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괴물 신인' 김효주(19·롯데)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325만 달러)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베테랑' 캐리 웹(40·호주)을 따돌리고 극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는 14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르뱅의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장(파71·645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마지막 날 3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 우승을 차지했다.

1타차 단독 선두로 최종일을 출발한 김효주는 이날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LPGA 투어 41승의 웹을 제치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우승자로 기록됐다.

1라운드에서 남녀 통틀어 메이저 대회 최소타(10언더파 61타) 기록을 세운 김효주는 최종일 강심장과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앞세워 메이저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승상금 47만5000달러(약 4억9100만원)를 챙긴 김효주는 올 시즌 LPGA투어 다섯 번째 한국인(한국 국적) 우승자로 기록됐다. 

지난달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26·KB금융그룹)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 한국인 선수 메이저 우승이기도 하다.

올 시즌 KLPGA 투어에서 3승을 쌓으며 한 시즌 최다상금 기록을 갈아치운 김효주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골프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여줬다. 

LPGA 비회원인 김효주는 세계랭킹 20위 자격으로 초청돼 출전한 이번 대회 우승으로 별도의 퀄리파잉(Q)스쿨을 거치지 않고 2015년부터 LPGA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다.

안시현(30·골든블루)·서희경(28·하이트진로)·신지애(26) 등 선배들이 LPGA 투어에 직행한 것과 같은 길을 걷게 됐다.

김효주는 17세이던 2012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일본·대만 여자프로골프에서 차례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그해 10월 프로로 전향했고, 두 달 뒤인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프로 데뷔 최단기간(2개월11일)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남기는 등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올 시즌에는 한국여자오픈(6월)·금호타이어여자오픈(7월)·한화금융클래식(7월)에서 각각 정상에 올라 KLPGA 투어 대상 포인트·상금 순위(8억1000만원)·평균 타수 등 거의 모든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김효주는 이날 LPGA 투어 41승 보유자이자 '슈퍼 그랜드슬래머'인 웹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를 펼쳤다.

심리적인 압박감과 함께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강심장의 김효주는 잘 버텼다. 오히려 무너진 쪽은 베테랑 웹이었다.

2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할 뻔한 완벽한 티샷을 바탕으로 버디를 잡은 김효주는 같은 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웹을 3타차로 넉넉히 따돌리고 편안하게 출발했다.

전반 나머지 홀을 파로 잘 막은 김효주는 9번홀에서 완벽한 어프로치샷을 바탕으로 버디를 보태 선두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효주가 선두를 한 번도 놓치지 않는 사이 2위권은 태극낭자들이 지켰다. 최나연(27·SK텔레콤)·허미정(25·코오롱)·장하나(22·BC카드) 등 한국 선수들이 나란히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하며 김효주의 뒤를 받쳤다.

전반라운드와 달리 후반라운드는 정반대 양상으로 흘렀다.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김효주가 보기를 내며 흔들릴 때 웹이 적극적으로 타수를 줄이며 추격했다. 

11~12번홀 연속 버디 처리를 할 때까지만 해도 김효주의 편안한 우승이 점쳐졌다. 하지만 14번홀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4~5m 거리에서 시도한 김효주의 파 퍼트가 홀컵을 외면했지만, 같은 홀에서 웹이 버디를 내면서 둘 사이의 간격은 1타차로 좁혀졌다.

이어진 15번홀을 파로 통과한 김효주는 14번홀에 이어 2개홀 연속 버디에 성공한 웹에게 공동 선두 자리를 허용했다. 경기의 주도권도 함께 내줬다. 

크게 흔들린 김효주는 16번홀(파3)에서 보기를 낸 끝에 이날 처음으로 선두 자리에서 내려왔다. 러프와 러프를 오간 끝에 1타를 잃었다. 같은 홀을 파로 막은 웹이 1타차 단독 선두로 나섰다.

운명을 가른 것은 마지막 18번홀(파4)이었다. 

1타차로 끌려가던 김효주는 완벽한 어프로치와 정확한 퍼트를 바탕으로 버디에 성공했다. 두 번째 샷을 깃대 4~5m 안쪽에 붙였고, 부담스러운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컵에 예쁘게 떨궜다.

두 번째 샷을 벙커 옆 러프에 빠뜨린 웹은 힘 조절 실패로 세 번째 샷을 깃대 반대편 넘어 4~5m 위치에 보냈다. 이어진 파 퍼트마저 실패해 우승은 극적으로 김효주의 몫으로 돌아갔다.

나머지 태극낭자들의 선전도 돋보였다. 최종일 내내 2위권을 지키던 3명의 한국 선수들은 리더보드를 3위부터 5위까지 태극기로 물들였다.

김효주와 함께 초청 선수로 출전한 장하나는 5타를 줄인 끝에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를 기록, 허미정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최나연은 4타를 줄여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 단독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커리어 그랜드슬램(각기 다른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했던 박인비는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1타를 잃어 최종합계 2언더파 282타 공동 10위로 대회를 마쳤다.

박인비와 함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꿈꿨던 '맏언니' 박세리(35·KDB금융그룹)는 최종합계 7오버파 291타 공동 47위에 그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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