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감귤 생산량은 70여만 톤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년도의 적은 생산량에 비추어 해거리 현상으로 올해는 열매가 과다하게 달릴 예측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정확한 생산량은 ‘감귤관측조사’를 통해 나오겠지만 예년에 비해 많이 달릴 것이라는 생각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

연말 감귤 가격이 걱정이다. 모두가 60만 톤 이내로 양을 줄여야만 제값을 받을 수 있고, 감귤산업이 살 수 있다고 한다. 행정에서는 폐원, 1/2간벌, 봄 전정, 열매솎기 등으로 8만5천여 톤을 감산할 예정이며, 여기에 시범사업인 안정생산 직불제와 시장격리 등을 합쳐 총 12만 톤을 감산해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로, 감산과 더불어 감귤의 품질까지 좋게 하는 1/2간벌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양이 줄어들 뿐더러 햇볕이 잘 들어 당도가 높아지고 품질이 월등히 좋아지는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귤을 소득원으로 하는 농가의 의지이다. 병원에서 내장지방으로 가득 찬 뱃살을 빼지 않으면 얼마 못가 위급한 병에 걸리고 곧이어 죽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치자. 대게는 살을 빼려고, 더 살아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술과 담배도 줄이고, 평소 안하던 운동도 시작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올해의 감귤 생산량이 고도비만(高度肥滿) 수준으로 진단되고 있다. 그렇다면 양을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남의 눈치나 보며 말로 그칠 것이 아니라 팔을 걷어 부치고 감귤나무에 달라붙어야 한다. 양을 줄이지 않으면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소득이 줄고, 지역경제가 얼어붙는다는데 못할 것이 무엇인가?

한비자에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사자성어가 나온다. 밭을 갈던 농부가 있었는데, 토끼가 쏜살같이 달리다가 나무 밑둥치에 부딪쳐 죽은 것을 보고 쟁기를 버려두고 나무 밑에서 또다시 토끼가 부딪쳐 죽기를 바란다는 고사(古事)이다.

행여나 우리 감귤농가 중에 작년에 잘 받은 감귤 값을 보고 또다시 올해도 그러하리라고 착각 속에 빠져 나무 밑둥치를 지키고 앉아있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 남들은 살아보려고 열심히 감산운동에 동참하며 제주 전체가 들썩이는데 자신만 슬그머니 빠져 무임승차(無賃乘車) 하겠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올 연말, 우리가 수확한 감귤이 소비자들에게 성황리에 팔려 나가고 우리 감귤농가의 얼굴에 웃음이 그치지 않는 그날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자고 호소한다. 더불어 모든 감귤농가의 자발적인 감산 노력과 이에 호응하는 도민 모두의 성원이 제주 감귤을 살리고,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현실을 공감하였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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