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날린 망한 '투자' 사업, '지원'으로 이름만 바꿔 고스란히…아니면 말고?
"보조금 집행에 대한 기본 지침 자체가 없는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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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2003년 부산‧전주‧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4번째로 발 빠르게 제주영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역 영상산업과 인재를 육성해 21세기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이후 11년간 제주도의 막대한 지원 속에서 영상위의 몸집은 점점 불어났지만, 속은 텅텅 비어간다는 비난이 들끓었다. <뉴스제주>는 ‘제주도 영상산업의 구심체’에서 ‘총체적 부실’이라는 오명을 덧칠한 영상위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었다. [편집자 주]

[영상위 11년]② 보조금은 어차피 써야할 돈? ‘막무가내’ 운용

“10년간 지켜본 영상위는 보조금 집행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 자체가 없는 단체다. 무엇을 기준으로 지원·투자 작품을 선정하는지, 심지어 사업이 불발됐을 때 지원금 환수는 제대로 하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도내 영상관련업체 대표 오모씨. 41)

제주영상위원회(위원장 도지사, 이하 영상위)의 도비 보조금이 올해 19억5000만원까지 늘었지만, 보조금 운용 방법은 여전히 실망스러운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로 마련되는 만큼 사업 목적에 맞는 집행, 회계처리 기준 준수 등 투명한 집행과 효율적인 운용이 중요하다.

그러나 영상위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다며 호기롭게 시작한 ‘투자사업’이 산산조각나자 효율적인 제작지원 방식을 고민하기는커녕 이름만 ‘지원금’으로 바꾼 채 그대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상위는 2012년 첫 ‘제작비 투자사업’을 실시했다. 기존의 무조건 ‘지원’ 형태에서 벗어나 추후 ‘투자금 환수’를 노려 수익을 창출해보겠다는 의도였다.

2012년 예산 4억200만원을 투자해 (주)펄마픽처스의 ‘히어로’와 타일C&P의 ‘겁나게 평범한 패밀리’ 두 작품을 제작 지원했다.

그러나 2013년 10월 개봉한 영화 ‘히어로’가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투자금 환수는커녕 지역 홍보에도 실패했다. 심지어 영화 ‘겁나게 평범한 패밀리’는 주요 투자사를 찾지 못해 제작이 불발됐다. 혈세 4억200만원을 그대로 날린 것이다.

이후 사전 타당성 평가나 검증장치 없는 ‘퍼주기 식 투자’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상위는 꿋꿋이 투자 행보를 이어갔다. 2013년 예산 2억6000만원을 세 작품에 쏟아 부었다.

이중 한 작품은 추가 투자를 받는데 문제가 생겨 또다시 제작이 엎어졌다. 나머지 두 작품인 고앤고필름의 ‘아일랜드’와 (주)분홍돌고래‧(주)다세포클럽의 ‘플라이하이’만 정상적으로 촬영을 끝낸 상태다.

결국 영상위는 쏟아지는 여론의 질타 속에서 2년 만에 ‘제작비 투자사업’을 접었다.

이후 ‘투자’ 예산 수억원은 기존의 ‘지원’ 예산으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투자금 환수는커녕 사업이 망하자 ‘지원’이라는 명목 하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그냥 돈을 들이붓는 모양새다.

2012년 영상위는 6개 작품에 1억775만원, 2013년은 11개 작품에 1억378만원을 각각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 6개 작품에 대한 지원금은 투자 예산이 더해져 총 3억으로 급격히 늘었다.

일각에서는 ‘써야할 돈’이니 결과와 상관없이 그냥 퍼붓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상제작업체 대표 류모(33)씨는 “도비 보조금은 어차피 써야할 예산이니 작품의 질과 수준, 흥행 가능성 등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쓰는 것 아니냐”며 “영상제작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제주영상위에서 투자‧지원이 활발히 이뤄지는 줄 전혀 몰랐다”고 ‘막무가내’ 예산 운용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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