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사 소속 마필관리사, 실질적 사용자는 한국 마사회?
위험성 높은 기수·관리사 직접고용 안 해… 문제시 법적 책임 회피

▲ 제주경마공원. ⓒ뉴스제주

3년 전 제주경마공원에서 50대 마필관리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제주경마공원의 산재율은 매해 치솟아 올해는 우리나라 평균 산재율의 40배를 찍었다. <뉴스제주>는 매일 추락하고 밟히는 일상 속에서 까맣게 멍든 마필관리사들을 만났다. 이들의 높은 산재율의 중심에는 마사회와 조교사협회가 얽힌 변종적인 고용관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 편집자 주

두 얼굴의 마사회… ‘위험의 외주화'

▲ 전국 마필관리사의 74%가 산재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곳으로 마사회를 꼽았다. ⓒ2013 마필관리사 산재문제 및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 자료집

‘2013 마필관리사 산재문제 및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 자료집’에 따르면 전국 마필관리사의 74%가 산재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곳으로 마사회를 꼽았다. 이어 조교사 12%, 마주 4% 순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마사회는 모든 법적인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 매우 복잡하고 변종적인 고용 구조 때문이다.

1993년 '개인마주제'가 실시되면서 국가가 말을 출전시키는 게 아니라 마주가 출전시킬 말을 마사회에 등록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그러면서 마주는 말을 훈련시킬 조교사와 위탁계약을, 또 조교사는 1명당 평균 5명의 관리사와 개별 고용계약을 맺게 됐다.

경마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원청’ 격인 마사회가 거둬들인 후 마주와 조교사, 마필관리사 순으로 하향 배분된다. 일종의 간접고용인 셈이다.

▲ 경마상금 지급 체계도. ⓒ2013 마필관리사 산재문제 및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 자료집

문제는 관리사와 법적으로 노사관계에 있는 조교사가 아니라 마사회가 실질적인 사용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사회법상 마필관리사는 교육과 제재의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한국마사회법에 따르면 마필관리사의 고용승인은 각 경마장 담당부서에서 진행하고, 조교사는 마사회가 승인을 거부한 사람과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결국 최종적인 고용승인권을 마사회가 갖는 셈이다.

또 마필관리사의 임금재원이 한국마사회가 책정하는 상금과 위탁관리비, 경주장려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지급의 주체가 마사회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경마공원의 높은 산재율 또한 마사회의 자체 규정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올해 초 마사회가 결정한 입사두수 상향 조절과 신마 유입 등이 1년새 2배로 급증한 관리사 산재율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송명호 마필관리사노조 제주지부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제주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 당시 조교사 측에서는 산재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조교사와 마사회 모두가 모든 책임의 화살을 관리사들의 경각심 부족으로만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 부위원장은 “예산, 인력운영, 시설 관리 등 전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질적인 관리·감독의 주체가 마사회”라며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는 마사회는 관리사를 직접 고용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 7일 제주지역 마필관리사들이 제주경마공원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마사회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제주

실제로 마사회의 간접고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마사회가 간접고용한 노동자는 총 7147명으로 전국 295개 공공기관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1일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295개 공공기관 고용형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 마사회는 지난 6년간 447명의 간접고용 노동자를 늘렸다.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다. 위험성이 높은 기수와 조교사, 관리사 등을 모두 직접고용 대상에서 배제하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으로부터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구조다.

권태록(50) 제주경마공원 경마팀장은 “제주경마공원이 처음 설립됐을 때부터 관리사들은 조교사 소속이었다”며 “승인심사는 마필관리사의 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측면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과 고용, 권한과 책임이 분리된 간접고용의 폐해 속에서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박탈당한 마필관리사들이 멍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뉴스제주-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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