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마공원 산재율 27.9%, 5명 중 1명꼴로 다쳐
타 지역보다 산재 많지만 입원율↓ "한정된 인원…다쳐도 참고 근무"

3년 전 제주경마공원에서 50대 마필관리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제주경마공원의 산재율은 매해 치솟아 올해는 우리나라 평균의 40배를 찍었다. <뉴스제주>는 매일 추락하고 밟히는 일상 속에서 까맣게 멍든 마필관리사들을 만났다. 이들의 높은 산재율의 중심에는 마사회와 조교사협회가 얽힌 변종적인 고용관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 편집자 주

▲ 제주경마공원에서 근무하는 이춘석(가명·49)씨는 말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왼쪽 다리의 뼈와 열골이 파열돼 두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아직도 입원 중이다. ⓒ뉴스제주

제주 마필관리사 5명 중 1명 산재 판정

2011년 3월 26일 새벽 6시. 마필관리사 故반흥환(당시53)씨는 캄캄한 어둠과 찬바람을 뚫고 여느 때와 같이 제주경마공원에 출근했다. 반씨는 갓 들어온 신마(新馬) 훈련시키기 위해 마방(마구간)으로 들어갔다. 말을 데리고 나오려던 찰나 인기척에 놀란 말이 반씨를 습격했다. 순식간에 말과 마신봉 사이에 낀 반씨는 흉부에 큰 충격을 받고 압사했다.

2014년 8월 27일 아침 7시40분. 이춘석(가명·49)씨는 제주경마공원 경주로에서 말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출발대에서 훈련을 받던 경주마가 갑자기 기수를 떨어뜨리고 이씨를 향해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돌진하는 말과 충돌해 왼쪽 다리의 뼈와 무릎 연골이 파열됐다. 결국 두 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아직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 송명호 마필관리사노조 제주지부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故반흥환씨가 말과 마신봉 사이에 끼어 숨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제주

올해 9월 기준 제주경마장의 산재율이 27.9%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평균 산재율 0.7%의 40배에 달한다.

산재 판정을 받은 38건 중 기수 사고를 제외한 22건이 마필관리사의 산재건수다. 지난해 11건에 비해 정확히 2배 늘었다.

제주경마장에 근무하는 관리사는 총 103명. 5명 중 1명이 산재 판정을 받은 셈이다. 여기에 공상처리되거나 경미한 부상까지 합치면 사고율은 30~40%를 훨씬 웃돈다.

말을 사육·관리하는 직업인 마필관리사는 마분제거에서 경주마 훈련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경주에 나가기 전 안장과 고삐를 채우고, 흙투성이가 된 말을 목욕시키는 것도 관리사의 몫이다.

대부분의 일상을 민감한 말과 함께하는 관리사들은 그만큼 높은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주로 악벽마(난폭한 말)를 길들이고 신마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추락하거나 발길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 발굽에 밟히거나, 좁은 발주기나 마방에서 말과 벽 사이에 끼이기도 한다. 심지어 사료를 주다가 머리를 물리는 아찔한 경우도 있다.

흔히 말 뒷발굽에 맞는 것은 시속 120km의 볼링공에 부딪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장기 손상을 물론이고 두개골도 함몰시킬 수 있는 엄청난 위력이다.

▲ 산재 후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가 서울과 부산은 80% 이상이지만 타 지역보다 산재율이 높은 제주는 55%에 불과하다. ⓒ뉴스제주

얼마 전 말 뒷발굽에 차여 얼굴 전체가 함몰된 정승우(가명‧31)씨는 2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마필관리사를 그만뒀다.

제주지역 관리사들의 산재율은 타 지역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올해 9월 기준 서울경마공원은 17.8%, 부산경마공원은 11.2%를 기록했다. 이는 모두 지난해보다 3~4% 낮아진 수치다. 

그러나 부상자 중 입원 치료를 받는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서울과 부산의 경우 80% 이상, 제주의 경우 55%이 병원에 입원해 안정적인 치료를 받는다. 요양 기간도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짧은 편이다.

송명호 마필관리사노조 제주지부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다른 지역 관리사들보다 덜 다쳐서가 아니라 자기가 입원하면 다른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또 그만큼 다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참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멍든 마필관리사中] 제주경마공원, 신마(新馬)의 홍수'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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