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 카운터 펀치 기절시켜 놓고 산소호흡기만 달아줘
'협치' 카드에 애매해진 인사청문회, 앞으로도 이렇게?

▲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 현장. ⓒ뉴스제주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가 지난 27일 실시된 인사청문회에서 넉다운 당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이 '이대로면 거의 부적격'일 것 같은 확신이 들어찼을 정도였다. 과거 공직시설 비위를 저질렀던 행태부터 전문성 함양 부족까지 여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박원철) 소속 도의원들은 그 누구도 덕담을 건내지 않았다. 심지어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난 뒤 채택한 심사경과 보고서에서 조차 '긍정적'인 단어는 단 한 글자도 없었다.

지난 이기승 전 제주시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 구성지 제주도의회 의장은 심사경과 보고서에 '적격'이나 '부적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이 때문일까. 도의원들은 인사청문회 심사경과 보고서에 이러한 단어를 싣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보고서 내용이 애매해졌다. 이성구 예정자에 대한 여러 문제점들을 나열했지만 정작 "그래서 이러하다"는 식의 결론은 도출하지 않았다.

▲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 ⓒ뉴스제주

사실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이성구 예정자에 대해 비판 일색이다.

의원들은 이 예정자가 질의에 소신없이 불성실한 답변 자세부터 지적했으며, 환경보전을 내세우는 원희룡 도정 철학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으로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직무수행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 예정자는 풍력발전사업의 부작용을 인식하지 못해 편파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고 지적당했으며, 목표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전문성이 부족해 보였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게다가 명퇴 후 A기업 상임고문으로 들어가 6억여 원에 달하는 관급공사를 따내는 등 전형적인 관피아 모습을 보였으며, 공직시절 정치인에게 불법 후원을 하고, 경작도 하지 않으면서 농지원부를 등재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매매과정에서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고해 세금탈루 의혹을 받았다. 도청 교통행정과장 재임 시절, 농업법인회사가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서류를 작성해주기까지 했다.

이에 도의회 농수위는 이 예정자에 대해 ▲윤리의식이 부족하고 ▲사장으로서의 전문수행 능력에 다소 의구심이 생기며 ▲원 도정의 방침과 제주에너지공사의 철학 및 협치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김천문, 허창옥, 강연호, 박원철, 하민철, 좌남수, 위성곤 의원. ⓒ뉴스제주

이러한 평가만 놓고보면 완연한 '부적격'이다.

의원들은 인사청문회 링 위에서 원투,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넉다운 시켜버린 이 예정자에게 산소호흡기를 대줬다. 공식적인 부적격 신호를 내지 않으면서 결정은 원희룡 지사가 하라고 떠 넘긴 것이다. 이제 쓰러진 이 예정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원 지사 밖에 없다.

원 지사가 내세운 인사들 중 인사청문회를 거쳐 자리에 임용된 이는 박정하 정무부지사 뿐이다. 원 지사의 인사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자 도의원들도 부담감으로 느껴지는 것으로 비춰진다.

도의회는 원 지사의 '협치'를 가져와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에도 명시돼 있지 않은 인사청문회를 하기로 집행부와 합의했다. 하지만 정작 실시해 놓고 보니 연이은 '낙마'로 이어지고 있다. 이 예정자도 그러한 수순을 밟게 될 조짐이다. 도의원들도 열심히 두들겨놓고 보니 이제와서 미안해지는 걸까.

펀치를 날리는 선수나 넘어보겠다고 덤벼든 선수나 모두 경기를 치르는 목적에 대한 사명감은 흩어지고 애매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앞으로 도의회는 5번(제주시장, 발전연구원, ICC제주, 감사위원회, 도개발공사)의 인사청문회를 더 실시해야 한다. 부담감은 날로 더 커져만 간다. 이에 도의회는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되 결과는 밝히지 않고 원 지사에게 떠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원 지사는 매번 인사청문회 결과를 놓고 고심해야 처지에 놓였다.

부적격은 아니니 이 예정자를 자리에 임명할 순 있겠지만, 뻔히 보이는 '부적격' 인물을 그대로 자리에 앉히기엔 껄끄럽다. 사실 원 지사는 인사청문회가 어떻게 됐던 상관없이 그냥 자리에 앉힐 수 있다. 하지만 그러자니 '협치' 모양이 이상해진다. 원 지사는 또 다시 흰 수건을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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