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제주4.3평화포럼 20일 개최
안경환 위원장, '제주4.3, 인권의 변방' 기조강연

4.3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단순히 잘못된 과거사실 적시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안경환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은 지난 20일 개최된 제4회 제주4.3평화포럼 기조강연 '제주4.3, 인권의 변방'을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이날 강연에서 안 위원장은 "젊은 제주의 세대에게 그간 4.3은 정체모를 원형의 두려움 그 자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4.3은 기억해내는 것이 곧 투쟁(기억투쟁)이라는 말처럼 심연의 구석에 유폐돼있는 기억을 희미해지는 세월의 매커니즘을 타고 다시 길어 올리는 것은 더 이상 '당한자'들만의 고통스러운 의무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기억하고자 버둥거리는 것에 대응해 '국가의 의무 부작위' 역시도 폭력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장막을 걷고 심연에서 끄집어내는 기억의 재생은 곧 여전한 두려움의 환기"라며 "그 두려움의 실체를 직면하고 응시해야 할 의무는 우리 사회 전체에 지워져 있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변방에서 흘려보내는 원류가 중앙의 지형을 바꿔내는 것처럼 한국사회의 오늘을 말하기 위해서라도 4.3과 인권은 '종북' 이름표를 단 좌파의 위험한 의식무기로 매도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4.3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명예획복이 단순히 잘못된 과거사실의 적시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살아남은 자의 증언과 기억이 앞으로의 남은 삶에도 드리워질지 모를 심연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라 피력했다.

이와 더불어 ▲여전히 창궐하는 레드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것 ▲평화와 인권의 본향으로서의 제주를 위치매기는 것 ▲후세의 기억의 표면화를 통해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는 공권력의 잔인한 발동을 경계시켜야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임을 상기했다.

안 위원장은 "후세들에게 세상은 넓고, 세계가 깨어있으며, 인권을 신봉하는 세계시민은 고귀한 인간성을 유린하는 그 어떠한 제도적 폭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제4회 제주4.3평화포럼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이문교) 주최, 제주4.3연구소(이사장 김상철), 제주대탐라문화연구원(원장 김동윤)이 공동 주관한 가운데 20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2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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