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실체, 도의원들 간 내분 심화로 번질 듯
20억 실체, 도의원들 간 내분 심화로 번질 듯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4.12.23 11: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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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남수 위원장 "누가 그런 요구했는지 다들 궁금했었는데..."
재량사업비 운운한 도의원, 실제론 3명? 더 있을지도... 다들 의심?
▲ 제주도의회. ⓒ뉴스제주

재량사업비 명목으로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이 원희룡 제주도정에 20억 원을 요구했다는 정체가 드러났다.

박정하 정무부지사가 23일 제325회 임시회 예결위 2차 회의에서 20억 원을 요구한 의원이 "구성지 의장"이라고 밝혔다. 박 부지사는 9월 중순 도의회 의장실에서 직접 구 의장으로부터 들은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이날 방송을 타고 중계되는 공개적인 석상에서 밝힌 발언이기 때문에 '허위'로 보여지진 않는다. 게다가 굉장히 위험하고도 파장이 큰 사안이라 오히려 밝히지 말았어야 할 사실로 여겨질 정도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부지사는 과감히 공개했다. '폭탄발언'일 수 있지만 사실 이는 김희현 의원이 "누구냐. 밝혀라"고 요청했기에 빚어진 사단이었다.

즉, 41명의 도의원들도 제주도정에 20억 원을 요구한 인물이 누구였는지 몰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개인적으로 요구한 것은 공식적인 사안이 될 수 없다. 헌데 이를 전체 의원이 요구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의회를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해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일반 의원'이 아닌 41명의 의원들을 대표하는 '의장'이라는 사실은 큰 문제가 된다.

의장이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분명, 박 부지사의 입장에선 의원들의 입장을 모두 대변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박 부지사는 "의장이 요구했던 것이기 때문에 의원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도의회를 대표하는 인물인 '의장'이 한 발언이니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 제주도의회 41명 의원들 간 내분 심화 우려

향후 더 큰 사태로 빚어질 우려는 41명 의원들 간의 '내분'이다.

좌남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박 부지사의 폭탄발언을 듣고 "이제껏 누가 그런 얘기(재량사업비 20억 요구)를 했다는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이제 그런 궁금증이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좌 위원장은 "의장을 제외하고 다른 의원은 그런 요구를 한 이가 없었느냐"고 물었다. 박 부지사는 "의장 이외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성지 의장은 지난 22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선 '재량사업비' 논란과 관련해 모 의원의 이름을 댔다. 구 의장은 "A 의원이 재량사업비는 아니지만 정책사업비로 10억 원 가량을 제주도에 요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A 의원은 다른 자리에서 "무슨 말이냐, 그런 적 없다"고 항변했다가 "정책사업비를 거론한 적은 있지만 10억 원을 얘기한 바는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제주정가에 나돌고 있는 소문에 따르면 A 의원 말고도 B 의원이 재량사업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1명 의원들 내에서도 속시원한 의견이 오가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제주도의회는 내부 소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희룡 지사를 닥달하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꼴이 됐다.

다들 '쉬쉬'만 하고 원희룡 지사를 견제할 명분만 찾느라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이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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