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대한레슬링협회 임성순 회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진통끝에 치러졌다. 이 기자회견에서 임 회장은 "협회 사무국장과 전무이사가 공금을 유용하고 협박 공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당초 임 회장은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자세한 기자회견의 내용은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지만 김학열 협회 사무국장의 비리와 관련된 회견일 것이라는 추측이 돌았다.

오전 11시, 김학열 사무국장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면서 긴장이 감돌았다. 임 회장이 김 사무국장이 자리에 있는 한 예정된 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지연되기 시작했다.

김 사무국장은 "레슬링협회의 기자회견을 왜 사무국장이 못들어오냐"고 항의했고, 장호성 협회 부회장은 "부회장인 나도 기자회견의 내용을 사전에 전혀 듣지 못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공식 기자회견을 시작한 이후에도 진통은 계속됐다. 임 회장은 방대두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기자회견 단상에 앉아달라고 요청했지만 방 감독은 "내가 왜 거길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임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킨 채 10분 정도를 기다리다가 끝내 혼자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임 회장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앞서 "다른 분들은 초청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겠다"며 "진통을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안이 워낙 급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체육개혁에 전면배치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레슬링에서는 실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임 회장은 "김학열 사무국장과 김기정 전무이사를 중심으로 한 집행부가 협회장인 저를 협박, 폭행하고 쫓아내려는 하극상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중에도 경기가 열리는 도원실내체육관을 봉쇄하겠다고 협박해왔다"며 "결국 저는 문체부와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경기관람을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김 사무국장의 비리에 대해 "키르키스탄 금광에 사용할 돈 5억원을 주면 협회로 입금한 것으로 기재해주겠다고 제안했다"며 "이 돈이 금광에 쓰였는데도 협회로 지급했다고 기재하면 그 즉시 횡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회장은 "아시안게임 파견 예산에서 국제연맹 회장의 항공료 등으로 4600만원을 지급한 게 있었다"며 "조직위에서 이미 지급했으면 이중지급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졌는데 사무국장은 항공료로 기재를 하고 로비자금으로 줘야 한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항공료를 받은 것으로 기재된 국제연맹회장은 아시안게임에 참석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이외에도 "죽여버리겠다거나 경기장에 못들어가게 하겠다는 식의 협박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 올림픽금메달리스트인 심권호 이사는 임 회장에게 "주장이 사실이냐"고 묻고 "모든 협회가 약간씩 (비리)그런 것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무국장이)이렇게까지 했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 이야기"라고 말했다. 심 이사는 "임회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무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뒤 "그런데 만약 임 회장의 주장과 증빙자료가 다르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내 주장이 틀리거나 증빙서류가 주장과 다르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답변했다.

처음부터 기자회견을 지켜본 정호성 부회장은 "결국 회장의 출연금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며 "한쪽은 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엉터리로 쓸 것 같으니 못주겠다고 한 것 아니냐"고 탄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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