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외면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
도민 외면하는 문화예술 지원사업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4.12.07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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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앨범 제작 1억원, 앨범은 만들었는데...
제주문화예술재단, 사우스카니발 지원 의뢰에 거절... 왜?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도내 예술인의 도움 요청을 거절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논란의 발단은 제주문화콘텐츠제작지원 사업으로 추진된 '해녀앨범' 제작에서 시작된다.

# 사우스카니발과 해녀앨범, 그리고 제주문화예술재단

지금은 명실상부 제주를 대표하는 밴드가 된 사우스카니발(South Carnival, 리더 강경환).

제주를 넘어 어느덧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해가는 이들도 이렇게 알려지기 전까지 많은 시련과 좌절을 겪어왔다. 밴드의 리더인 강경환(34) 씨는 “가장 서러웠던 건 바로 이 땅, 제주도였다”고 털어놨다.

무슨 말일까. 지난 10월 서울 홍대 일대서 개최됐던 ‘2014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에서 만났던 강경환씨는 “제주 땅에서 활동해 온 우리가 오히려 차별받은 것 같아서 서운했다”며 그간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사우스카니발은 지난 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컨텐츠진흥원으로부터 ‘K루키즈’에 선정돼 앨범 제작지원을 받아 앨범을 발매했다.

그랬더니 제주도청에서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이냐”는 연락이 왔단다. 경환 씨는 이러한 도움의 손길에 그 동안 생각해 왔던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제주도내 공연 문화의 저변이 점차 넓혀지고 있지만 제주시와 동쪽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서쪽에서도 공연을 크게 벌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러자 제주도청은 비영리단체를 만들어서 오면 지원해 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경환 씨는 “음악하는 사람들이 예산을 받아가기 위해 단체를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했다.

그 후 제주도의회와 언론인 관계자 등을 거쳐 제주문화예술재단을 찾아갔다.

경환 씨는 마찬가지로 재단에서도 “문화교류의 장을 여는 페스티벌을 열고 싶다”는 같은 제안을 건넸다. 하지만 재단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경환 씨는 “재단에서는 그런 지원능력이 안 된다. 시 낭송이나 책 발매 정도의 지원밖에 해 줄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앨범 지원 가능 여부를 물었다. 이에 재단 측 관계자는 “신청 기간이 끝났다”는 답변으로 대신하며 지원이 불가함을 알렸다. 이 때가 올해 4월. 경환 씨는 지난 해 11월에도 재단을 찾아갔었지만 비슷한 대답을 들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사우스카니발은 현재까지 정규앨범 1개, 싱글 4개의 앨범을 발표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건 올해 7월 28일에 발매된 <좀녀이야기> 싱글앨범이다. 해녀를 모토로 ‘좀녀’와 ‘어멍’ 두 곡이 담겼으며, 가수 하하가 피처링에 참여하기도 했다.

메이저 레이블 소속이 아닌 모든 가수들의 고민은 앨범 제작비다. 경환 씨는 “다 팔려도 본전이 안 된다. 그런데 얼마 전 여러 가수들이 모여 해녀 이야기를 앨범에 담아 발매했다는 소식을 기사로 접했다”며 “그런데 그 앨범이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1억 원이 지원돼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 제주문화예술재단에서 지원해 만들어진 해녀 컴필레이션 앨범 '해녀, 이름을 잇다'(왼쪽)와 사우스카니발이 해녀를 주제로 발매한 싱글앨범 '좀녀어멍'. ⓒ뉴스제주

#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해녀앨범 제작 지원 사업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올해 제주지역 예술인과 예술단체를 위한 '2014년도 문화예술인 창작지원‘ 6개 사업에 23억 9400만 원을 지원키로 했다.

재단은 3월 17일에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17일부터 31일까지 사업공모를 진행됐다. 이후 4월 15일에 심사를 하고, 4월 21일에 지원사업자들을 선정했다. 총 54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제주문화콘텐츠제작지원 사업에 2개 사업자가 선정돼 각각 1억 원씩 지원받게 됐다.

콘텐츠제작지원 사업 중 '해녀앨범' 제작은 비영리단체인 제주문화컨텐츠연구소가 “제주 해녀, 손을 잡고 이름을 잇다”라는 사업명을 달고 맡았다. 6월 3일에 1차 사업비(6000만 원)를 교부 받은 뒤, 8월 27일에 중간보고회를 실시했다. 앨범은 <해녀, 이름을 잇다>라는 타이틀로 9월 2일에 발매됐다.

