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질 대로 부서진' 모래… 발암물질 ‘유리규산(SiO2)’ 검출
향후 제주경마장 근로자 산재 신청에 영향 미칠 듯

▲ 제주경마공원에서 근무하다가 폐암에 걸린 마필관리사가 첫 산재 승인을 받았다. ⓒ뉴스제주

제주경마공원에서 근무하다가 폐암에 걸린 마필관리사가 첫 산재 승인을 받았다.

이번 산재 승인으로 경마장 모래에서 검출된 1급 발암물질 유리규산(SiO2, Free silica)에 의해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향후 제주 경마장 근로자들의 산재 신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3년간 제주경마공원에서 말을 사육·관리해온 강상봉(48)씨는 지난해 11월 폐결절이 의심돼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1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후 암세포가 퍼진 폐 좌상엽 부분을 모두 제거하는 수술을 치른 강씨는 반년간 항암치료 받으며 병마와 싸웠다.

강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접수한 건 3월 18일이다. 이후 마필관리사의 업무와 폐암 발병 사이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직업성폐질환연구소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지난 6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연구소는 ‘조마삭 운동을 시키는 원형마장의 바닥 모래에서 폐암 발암물질인 결정형 유리규산(석영)이 검출됐다’는 소견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제출, 11월 12일 최종 승인됐다.

▲ 말을 사육·관리하는 직업인 마필관리사는 마분제거에서 경주마 훈련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사진은 제주경마공원 마방 전경. ⓒ뉴스제주

지난해 11월 폐암 선고를 받은 지 꼬박 1년만이다.

강씨는 “매일 말발굽에 부딪히는 경마장 모래는 부서질 대로 부서져 완전히 가루가 되는데, 교체주기가 되면 이 모래를 연습마장으로 옮겨 재활용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벤젠, 석면과 함께 1급 발암물질로 꼽히는 유리규산은 1997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회에서 발암성이 인정됐다. 

흔히 채석장이나 탄광의 돌가루 등에서 검출되며 진폐증과 폐암, 폐결핵 등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로 알려졌다.

공기업 한국마사회(KRA)가 운영하는 제주경마공원의 모래에서는 지난해 0.025㎎/kg의 6가크롬(Cr6+)도 검출된 바 있다. 기준 허용치 5㎎/kg에 미치지 않는 소량이지만 발암물질이기는 마찬가지다.

근로복지공단 제주지부 관계자는 “과천 서울경마공원과 동일하게 유리규산에 의한 발병이 입증되면서 산재 승인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근무하다 폐암을 선고받은 마필관리사 3명의 산재를 승인한 바 있다.

[뉴스제주-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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