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은 1910년 자혜의원으로 발족되어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도립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1983년 지방공사로 전환되고 2006년 의료법인으로 개칭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참으로 오랜 세월을 지역주민의 생로병사와 괘를 같이하며 지역공공의료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제주의료원의 지향하는 목적은 지역주민의 건강증진과 지역보건의료 발전이다. 물론 개인의 운영하는 일반병원도 지향하는 목적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공공성과 수익성의 비중과 배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반병원과 달리 공공의료사업은 억압된 시장경제 원리를 근본으로 한다. 공익을 위해 수익의 희생을 감수하는 일이다. 제주의료원의 사업 중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하기 곤란한 보건의료사업”이 바로 그 것이다.

그래서 제주의료원에는 오랫동안 치료에도 불구하고 쾌차되지 않는 치매, 노인장기입원환자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료원에는 내과,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외과, 한방 진료과 등이 개설되어 일반병원 진료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요즘 제주의료원의 임금체불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경영적자와 공공의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 제주의료원은 시내 외곽에 위치한 접근성의 취약요인 때문에 외래환자가 1일 평균 60여명에 불과하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제주의료원이 노인과 치매만 전담하는 병원으로 잘못 각인되어져 있다. 더구나 3개월 이상 장기입원환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내규에 의거 의학 관리료가 40% 삭감된다. 또한 정신병동 입원 시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정액 수가제를 적용함으로서 연 3억원 정도 손실을 입고 있다. 제주의료원의 경영수지를 악화시키는 근본적 요인들이다.

지역주민을 위한 양질의 공공의료서비스는 항시 제공되어야 한다. 노동의 적정한 대가는 적기에 보상받아야 되고, 경영의 독립채산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사항들이 충족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공익성과 수익성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불루오션은 없다.

그래서 공공성은 강화되는데 수익성은 떨어진다. 이제, 오직 조직원들의 투철한 사명감과 단합된 역량으로 공공의료를 사수할 수밖에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공익성의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의 수익창출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노력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조직내적으로 감당치 못하는 부분에 대한 재화에 대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보조는 지원을 하고 지원을 받는 정당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전제조건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탄탄한 공공의료서비스체계가 구축되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공공의료의 주역으로 참여하는 조직원은 투철한 사명의식과 희생을 감내할 수 있는 주인정신이 필요하다.

조직의 목적달성을 향한 노사화합의 공동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런 요건들이 선행될 때 제주의료원은 도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과연 조직의 역할자로서 가슴에 손을 얹고 돌이켜 볼 일이다. 나는 지역주민의 공공의료를 위해 조직원으로서 사명감과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를.

2009.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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