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예산 도의회 부결 2번째...준예산으로 가능성 높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 수장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제주 대의기관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구성지 의장 간 극렬한 감점싸움이 사상초유의 극단적 ‘부동의’ 사태로 이어졌다.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부결됐다.

▲ ⓒ뉴스제주
이에 앞서 도의회 예결위는 지난주말까지 이어진 심사를 거쳐 제주도가 제출한 3조8천194억원 규모의 예산안에서 총 408억원을 삭감·조정했다.

이번 예결위 내년 예산안 조정내역에 대해 구성지 의장은 표결에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에게 동의 여부를 묻자 원 지사는 “신규 항목과 증액내역에 대한 검토 자료를 (제주도의회에)요청 했지만, 사업명과 예산액밖에 받아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과 소요예산 산출 내역 등 근거자료가 없어 동의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며 제주도의회의 신규 증액예산내역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구 의장이 “동의 여부에 대해서만 말하라”며 “만약 (지금과 같은 태도면)퇴장을 명할 수도 있다"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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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 지사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타당한 이유를 (도의회에서)최소한이라도 제시해줘라”며 “그러면 검토 후 최대한 빨리 항목별 동의 여부를 판단해 말씀드리겠다"고 응답했다.

구 의장이 지속적으로 원 지사의 발언을 끊으며 “동의 여부만 말하라”고 제지함에도 불구하고 원 지사는 방자치법 제127조 3항을 언급하며 “지자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결국, 구 의장은 원 지사의 마이크를 끄라는 지시와 함께, 의사봉을 두드려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 선포와 함께 의원들이 빠져 나가는 와중에서도 원 지사는 제주도의회의 예산증액과 신규항목 설치에 부당함을 끝까지 호소했다.

10여분 후 회의를 속개한 구 의장은 "지사가 동의 여부를 말하지 않아 부동의로 간주해 회의를 진행하겠다"며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재석의원 37명 중 기권 1명, 반대 36명으로 부결됐다.

한편, 이번 제주도 본예산이 도의회에서 부결된 것은 민선 5기 우근민 도정 당시인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현재 내년도 본예산이 부결되면서 제주도는 18일부터 열리는 제325회 임시회에서 처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정과 제주도의회 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제주도는 당초 예산안을 그대로 제출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준예산으로 가는 파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준예산은 지난해 썼던 예산에 준해서 사용하는 예산을 말한다.
도의회가 법적 처리기한 내 예산안을 결정하지 못하면 1월 1일부터 제주도는 단 푼의 예산도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마땅히 지출해야 하는 인건비를 포함한 필수 소요비용 처리를 위해 마련된 보완책이다.

만약, 올해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지난해 사용예산에 한해 비출 의무가 있는 항목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준예산 가동 시 조례나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행사나 사업은 결국 예산 사용이 불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한편, 구성지 의장은 표결 이후 발언을 통해 “매년 반복되는 예산편성과 심의 관행을 과감히 개선하자"며 ”도와 의회가 함께 협의하고 연구해 '예산 협치'를 추진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자“고 원 지사에게 제안해 갈등해소 여지를 남겨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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