자문위원, 제주시 여성정책 자문위원, 제주문화예술육성사업평가위원, 제주도문화예술진흥위원회 전문위원, 제주도립미술관건립 기본계획 학술연구용역 연구원, 제주도미술대전 운영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또 제주시 시외버스터미널 공공미술을 비롯해 남초등학교 등 공공미술사업에 참가했다.

현재 그림책연구회과 그림책미술관시민모임제주의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미술협회, 판화가협회 등의 회원활동을 하면서 개인전 14회와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등 300여 회의 전시에 참여해 왔는데 올 7월에 세계자연유산등재 7주년기념 초대전을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개최한 바 있다. 미술협회제주도지회의 집행부 활동을 하지 않았고, 전시 팜플렛의 경력에는 미술관련 경력만을 적기 때문에 미술인들이 미술외적인 활동에 대해 잘 몰랐던 것 같다.

미술활동을 하면서 미술작품이 관객과의 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작가로서 대중과의 소통은 늘 고민거리였는데, 이런 이유로 공공미술과 그림책모임에 참여하면서 도민과 미술의 소통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제가 도립미술관장직에 응모하게 된 계기도 미술과 관객과의 소통을 모색하고 미술로 인해 우리들의 삶이 깊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 현재 도립미술관의 수장고 포화문제와 대중접근성, 학예인력의 부족 등 현안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아갈 생각인가

제주도립미술관의 수장고 포화상태에 대한 해결방안은 소장품구입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정하는데서부터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미술사적 가치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예술적 가치 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작품들이 수장고에만 있지 않고 도내 각 기관들에게 대여하는 방식 같은 소장품의 활용방안도 모색할 것이다.

대중접근성의 문제는 버스노선의 확대나 미술관 셔틀버스의 운행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고, 미술관 전용버스를 마련해 <아트버스>를 특화시키고 이를 제주의 문화아이콘으로 만들어 미술관 홍보와 접근성 두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다.

학예인력 부족의 얘기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문제인데, 학예인력이 충원되고 독립적인 학예연구실이 구성될 수 있도록 임기 중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

▲ 김연숙 제5대 제주도립미술관장.

# 친자매의 연이은 취임이라는 사실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데...

업무능력과 상관없이 친자매가 관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재직하는 동안 제가 갖고 있는 능력을 십분 활용해 일로 승부하겠다.

# 공무원 개입설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임명을 받은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 미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동종 예술계에 있는 미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높고도 순결한 길이면서 힘든 길이다.
힘든 길을 선택했으면서도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자존감이 있기 때문에 꿋꿋이 견뎌낼 힘도 생기는 것이다. 힘든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존경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미술인들도 작품의 질과 소통에 대한 고민들도 함께 해 나아가야 하는데, 이는 나를 포함한 모든 미술인들에게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서 미술계의 논란거리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미술계의 입장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점도 있겠고, 사안에 따라 미술계 내부에서도 입장차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대내외적으로 갈등이 있을 경우 문제해결의 방법에 있어 좀 더 넓게, 좀 더 긴 안목으로 행동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결과적으로 우리 미술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측면도 고려했으면 좋겠고, 미술관은 미술작품을 매개로 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 제주도립미술관은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건축물로서도 아름답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의 자연과 함께하는 열린 미술공간으로서 건축 또한 자연의 색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건물의 인위적인 색을 없애고 단순한 입방면체를 기본 컨셉으로 그 안에 담길 예술품들이 더욱 빛을 발하도록 했다.

미술관 주변을 감싸 안고 있는 거울 연못은 바다를 건너 다다르는 제주섬을 투영한 것이고, 미술관을 들어서기 전에 마음을 정갈히 하고 예술작품을 감상하려는 의식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미술관 정문을 들어서면 미술관 주변으로 야외공간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한라산을 배경으로 곳곳에 작가들의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는 훌륭한 산책로다. 미술관 내부에는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장리석기념관, 시민갤러리 등의 전시공간과 교육프로그램 실기실과 세미나실을 갖춰 일상적인 커뮤니티 시설로서 다양한 참여와 체험의 역할을 하고 있고, 편의시설로 카페테리아와 휴게실, 아트샵이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미술관 뒷 편에 한라산 백록담의 모형으로 된 야외무대가 있는데, 콘서트 등 복합문화프로그램을 해왔다. 지난 7월에는 개관 5주년 기념으로 포크 듀오 ‘10cm’의 초청공연이 있었는데, 1천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성황을 이룬 바 있다.

강당에선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예술영화상영을 하고 있고, 10월 중에 야외콘서트가 기획돼 있는 등 시민들을 위한 복합문화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 김연숙 제5대 제주도립미술관장.

# 많은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세계미술거장전'처럼 올해 혹은 내년도 기획 중인 대형 프로젝트가 있나

미술관의 전시는 1년 전에 미리 계획된다. 특히 기획전시는 작가들에게 작품제작기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진행된다. 올해 전시들은 이미 계획돼 있고 아직 개최되지 않은 전시들도 작가섭외 등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내년도 계획을 세우는 중인데 제주의 가치를 담아내는 전시와 동시대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크게 두 방향으로 갈 것이고 내년도 개관 6주년기념전을 도립미술관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전시로 가야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으며 세부사항은 검토 중에 있다.

지난해의 경우는 운 좋게 5억 정도의 예산으로 샤갈과 피카소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를 유치했는데, 이런 경우는 대단히 드문 경우라고 보면 될 것이고 일반적으로는 도립미술관의 1년 총예산으로도 충당할 수 없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관객들은 거장들의 작품이나 이슈가 되는 작품들을 보고 싶어 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익히 말로만 듣던 작품들을 제주에서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다각도로 모색해 보겠다.

10월 말에 상설전시실에서 전국시도립미술관 네트워크 사업으로 하정웅 컬렉션특선전이 있을 예정인데, 전시실 규모상 대형전시는 아니지만 피카소, 샤갈, 살바도르 달리, 앤디워홀, 마리 로랑생 등의 판화작품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가능하면 위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관장으로서가 아닌 미술인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관장으로서 임기 내에 해야 할 일들, 이를테면 어떻게 하면 미술관이 시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장품 구입의 방향성과 전시기획, 머릿속의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실행에 옮기려면 방법적으로 어떻게 해야 추진이 될 것인지 등 미술관 업무에 대한 생각뿐이다.

임기 내에는 개인 미술인으로서의 생각보다는 도민들을 위해서, 미술인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생각할 것이다. 미술관을 통한 미술문화의 수준향상은 궁극적으로 미술인에게 자긍심이 고양되고 작품 활동에 자극이 돼 순기능을 할 것이다.

# 도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도립미술관이 개관한 지 5년이다.
미술관이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들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서 많은 분들이 미술관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미술관의 위치와 역할을 비롯해서 미술관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미술에 가까이 다가서기가 어려웠던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내기위해 도립미술관은 다각도의 방법을 모색하고 시행할 것이다.

미술관의 문턱은 낮게 프로그램의 질은 높고 다양하게 하여 도립미술관이 도민들의 쉼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