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이 당연직으로 이사회 구성… 공정성, 전문성 턱없이 부족”
2012년 행정사무감사 지적에도 개선의지無, 2년간 ‘제자리걸음’

▲ 제주영상위원회는 지난 2012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임원진과 심의위원의 중복을 최소화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14년 9월 현재 100% 내부 이사진이 제작비 지원 심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제주

한해 수억 원대의 혈세가 투입되는 제주도영상위원회(위원장 도지사, 이하 영상위)의 ‘제작비 지원사업’의 심사위원이 100% 내부인사로 구성돼 공정성 논란을 빚고 있다.

제작비 지원사업이란 제주의 문화, 자연환경 등을 소재로 하는 영화·드라마를 유치하기 위해 해마다 작품을 선정, 특정한 대가없이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영상위 내부 규정인 ‘제작비 지원 투자 규정’에 따르면 이사 8명 중 과반 이상 출석할 경우 영화 심사가 가능하다. 이사진을 제외한 외부인사는 단 한 명도 심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자의적으로 선정되는 몇몇 작품들이 매해 받게 되는 지원금 1~6억원이 모두 혈세로 충당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영상위에 투입된 도비 보조금은 총 19억5000만원으로 전체 예산 중 86.6%를 차지한다.

또 23명의 이사진은 대부분 공공기관의 수장, 교수, 전 언론사 관계자 등으로 구성돼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13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제작비 지원심사를 맡은 이사는 임원식 전 부위원장, 김영택 전 제주도 부지사, 김종원 영화평론가, 백종오 전 제주MBC 보도국장, 김희정 제주대학교 교수, 고혁진 제주독립영화 협회장이었다.

지난해는 임원식 전 부위원장, 백종오 현 부위원장, 김종원 영화평론가, 김희정 제주대학교 교수, 문순영 문화정책과장이 1~2차 심사를 모두 진행했다.

현재 23명 이사진은 당연직으로 위원장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제주시 부시장, 서귀포시 부시장, 도 문화관광스포츠국장, 도 관광협회 회장, 도 관광공사 사장 등 6명이 자동 임명된다. 나머지 17명은 위원장인 제주도지사가 임명하게 된다.

실제로 제작비 지원과 관련해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06년과 2009년 제작비 지원사업 심사를 맡은 임원식 영상위 부위원장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제작사에서 아들이 찍은 작품을 연속으로 선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에도 임 부위원장은 2013년 6월까지 자리를 지키며 심사위원 자리를 유지했다.

▲ 제주시 일도2동에 위치한 제주영상위원회. ⓒ뉴스제주

결국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회는 2012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영상 제작비 지원 등과 관련한 심의위원과 영상위원회 임원의 중복을 최소화하고 별도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해 투명한 업무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영상위는 “향후 심의위원회 구성을 전문화‧다양화해 운영을 투명하게 함으로써 내실 있는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밝혔지만, 이후 2년이 지났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외에도 영상위는 위원장‧부위원장이 비상근인 상황에서 2011년 6월 이후 3년이 넘도록 사무처장 공석사태를 방치해 끊임없이 지적받아 왔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영상업 종사자 엄모(35)씨는 “회사가 자본을 가지고 투자를 할 때는 회사의 존폐가 좌지우지되기 때문에 심사숙고를 거듭하지만, 영상위는 어차피 보조금을 받는 집단이니까 전문적인 판단 없이 막 지원하는 것 아니냐”며 “공정한 심사인지 친분관계로 인한 선심인지 알 수가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부산영상위원회의 경우 영화제작 지원작을 선정할 때 별도 심사위원회를 구성, 1차 서류심사와 2차 프레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영상위의 최종의결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김희섭(36) 제주영상위원회 주임은 “내부 규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심사는 계속 이사진이 할 것”이라며 “사무처창의 경우 공석이지만 현재 시스템에 큰 문제가 없어 아직 충원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제주도민을 위해 설립한 영상위가 혈세로 마련된 보조금을 ‘밀실심사’를 통해 도민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도민을 위한 길보다 ‘그들만의 길’을 걷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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