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생기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장

▲ 이생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장. ⓒ뉴스제주

4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도의 어족자원이 최근 해양환경 변화 및 남획으로 인해 고갈되고 있다. 과거 서식했던 몇몇 조개들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제주를 대표하는 '오분자기' 어획량도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연로한 해녀와 어업인들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뉴스제주>는 제주도의 해양수산 분야를 책임지고 있는 이생기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장을 만나 시급한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연구원은 현재 ‘고품질’과 ‘고부가가치’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환경변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제주도 광어 양식산업이 가격하락 등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해결 방안은?

제주도 광어 양식산업은 1986년 생산량 8톤으로 시작해 지난해 생산량 2만3002톤(2조663억원)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중추 산업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전국 광어 생산량의 62.2%를 점유, 수출물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폐사량이 늘어나고 인건비 및 사료비가 증가, 광어 품질 문제로 가격이 떨어져 많은 양식어업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제주광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원가 절감형 양식 시스템 연구, 백신개발, 항생제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사료첨가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청정하고 안전한 식품으로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안전성 검사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외에 다품종 생산 체재로 전환도 필요하다고 본다. 새로운 육상양식 품종 개발을 위해 제주만의 특화된 지하해수를 이용해 터봇, 줄가자미, 연어류 등에 대한 냉수성 어종 양식산업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광어연구센터 및 수산물 품질 분석연구센터 설립 계획은?

지금까지 30여년간 광어산업은 생산량을 높이기 위한 단순 생산기술 위주로 연구돼왔다. 앞으로는 원가 절감 및 고품질 생산이 필요하다. 2015~2016년 2년에 걸쳐 예산 4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 광어연구센터는 양식시스템, 밀도, 질병적응 연구 등을 실시하게 된다. 이 사업은 2015년도 친환경 양식육성사업 국비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국비가 50% 지원된다.

고품질 수산물 생산의 시작은 질병관리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현재 수산물 안전성 검사는 양식수협, 방역검사나 질병검사 등은 우리 연구원이 하고 있다. 검사업무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 수산물 품질 분석연구센터 건립을 통해 안전, 질병 등 검사업무 통합관리와 함께 양식장 위생 및 기술지도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2015~2017년 3년간 38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 제주도는 4면이 바다인데 어족자원이 많이 고갈되면서 어선 어업인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구어법 개발과 제주 특산어종에 대한 자원회복 연구들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어선 어업종사자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숙련된 어업인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할 뿐더러 고령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현재 인력 절감을 위한 자동화 조업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어선어업은 타 산업에 비해 연료의존도가 매우 높아 유가 상승에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만큼 연료 절감형 어구어법 기술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 향토 어종이면서 제주도에서 다금바리로 더 잘 알려진 자바리를 비롯한 바리과 어류는 FAO(국제식량농업기구)에서도 자원이 감소하는 어종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우리 연구원에서는 지난 2003년부터 바리과 어류 종자생산 기술개발을 통해 자원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바리과 어류는 연안 정착성 어종으로 이동 범위가 크지 않기 때문에 종묘를 생산해 방류할 경우 그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도 자바리 5만마리를 주 어획지역인 모슬포 주변해역에 방류했다.

■ 제주도에 서식했던 조개류, 자원회복 연구는?

제주도에는 과거 조개류 8종이 서식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양환경 변화 및 남획으로 인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애월읍 곽지리에 서식하는 개량조개와 성산읍 통밭알에 서식하는 바지락의 종자생산 기술을 확립, 현재까지 110만마리를 방류했다. 앞으로는 조개류 종자생산을 점차적으로 늘려 자원회복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 이생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장. ⓒ뉴스제주

■ 연안어장 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잠수 어업인들이 고령화되고 있다. 자원조성사업 방향은?

도내 잠수어업인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주 소득원인 소라, 전복, 오분자기 어획량도 1995년 2971톤에서 2005년 1514톤, 2007년 1396톤으로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에 있다. 인위적인 자원조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연구원은 오분자기와 까막전복을 주요 자원조성용으로 생산하고 멸종위기의 제주특산 전복에 대한 자원회복을 유도하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된 대형 전복인 말전복과 시볼트전복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1cm급 오분자기 종묘를 연구관리어장에 집중 방류해 실질적인 어업소득에 연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최근 마을어장 갯녹음 발생 등 환경변화에 의해 전복이나 오분자기를 대체할 수 있는 방류품종으로 홍해삼이 각광받고 있다. 홍해삼 종묘생산 및 양식기술은 어느 정도 확립됐나?

