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학범슨' 김학범(54) 성남FC 감독이 제자 최용수(41) FC서울 감독을 '한 수' 가르쳤다.

김 감독은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말 한마디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결승전을 미디어데이의 관전 포인트는 역시 '기싸움'이다. 그라운드에서의 일전을 앞두고 벌이는 양팀 간의 묘한 신경전은 스포츠팬들에게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도 치열한 설전이 오갔다.

뛰어난 전술가로 '한국의 알렉스 퍼거슨(73·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즉 학범슨으로 불리는 김 감독이 단연 돋보이는 입담을 과시했다.

‘FA컵 준결승에서 성남이 전북현대를 꺾고 결승에 오르자 서울 선수들이 구단 버스에서 환호를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그런 행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며 "서울은 K리그에서도 수비가 가장 강한 팀 중 하나다. 우리도 서울 못지않은 수비력을 갖고 있는 만큼 상대 공격수를 철저히 막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점잖게 운을 뗀 김 감독은 곧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리는 서울보다 별(우승 횟수)이 훨씬 많다. 정규리그에서만 7개의 별을 달았다"고 운을 뗀 뒤 "서울은 지금까지 몇 개의 별을 달았나"라며 최 감독의 얼굴을 응시했다.

김 감독의 재치 있는 대응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고 최 감독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최 감독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던 김 감독은 "선수시절 최 감독은 그야말로 천방지축이었다. 사실 그때는 최 감독이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그랬던 최 감독이 완전히 달라졌다. 정말 훌륭한 지도자가 됐다. 이제는 내가 '여우' 최 감독에게 많은 것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미디어데이 분위기를 좌지우지했다.

최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지금 당장은 성남보다 별이 적지만 서울은 앞으로 그 수를 더 늘려나갈 것"이라며 "존경하는 김 감독님과의 대결에서 꼭 이기겠다. 이번 주말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 간의 설전도 이어졌다.

선수대표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진규(29·서울)는 "김 감독님의 '별 이야기'는 신경 쓰지 않겠다"며 "최근 성남과의 홈경기에서 진 적이 없는데 징크스는 쉽게 깨지지 않는 다는 것을 이번에도 증명해보이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수비수만큼 결승전 무실점이 내 최우선 목표다"며 "그런데 어제 생각을 해보니 성남 골키퍼들은 (수트라이커인)나에게 다 한 골 씩은 실점을 했더라. 이번 결승전에서는 그런 기억을 살려 공격적인 모습도 보이겠다"고 도발했다.

이에 박진포(27·성남)는 "서울에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많다. 모든 공격수들이 경계 대상이다"며 "개인적으로는 (김)진규형이 실수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서울과 성남의 FA컵 결승전은 오는 23일 오후 2시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우승팀에는 상금 2억원과 트로피 그리고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서울은 1998년(당시 안양LG) 이후 16년 만에 FA컵 결승에 올랐다. 통산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성남은 세 번째 FA컵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지난 1999년(당시 천안일화)과 2011년 우승을 차지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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