사우스카니발이 올해 4월 재단 측에 앨범 제작지원 가능 여부를 물어 본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신청이 끝났다”는 재단의 답변으로 미뤄보면 4월 말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우스카니발은 ‘사업자’가 아닌 ‘아티스트’였기에 얼마든지 재단에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와 연결시켜 줄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또한 ‘해녀앨범’이 제작된다는 사실도 얘기해주지 않아 때마침 해녀 음반을 준비 중이었던 사우스카니발의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경환 씨는 “외할머니가 해녀다. 해녀의 자손인 우리가 정작 해녀앨범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됐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앨범엔 해녀를 주제로 13곡이 담겼다. 가수 정훈희, 한동준, 윤영배, 프롬, 김목인, 한소현, 강아솔 등의 싱어송라이터와 인디밴드 데빌이소마르코, 에브리싱글데이, 로큰롤라디오, 여창가객 이기쁨, 배우 윤희석, 기타리스트 정성하 등 많은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제주 출신 가수가 1명(강아솔)이고, 2명은 타 지방 출신이지만 제주에서 살고 있다. 이외 전부 외지인들이다. 이들은 모두 재능기부 형태로 앨범제작에 참여했다.

사업자는 앨범 수익금에 대해 해녀와 관련된 음식 레시피 개발, 사진집 발매, 스토리북, 단편영화 제작 등의 다양한 콘텐츠 제작비용으로 환원된다고 밝혔다. 앨범 발매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한데 모여 콘서트도 가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8월 27일 중간보고회 이후 멈췄다.

# 제주문화콘텐츠연구소, “넌 누구니?”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제주문화콘텐츠제작지원 사업에 총 4억 원을 배정했다. 공모를 통해 2개 단체를 선정해 1억 원씩 지원했다. 하지만 4억 원 중 6000만 원만 집행됐다. 어떻게 된 일일까.

콘텐츠제작지원 사업에는 ‘제주오페라단’과 ‘제주문화컨텐츠연구소’ 사업자가 선정됐다.

올해 10월 제주도의회에 제출된 재단의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문화컨텐츠연구소엔 1억 원이 교부됐으며, 현재까지 6000만 원이 집행됐다. 이후 콘서트 등 후속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2차 교부(4000만 원) 및 정산이 이뤄져야 하나 어떻게 된 일인지 앨범이 발매 된 9월 2일 이후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재단은 집행되지 못한 불용액에 대해 “아직 사업 시행자가 해당 사업을 집행 중이기 때문에 두고봐야 한다”고 답했다. 사업기간은 12월까지인데 이 답변 시점이 11월 초였으니 후속 작업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업 중단은 올해 9월 말에 터진 ‘제주오페라단 수입액 증발’ 사건 때문으로 보인다. 제주오페라단은 지난해 같은 사업명목으로 3억 원을 지원받고'拏애랑&배비장' 공연을 개최했다. 9월 29일 실시된 제321회 정례회 2013년 회계연도 결산안 심사에서 이 3억 원의 정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도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특히 입장료 수입이 1억 1500만 원 가량 집계됐는데 1450만 원만 신고돼 1억 원이 증발됐다는 지적을 받아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은 큰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 때문에 올해 추가 공연으로 보조받을 예정이던 제주오페라단의 사업도 자연스레 사장되고 1억 원도 집행되지 못했다.

제주문화콘텐츠의 후속사업도 이어지지 않아 <뉴스제주>는 제주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사업시행자인 ‘제주문화컨텐츠연구소’에 대한 정보는 짤막한 단체 소개와 ***처리된 소재지 정보가 전부였다. 관련 홈페이지나 전화번호도 없고 급조된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만을 발견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엔 제주도를 상징하는 심벌마크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마크가 함께 찍혀 있다. 얼핏 보면 제주도에서 출자 또는 출연한 기관으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8월 24일이 첫 게시글이며, 마지막 글이 9월 18일로 총 7건의 게시글이 전부다. 이 외 과거 사업실적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전혀 없다.

도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에 대해 “콘텐츠의 예술적 수월성과 제주문화 홍보 파급효과, 수행단체의 사업추진능력 등을 고려해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선정됐다”고 밝혔다.

허나 결국 콘텐츠제작지원 사업 4억 원 중 6000만 원만 집행되고 3억 4000만 원이 미집행 돼 불용액으로 처리하게 될 판이다. 사업자 선정을 대체 어떻게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 도민은 없는 제주도를 위한 문화예술지원 사업

최근 제주 이주민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이주민들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고 인구유입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문화 소외지역이라는 제주를 강화하기 위해 각종 문화지원 시책도 ‘문화이주민’들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마련되고 있다. 원희룡 지사도 올해 문화 관련 예산을 증액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원 도정 산하 문화준비위원회가 2015년도 예산안에 관광 및 스포츠 예산을 줄이고 문화 예산을 대폭 늘렸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이 오히려 일부 도민들에겐 역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의원들도 “일반 도민은 참여하지 못한 채 전문가들이 모여 대형 사업에만 편성하고 있다”며 예산안 심사를 통해 대폭 칼질했다.

강경환 씨는 “문화 이주민에겐 퍼주면서 재단과 제주도가 뭘 위해 존재하는지,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뉴스제주 - 김명현 기자] 

# 해당기사는 뉴스제주와 연계된 국내,외 언론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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