홍해삼 종묘생산 연구는 2006년 착수해 2007년 소량 인공종묘 생산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는 100만마리 이상의 대량 인공종묘 생산기틀을 마련했다. 홍해삼 인공종묘 생산은 아직까지 완전양식 기술이 없어 매해 종묘생산에 필요한 어미해삼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라 안정적인 종묘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양수산연구원은 작년 7월에 종묘생산에 이미 사용하였던 600g급 어미들을 수중과 육상 사육시설에 수용해 재성장 및 생식소 형성 여부, 생존율에 대한 비교 육성시험을 8개월간 실시했다. 그 결과 여름철 고수온기 하면(夏眠)을 거치면서 성장이 이뤄지지 않아 육상과 수중 모두 수용 시 중량보다 35%정도 감소했으나 생존율은 육상에 비해 수중에서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생식소 형성도 육상에 비해 상당히 높고 외견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종묘생산용 어미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어린해삼도 바다양식 시험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향후 홍해삼 양식을 통한 새로운 어업 소득원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은 대부분이 원물상태나 단순 가공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들은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즉석 조리식품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고부가 수산식품 개발계획은?

제주도는 유통․가공 등 기반시설이 취약하고 영세해 고부가가치 상품개발, 마케팅 활동, 브랜드 개발 등이 필요한데 비용 부담 등으로 가공업체가 독자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제주도의 어업생산량은 전국대비 3.3%지만 생산금액은 12%로 고급 품종 수산물 생산량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러나 수산물 고부가가치화 실정은 타 지역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이에 따라 우리 연구원은 현재 소라, 감태를 활용한 고급어묵, 자리돔 어간장, 제주산 전복을 활용한 기능성 전복환(丸), 양식참조기 간장굴비 등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 중이다. 또 앞으로 고차 수산식품 가공·지원센타를 설립해 도내 영세 가공업체에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고부가가치 식품개발 연구지원은 물론 더 나아가 1-2-3차 산업과 연계하는 6차 산업형 수산식품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 해조류 양식이 필요한 이유는?

현재 제주도는 해조류 양식 산업이 발달하지 않아 매해 약 9100톤, 금액으로는 32억 원 상당의 염장다시마와 미역을 완도 등 외지에서 구입해 전복 먹이로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의 육상 전복 양식업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먹이를 자체적으로 수급할 수 기반 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응해 우리 연구원에서는 남방다시마 종자를 도입해 실험 중이다. 동부해역에서 실험한 결과 4월 초순에 다시마 길이가 3m이상으로 성장했다. 대규모 시험포를 조성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해조류 양식기술 개발은 제주 어업인에게 새로운 소득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주해역은 태풍이나 풍랑에 노출돼 양식 시설물의 파손‧유실로 해조류 양식을 포기한 상태다. 그러나 태풍의 내습 시기를 피할 수 있는 품종, 즉 겨울철에 이식해 태풍이 오기 전에 채취할 수 있는 미역이나 다시마 등의 양식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 해조류 양식 시험 품종과 지금까지 얻어진 결과를 소개한다면?

우리 연구원은 지난해 다시마 등 외래종뿐 아니라, 제주도내 토착 유용 해조류인 참모자반, 넓미역, 돌미역, 톳, 감태, 꼬시래기, 청각 등의 양식 기술 연구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열대성 해조류인 갈래곰보, 옥덩굴 등 양식 기술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이식한 참모자반을 올해 3월 초순 일부 채취한 결과 시설면적 0.12㏊에 1톤이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양식 구조물에서 채취한 종자를 사용해 재생산한 종묘가 무럭무럭 성장한 것이다. 완전양식 체계를 갖추는 등 제주해역형 참모자반 양식 기술 개발은 순항하고 있다. 넓미역도 자체 기술로 종묘 생산한 개체가 3m이상의 크기로 성장했고, 돌미역도 이식해 성체까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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