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상 갈등부터 합의까지… 살아남은 자의 '시름' 덜까

“할부로 산 화물차와 적재된 물건들이 진도 앞바다에 모두 떠내려갔다. 손실액에 대한 ‘배상’은 없고 ‘보상’만 있는 세월호 특별법은 곧 우리에게 죽으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5억 피해봤는데 1억 보상받으면 빚더미로 나앉게 된다. 상황은 이런데 제주도는 국회에 건의조차 한 번 안했다. 원희룡 도지사가 시간이 없다면 운동할 때라도 쫓아가서 건의를 요청하겠다. 10분이라도 시간을 내달라.” (세월호 피해 화물차주 일동)

# “배상 없는 특별법, 죽으란 말” 세월호 외면한 제주

24일 오후 5시20분께 제주지역 생존 화물차주 오용선(53)씨 등6명이 제주특별자치도청을 찾아 원희룡 도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이들은 이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세월호 피해구제대책 특별법' 논의를 앞두고 제주도 차원의 적극적인 건의를 요구하기 위해 도청을 방문했다.

이들은 "그동안 살아남은 죄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특별법에서 배상을 제외하게 되면 바다로 떠내려간 물건 값과 화물차 할부 등이 모두 빚더미가 된다"며 "국가에서 보상을 받더라도 나에게 청구된 배상금을 다 지급하면 결국 적자"라고 호소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에서 물적 피해를 인정해주면 앞으로 대형 사고에서 국가가 화물까지 다 배상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보상’ 차원에서 끝내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제주지역 세월호 피해 화물차주 3명은 지난 경기 안산온마음센터(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후 여의도로 향했다. 국회를 찾아 화물차주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등 수십여 명의 국회의원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응해주지 않았다.

▲ 세월호 생존자 화물차주 오용선씨. ⓒ뉴스제주

오용선(53)씨는 “도민이 뽑아준 도지사가 세월호 피해와 관련해 정부에 건의한 게 있기는 하냐”며 “지난 7월 면담 당시 화물차 지원까지 특별법에 포함돼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 해놓고 이제 와서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동안 제주도가 한 것은 정신과 상담과 수면제, 진정제를 준 게 전부”라며 “심지어 피해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몸 상태는 어떤 지 실태조차조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원 지사와의 면담을 끝내 거부당하자 이들은 “배상도 보상도 다 필요 없으니 그냥 우리를 옛날로 돌려달라”며 “이게 사람 사는 것이냐”며 낙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화물차주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태희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오늘은 원 지사와 만나기 어렵다”며 “25일 오전 새누리당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애로사항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로 피해를 본 제주도민은 실종자 3명과 사망자 2명, 생존자 34명 등으로 총 39명이다.

한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배상·보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2+2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 25일 각 부처와 농해수위 관계자 등이 마련한 ‘세월호 피해구제대책 특별법’ 초안을 보고받기로 했다.

그동안 세월호 피해구제 대책의 성격과 관련해 여야는 ‘배상’과 ‘보상·지원’ 사이에서 의견을 달리해왔다.

야당은 사고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과실이 있었던 만큼 기망 행위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는 '배상'에 무게를 실은 반면, 여당은 세월호 참사는 정부의 구조 활동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피해인 만큼 '보상'이 더 적절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 제주도, 세월호 화물차주 항의에 '건의' 공문 발송

제주특별자치도가 세월호 생존 화물차주에 대한 보상을 특별법에 반영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여야에 전달했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이번 공문 발송은 24일 화물차주 6명이 도청을 찾아 제주도 차원의 적극적인 건의를 요구한데 따른 조치다.

제주도는 '세월호 희생자 배상·보상 논의 태스크포스(TF)가 추진 중인 '세월호 피해구제 대책 특별법'에 세월호에 화물과 차량을 선적했다가 피해를 입은 경우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건의를 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25일 낮 12시께 발송했다.

박태희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지금은 특별법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도 차원의 대책은 아직 논의하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피해 화물차주들이 건의한 치료문제와 관련해서는 “곧 피해상담소를 운영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박태희 국장은 "실태조사를 못 한 것은 사실"이라며 "민간위탁 사업으로 피해상담소를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지원자가 없어서 늦어졌다. 12월 중순이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깊어가는 시름… 도청서 한때 몸싸움

▲ 제주도청 해양수산국을 찾아 박태희 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던 세월호 생존 화물차주 허웅씨가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스제주

세월호 희생자 배상·보상 논의 태스크포스(TF)가 구제 대책의 성격을 두고 '보상'이냐 '배상'이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역 생존 화물차주들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가고 있다.

세월호 피해 화물차주 허웅(52)씨 등 3명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께 박태희 제주도 해양수산국장과의 면담을 위해 제주도청 제2청사 해양수산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등 한 바탕 소란이 일었다.

이들은 "국장과 면담을 위해 찾았는데 무작정 나가라고만 한다"면서 "아까 도청 비서실에서도 '잘 하는 언론 플레이 계속 하시라'는 말을 들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란이 가라앉은 후 박 국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들은 "전날 도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여야에 전달한 공문의 내용에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단어 기재돼 있다"며 정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넓은 의미에서 '보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라면서 "추후 일정을 보고 도지사와의 만남이 가능하도록 애쓰겠다"고 말했다.

# 세월호 특별법 배‧보상 명시 가닥, ‘전체 화물-생계형 화물’ 여전히 이견 남아

▲ 국회의사당. ⓒ뉴스제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간사 등으로 구성된 세월호 희생자 배·보상 논의 태스크포스(TF)가 피해자 구제 대책 특별법에 배상과 보상을 모두 명시하기로 가닥을 잡고 이른 시일 내에 대책 마련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TF는 법명에 ‘국가배상’ 의미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신 법 조항에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금’이라는 표현 등을 넣어 간접적으로 배상을 인정키로 했다.

야당은 사고 수습과정 등에서 정부 과실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 책임을 인정하는 ‘배상’이라는 문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여당은 세월호 참사는 불가피하게 발생한 사고라는 측면에서 위로의 측면인 ‘보상’이 맞다고 반박해왔다.

배·보상 범위를 심의할 위원회의 경우 정부·여당은 해양수산부 산하를 주장했으나 복수의 정부 부처가 개입된 문제인 만큼 총리실 산하에 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야당의 의견이 관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야당은 손해배상 대상에 전체 화물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생계형 화물만 손해배상 대상에 넣자고 맞서는 등 배상 범위에는 여전히 이견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뉴스제주-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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