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주민동의 필요 없는 72세대 건설, 법망 피하려는 국방부 ‘꼼수’
“겉으로만 강정마을 위하는 척, 행정과의 관계 단절하겠다”

▲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공사를 강행하자 30일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통장직 반납을 선언하며 행정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제주

제주해군기지 군관사 공사 강행에 반발하며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서귀포시로부터 임명받은 통장직을 반납하겠다고 선언했다.

서귀포시는 각 마을에서 선출된 회장을 통장으로 임명하고 있다. 조 회장의 직책 반납은 곧 행정과의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는 30일 낮 12시30분께 서귀포시 강정마을 평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의 자치결정권을 짓밟는 군관사 건립을 즉각 취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해군은 지난 14일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건설현장 서쪽 부지에 연면적 6458㎡에 지상 4층 5개동 72세대 규모의 군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강정마을회는 “마을 동의 없이 건립하지 않겠다는 발표와 달리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2012년 6월 10일 열린 마을임시총회의 결과와 3차례의 주민설명회를 통해 보여준 주민들의 반대 의지는 애초부터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해군은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 일원 9만9500㎡부지에 616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군관사 건립을 계획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72세대 규모로 대폭 축소했다.

그러나 강정마을회는 군관사 규모 축소가 환경영향평가나 주민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규모로축소해 법망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입장이다.

▲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는 30일 낮 12시30분께 서귀포시 강정마을 평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의 자치결정권을 짓밟는 군관사 건립을 즉각 취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제주

건축허가를 내준 제주도정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15일 주민과의 간담회 이후 강정마을회에 보낸 추가답변에서 ‘군관사 사업은 사업주체가 해군이기 때문에 도정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으며 이미 10월 7일자로 건축허가가 난 상황으로 공사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정마을회는 “공사에 영향을 못 미치면서 주민 의사를 어떻게 반영하겠다는 것이냐”며 발끈하고 나섰다. 주민들의 반대 입장을 알면서도 건축허가를 내준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강정마을회는 “순수한 국방군사시설인 군관사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은 명백한 해군기지의 확장”이라며 “강정마을 치유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조경철 회장은 “원희룡 도정이 겉으로만 강정마을을 위하는 척하고 있다”며 “이번 공사 강행을 계기로 행정과 벽을 쌓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강정마을 주민들은 25일부터 24시간 교대로 평화센터 앞에서 군 관사 건설부지로 향하는 입구를 막고 공사 강행을 저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