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 타깃 ‘제주황금버스’...정작 중국인은 외면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이색 시티투어버스(City Tour Bus) ‘제주황금버스’가 정작 중국인뿐만 아니라 내‧외국인 관광객도 외면하면서 향후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시범운행에 들어간 제주황금버스는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시티투어사업이다.

이 사업은 외국인 개별관광객 증가에 따른 관광 및 교통 편의를 제공하고 아울러 제주시내 관광지를 비롯해 중앙지하상가, 전통재래시장 등 신도심과 구도심을 연계하는 코스를 경유해 지역상권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추진됐다.

황금버스는 하와이, 괌 등 해외 주요 관광지에서 운행되고 있는 트롤리형 버스를 모티브로 삼아 제작됐는데 주요 타깃은 제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77.6%에 이른다. 그만큼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뜨겁다.

때문에 제주황금버스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 지난 11일 시범운행에 들어간 '제주황금버스' ⓒ뉴스제주

중국인 관광객 탑승 여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뉴스제주>는 최근 제주황금버스에 몸을 실었다.

황금버스는 현재 1대만 운행되고 있었다. 이달 말까지 시범운행 기간으로 정하고 오는 12월 부터는 1대를 더 추가해 총 2대의 버스를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운행 기간 동안은 승차요금 역시 무료다.

제주웰컴센터에 주차되어 있는 황금버스의 겉모습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만큼 버스의 내‧외부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색깔인 황금색으로 도색되어 있었고, 차량번호 역시 ’부‘를 상징하는 숫자 8로 구성되어 있었다.

화려해 보이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일반 관광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점이라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외국어가 가능한 통역사(안내원)가 동승 한다는 점이다.

이 통역사는 관광객들에게 통역 안내 및 승하차를 지원하고 있었다. 또 하나 일반 관광버스와 다른 점은 각 좌석마다 안내시스템(번역헤드셋)이 장착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안내시스템은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버튼 하나로 4개 국어를 번역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몇 몇 헤드셋은 2채널이 아닌 1채널만 작동하고 있어 한쪽 귀로만 번역된 언어를 청취할 수 있었다. 이 부분은 점검이 필요해 보였다.

각각의 좌석 등받이에는 황금버스의 간략한 소개와 주요 코스를 소개하는 홍보용 리플렛과 모바일 할인쿠폰 리플렛이 비치되어 있었다. 숙박시설 안내 및 맛집 등의 대한 정보를 담은 리플렛은 전무했다.

▲ 일부 안내시스템(번역헤드셋)은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제주

정각이 되자 황금버스는 예정된 운행을 시작했다. 필자를 제외하고 제주웰컴센터에서 승차한 인원은 총 3명에 불과했다. 모두 내국인 관광객이었다.

제주웰컴센터를 출발해 바오젠거리, 시외버스터미널, 제주시청, 민속자연사박물관, 국제여객선터미널을 지나는 동안 단 한 명의 관광객도 승차하지 않았다.

이후 버스가 동문재래시장에 다다르자 3명이 하차하고 2명의 관광객이 승차했다. 이들 또한 내국인 관광객이었다. 약 2시간 동안 황금버스에 탑승한 인원은 총 5명에 불과했고 중국인 관광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황금버스가 시내를 경유하는 동안 일부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그저 버스를 신기한 듯 바라만볼 뿐 선뜻 버스에 몸을 싣지는 않았다. 황금버스가 어떤 용도로 운행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승차율은 저조할 수 있다. 그러나 11월 말까지 무료승차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황금버스의 승차율은 처참할 정도로 저조했다. 그만큼 홍보가 덜 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홍보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색시티투어버스가 ‘이색’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황금버스는 제주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주시티투어버스와 유사한 ‘순환형 테마코스’다. 두 버스 모두 제주시내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데 코스 대부분이 겹친다.

가격도 문제다. 황금버스의 성인요금은 1만2000원이다. 기존 제주시티투어버스와 비교해 보면 무려 2배가 넘는 가격이다.

게다가 황금버스는 타 지역의 시티투어와 비교할 때 제휴할인이 다양하지 못한 단점도 가지고 있다.

현재 황금버스 티켓으로 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는 곳은 일부 관광지와 중앙지하상가, 동문재래시장, 서문시장 정도다. 더구나 황금버스 스티커가 부착된 매장이 아니면 할인 적용이 되지 않는다.

반면 부산시티투어버스의 경우 문화적으로 좀 더 다양한 할인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다. 티켓 하나면 부산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K-POP CINEMA, 골드테마거리, 커피숍 등 다양하게 할인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탑승권 할인도 적용된다. KTX를 포함해 에어부산과 국제크루즈, 요트 등 테마형 코스에 한해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다. 부산시티투어버스 이용객(올해 3월 기준)이 100만 명을 돌파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정리해보면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주황금버스를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첫째 제주시티투어버스와의 차별성 결여, 둘째 비싼 가격, 셋째 할인 제휴 부족 등이다.

부산시티투어를 비롯해 서울과 울산 등 타 지역은 홈페이지를 통해 시티투어 코스의 세부적인 안내와 더불어 예약이 가능하지만 황금버스는 온라인 예약이 불가능하다. 아직까지도 홈페이지가 구축되지 못한 탓이다. 

24일 현재 황금버스가 시범운행에 들어간 지 어느덧 2주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홈페이지조차 구축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업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 내.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제주황금버스' ⓒ뉴스제주

양인택 (사)제주관광진흥회 사무총장은 황금버스를 두고 ‘빈곤버스’라 불렀다.

양인택 사무총장은 “황금버스는 제주에 들어온 사람에 한해서 호객하는 형태다. 신규 시장을 창출해야 할 단체가 다른 회사에서 유치한 인원을 호객하고 있다”며 “홈페이지도 아직 구축하지 않았다. 인터넷 시대에 맞춘 정보구축 기반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관광객들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코스를 원한다. 황금버스에는 해설사가 없다. 통역사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멀티미디어로 충분하다. 도민의 혈세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부터 황금버스는 주먹구구식으로 시행됐다. 시행 전부터 위원회를 구성하고 시티투어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애초부터 사업 의지가 없었던 거다. ‘황금버스’가 아닌 ‘빈곤버스’라고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제주 - 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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