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계 관계자 A씨 "애초 상근부회장 자리 자체가 낙하산" VS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도정에서 관여할 수 있는 자리 아냐" 항변

지난 18일 제주도는 느닷없이 터진 '낙하산' 인사문제로 해명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상근부회장에 내정된 인물이 '낙하산'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이 문제는 이날 제주도의회 유진의 의원(새누리당, 비례대표)이 제325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5분 발언을 신청해 폭로하면서 논란으로 일었다.

허나 곧바로 제주도가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해 응수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가 싶었다.

하지만 <뉴스제주>가 제주도내 사회복지계 여러 인사들로부터 확보한 제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제주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당시 제주도는 해명자료를 통해 "상근부회장 임명은 제주도와 무관하다"며 "협의회 회장이 추천하고 이사회에서 인준하는 방식으로 임용절차가 정해져 있는 자리로 이는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정관 제41조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주도는 "협의회 이사회는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돼 있어 결코 도지사가 임명절차에 관여할 수도 없다"며 "특히, 이번에 임용된 고경윤 상근부회장은 도지사의 선거공신도 아니고 민선 6기 도정이 출범한 뒤 공약실천위원회 사회복지 분야에 참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도는 "고 상근부회장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으며, 전국 대학에서 사회복지 재무회계를 강의한 전문가"라고 해명했다.

▲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조직도.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홈페이지.

#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상근부회장 "원래가 낙하산 자리"

먼저 상근부회장 자리는 도에서 밝힌 바 대로 도지사가 아닌 이사회에서 인준하는 방식으로 임명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상근부회장'이라는 직함은 애초에 없던 자리였다. 상근부회장은 임기제 3년으로 계약해 연임이 가능한 자리다. 이사회 동의 절차가 이뤄지면 계속 연임된다.

제주도내 사회복지분야에 종사 중인 A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상근부회장 자리는 원래 없던 보직이었다. 협의회장 밑에 국장, 부장, 과장 직제로 이뤄졌었다.

A씨는 "협의회가 2005년께 국장 보직을 상근부회장이라는 명칭으로 바꾸면서 정관을 고친 뒤, 공무원 퇴직자를 상근부회장에 앉혔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은 협회장과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이뤄졌으며, 이때 상근부회장 자리에 임명된 인물이 바로 고경윤씨다. 이번에 다시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될 원희룡 지사의 '사람'이다.

고씨는 김태환 전 지사 시절 당시 2005년 1월 13일부터 3년간 상근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2차례 연이어 연임돼 2011년 12월 31일까지 자리를 지켜왔다. 김 전 지사 시절 내내 7년간 자리해 온 것이다.

그러다 우근민 전 지사가 2010년 7월에 제36대 도지사로 당선되자, 고씨는 연임되지 못했다. 고씨의 임기가 끝난 다음 해인 2012년부터는 김수완 전 서귀포시 부시장이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돼 활동했다. 김수완씨가 2014년까지 활동하고 있는 현 상근부회장이다.

이후 올해 도지사가 원희룡 지사로 바뀌자 다시 상근부회장은 고경윤씨로 변경됐다. 고씨는 원 지사의 선거캠프서 활동한 인물이며, 원 지사의 '비선라인' 논란으로 거론됐던 S교수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또 다른 사회복지계 관계자 B씨는 "겉으로는 관련 법에 따라 이사회에서 앉혔다곤 하지만 상근부회장 자리가 낙하산 자리였다는 사실은 이쪽 계열에서 일하는 사람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상근부회장도 바꼈으니 그럴만도 하다.

게다가 B씨는 "고씨가 전직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나이가 많아 정관 상 상근부회장의 정년 나이를 65세에서 70세로 고치기까지 했다"며 "이를 고친 인물이 상근부회장과 이사진들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고경윤씨는 현재 67세다.

제주도가 "낙하산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에 대해 B씨는 "사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모를 수 있다"며 "상근부회장 자리 교체는 김태환 전 지사 시절부터 주요 공직라인에 있던 '어떤 인물'에 의해 이뤄진 작업"이라고 말했다.

그 '어떤 인물'에 의해 상근부회장 인물이 바뀐 것을 감안하면 김 전 지사 시절과 원 지사 측근의 인물로 추정된다. '송일교' 와 같은 측근 비선라인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든다.

# 상근부회장, 어떤 역할의 자리이길래 낙하산 논란이 될까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 관계자는 상근부회장 자리에 대해 "대게 협의회장과 같은 성향을 보이는 사람으로 선출된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협의회장이 추천한 인물로 이사회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 역시 제주도정이 반박 해명했던 것처럼 "이 때문에 제주도정으로부터 인사 추천을 받아 교체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 관계자는 "도에서 누구로부터 추천을 받고 말 것이 없다. (협의회가)어디서 사람 보낸다고 해서 무턱대고 받는 곳이 아니"라며 "협의회라는 기관 자체가 도에서 인사를 관여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협의회장도 상근부회장과 같이 임기가 3년이며 연임 가능하다. 고경윤씨가 2005년 1월에 첫 상근부회장으로 임명되던 때,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장엔 이동한 회장이 취임했다. 이 회장은 3회 연속 연임돼 2013년까지 회장직을 유지했다. 올해부터 고치환 회장이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를 맡고 있다.

협의회 관계자 설명대로라면 이동한 회장이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자리해 왔었으니 취임 처음부터 쭉 같이 해왔던 고경윤씨는 도지사 교체와 상관없이 지난해까지 상근부회장직을 유지해 왔어야 앞뒤가 맞는 맥락이 된다.

고씨는 우근민 전 지사로 도지사가 바뀐 해까지만 자리를 유지하고 다음 해인 2012년에 김수완씨에게 상근부회장직을 넘겨줘야 했다. 물론 교체 사유가 도지사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다곤 할 수 없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도지사가 바뀔 때마다 상근부회장 인물도 바뀌게 되자 '낙하산' 논란으로 번진 형국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에 "기존 부회장 임기가 다 되다 보니 가급적 협의회 운영을 잘 아는 분을 선택하고 싶다 해서 회장 추천으로 이사회 동의를 받아 내정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협의회장은 명예직에 불과해 협의회를 운영하는 실권은 모두 상근부회장이 갖고 있다. 사무처 업무전반을 관리하고 있어 실질적인 권력을 휘두른다.

A씨는 "도에서 반박하는 고씨의 사회복지 경력은 상근부회장 재직 시절이 전부"라며 "협의회에서 연간 약 7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지금의 협의회장에겐 힘이 없다. 협의회장은 이미 허수아비로 전락해 버렸고 도에서 내려꽂은 인물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유진의 의원은 "이런 낙하산 인사는 묵묵히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사회복지인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행위"라며 "특히 수 천억 원에 이르는 사회복지 예산을 낭비하는 요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B씨는 "사회복지 인사들은 다 아는 사실들"이라며 "피해 받을까봐 어느 누가 감히 No라고 말할 수 없는 구조다. 누가 그 자리에 앉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자리 자체가 낙하산으로 낙인됐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근부회장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몰려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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