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자치연대 이군옥 대표

▲ 탐라자치연대 이군옥 대표ⓒ뉴스제주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사회 현실은 어둡고 슬픈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는 정치와 소통의 부재, 제도의 빈곤, 자본주의의 욕망, 기득권의 욕심, 소외와 배제의 고통, 갑을관계의 아픔, 안전사고의 공포와 같은 문제가 배회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 모멸, 수치, 분노, 좌절, 단절의 감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언론들도 위험사회, 불안사회, 절벽사회, 피로사회라는 기획 기사를 몇 차례씩 쏟아내고 있다. 바다에서는 수백 명의 승객을 실은 배가 가라앉고 육지에서는 지하철, 전철이 탈선 충돌하고 버스터미널과 요양원 같은 대형 건물들은 불타고 있다. 대구 케이블카 급발진 사고, 거제 유람선 기관고장 사고, 독도 여객선 엔진 고장, 야외공연장 환풍구 덮개 붕괴사고, 방사능 유출 은폐 사고 등 연이어 사건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건 사고를 만나 다치고 죽을지 모르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무런 자연재해도 없이 순전히 사람의 잘못과 실수로 인한 인재였다. 국민으로부터 그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지만 중앙정부는 재난 등 국민의 위험과 불안 해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치안을 책임지고 범죄를 척결해야 할 경찰과 검찰은 현장에 없다. 박근혜정부는 국가 개조 수준으로 안전시스템을 고치겠다던 호언장담하였지만 세월호 참사가 터진 이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위험이 도를 넘어 대다수가 불안에 떨고 있다. 불안에 떠는 국민을 안심시키고 피로감을 덜어줄 새끼손가락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

사람에게 손가락은 다섯 개이다. 엄지손가락은 일등, 우두머리를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인지는 방향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중지는 어린아이들 구슬치기할 때 사용하기 편하다. 약지는 가장 청결하다. 그래서 엄마가 어린 아기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가루약과 물약을 섞을 때 사용한다. 가장 볼품없는 새끼손가락은 콧구멍을 후비는 데에는 안성맞춤이다, 콧구멍이 무엇인가? 숨통이다. 숨통이 막히면 죽는다. 숨통을 열어주는 일을 하는데 별 볼일 없는 새끼손가락들이 나서서 한다.

새끼 손가락은 또한 약속이다. 사람과 사람의 약속은 인격 문제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약속할 새끼손가락이 먼저 나간다. 가장 못나 보이고 없어도 괜찮을 것 같은 세끼손가락이 나를 대표해서 약속장소에 나가는 것이다. 다섯 손가락 가운데 가장 작고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듯 해도, 새끼손가락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엄지도 중지도 아닌 새끼손가락의 약속을 다시 가슴속에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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