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대위, 김형오의장 제주방문 맞춰, 서한문 전달

[전문, 제주 해군기지 건설문제 해결을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님께 드리는 글]

혼미한 정치상황을 헤쳐나가고, 상생과 화합의 성숙한 정치문화를 키워나가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애쓰시는 국회의장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국회의장님의 제주방문과 관련해 저희의 애끓는 한과 여망을 담아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됨을 깊이 해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제주만의 사안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지금 제주에서 추진되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은 우리나라 군사방위력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전력사업으로서 매우 중요한 국가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국책사업의 추진과정이 너무도 허술하고도 안이함 속에서 주민여론위에 군림하여 추진되는 것에 대해 국민으로서 매우 비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주민동의 없이 일방추진되는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해군은 지난 2002년부터 제주를 대상으로 첨단무기체계를 동반한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군은 최초 사업예정지인 안덕면 화순항, 남원읍 위미항, 그리고 지금의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이르기까지 7년여 동안 번번히 주민반대에 부딪혀 왔습니다.

이는 해군의 정상적이지 못한 추진방식과 거짓된 홍보로 일관한 무리한 행보에 그 원인이 있었다는 것은 도내 여론은 물론, 지난 정부시절부터 정부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해군은 지난 2007년 지금의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제주도정과의 협의에 의해 잘못된 여론조사로 최종후보지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 지역주민과의 협의는 커녕 단 한 차례의 제대로 된 설명회 조차 없었습니다.

당시 강정마을이 최종후보지로 결정되게 만든 여론조사는 그 위법부당함이 제주도의회 행정조사,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로도 이미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까지 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제주도지사의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을 사실상 밀어붙이고 있으며, 여기에 해군은 온갖 작전식 수단까지 동원하며 주민위에 군림한 일방행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느 날 군사기지 후보지로 마을의 미래가 결정된 사실에 아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2007년 5월 여론조사에 의한 해군기지 후보지 결정 이후 약 3개월 간의 우여곡절 끝에 주민총회를 통해 당시 이의 해군기지 유치를 음모적으로 추진했던 마을회장을 주민총의에 의해 해임시키고, 2007년 8월 20일에는 선관위 자문에 의해 민주적인 주민투표를 실시하였고, 이 결과 반대 680명-찬성 36명-무효 9표로 공식적인 반대입장을 결정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작년 9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이름만 바꾼 제주 해군기지 사업을 현재까지 일방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우리는 국민으로서 국가안보의 중요성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갈등과 고통을 수반하며 이뤄지는 군사기지가 어떻게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일 따름입니다. 비단, 국방군사시설이 아니더라도, 1조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 최소한의 주민의 지지조차 끌어내지 못하고, 주민의사위에 군림하려고만 한다면, 그것은 결국 실패한 사업으로 끝나고 말지도 모를 것입니다.

제주의 대표경관이자 천혜의 생태계지역인 강정마을이 왜 해군기지 후보지가 되어야 하는지 도민들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해군기지 사업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해양생태계보전지역 등 5개의 보호구역으로 둘러쌓인 제주 천혜의 자연경관지이자 대표적인 해양생태계보호지역입니다. 해군기지 사업부지를 포함한 강정마을 해안은 이미 문화재청에 의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강정마을을 포한한 서귀포 해역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연산호 군락의 자연상태를 전형적으로 잘 보여주는 특징적인 곳으로 분포상 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이렇듯 귀중한 국가생물자원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군사기지 건설로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생물주권시대라고 하는 오늘 날, 군사안보와 생물주권의 문제를 놓고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오로지 안보의 논리만을 내세우며 이를 전가의 보도처럼 모든 것의 우위에 놓는 식의 사업추진은 그것이 아무리 국가사업이라 할지라도 옳지 못한 일입니다.

따라서 해군기지 건설사업 추진 이전에 먼저, 제주의 가치이자 국가자산이기도 한 강정마을 해역 연산호 군락 등 해양생태계에 대한 보다 정밀하고도 객관적인 조사와 이에 따른 입지가능성검토가 매우 신중하게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평화의 섬 제주는 군사안보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한 평화지대(Peace Zone)로서 나아가는 것이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제주는 지난 2005년 1월, 제주특별법에 의해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의 섬 지정에 따른 과제는 비단 제주도 차원을 넘는 국가적 과제를 주요하게 상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곳에 주변국과의 군사적 긴장관계를 유발할 수 있는 첨단무기체계를 동반한 대규모 전략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남북문제를 포함, 동북아 교류와 협력을 통한 평화체제수립을 위해 노력해야할 국가적 입장에서 주변국에게 오히려 설득력을 잃어버리는 것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군사적인 이유만으로 추진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반대합니다.

대신에, 제주 4.3문제 해결의 정신이 되었던 화해와 상생을 바탕으로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서 동북아 교류의 장으로 나갈 수 있길 원합니다. 이것이 국익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전략으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은, 이미 지난 시기 여러 관련학자,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지적되어온 바 있습니다.

주민갈등 해결과 합리적인 국책사업 추진을 위해 국회가 나서주십시오.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지금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찬반갈등으로 1년 이상 매우 첨예한 고통에 직면해 있습니다. 같은 마을공동체 구성원끼리는 물론, 가족, 친지들 조차도 해군기지 문제로 서로 등돌린지 오래며, 마을 안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주민갈등으로 인한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뤄지는 해군기지 사업이 과연 얼마나 주민의 지지와 협조속에 상생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제주사회 또한 7년 이상 계속돼 온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여론이 양분되고, 이로 인해 갈등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 문제는 향후 제주발전에 있어서, 반드시 풀고가야 할 매우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어떤 발전책도 단 한치도 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판단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도 당국은 물론, 정부조차 이에 대한 어떠한 처방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지 해군기지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여론을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하고, 몇몇 떡고물책으로 이를 무마하려고 할 뿐입니다.

존경하는 김형오 국회의장님,

이번 국회의장님의 제주방문이 바로 이러한 제주사회의 문제, 주민의 문제로 고착화된 제주해군기지사업 문제 해결의 전기가 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과 해결노력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심지어 제 2의 4.3이라고까지 불려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로 인한 제주사회의 아픔을 국회의장께서 나서서 해결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9. 3. 20

천주교제주교구평화의섬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창훈 제주교구 총대리신부, 강정마을 회장 강동균, 법환 어촌계장 강지준, 제주군사기지저지와평화의섬실현범도민대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임문철․이정훈․박성화․윤용택․정민구․허진영․강병무.박찬식․허영선․이경선․고대언․채칠성․허태준

<고병택 기자/저작권자 ⓒ뉴스제주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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