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문화예술축전 '始原, 그 봄날을 그리다' 전야제 개최

떼주검이 널렸던 밭에서 평생 피냄새를 맡으며 농사지은 어머니들과 아버지들, 날만 궂으면 얻어맞은 묵은 상처가 도져 서럽게 술로 달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그 분들 중에는 군사독재가 물러난 지금에도 순경이 무서워 지서 앞을 피해가고, 군복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지난 세월, 독재 정권들은 그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얼마나 용의주도하게 우리 도민을 억압해 왔던가요. 그 사건을 무서운 금기의 영역에 가두어 놓고, 그 사건에 대한 발설을 막고, 기억을 말살하려는 이른바 '망각의 정치'를 구사해 온 그들이었습니다. <중략>


평화는 평화가 낳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후손에게 반인간 사상, 반생명 사상을 물려 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무기 없는 평화의 땅, 평화의 섬을 원합니다. 우리 후손에게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물려주기를 소망합니다.


 


<제주 4.3 61주년에 보내는 작가 현기영의 평화기원문 중>


 



 



제주4.3 61주년.


 


4.3, 그 비극을 문화예술로 승화 시킨 4.3 예술축전인 '始原, 그 봄날을 그리다'가 2일 오후 7시 문예회관 앞마당에서 그 막을 올렸다.


 


'4.3문화예술축전 피어나라 평화의 꽃'의 전야제인 이날 김태환 제주도지사, 허영선 제주민예총 지회장을 비롯해 제주 4.3 단체 관계자와 4.3 유족, 제주도민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4.3문화예술축전 전야제인 '始原, 그 봄날을 그리다'는 1부 始原, 2부 봄날, 3부 기원 등 총 3부로 진행됐으며, 제주4.3희생자유족회의 꽃비행렬, 제주작가회의의 시 낭송, 자파리연구소의 연극 '섬이야기', 양경원씨의 샌드애니메이션, 제주특별자치도립 서귀포관악단 및 시민합창단의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인화(51, 여)는 "친정아버지가 4.3으로 돌아가셔서 매년 행사마다 참석해 아버지를 그린다"며 "오늘도 어머니와 함께 참석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야제를 시작으로 오는 3일부터 13일간 평화음악제, 4.3미술제 등 제주도내 곳곳에서 다양한 4.3문화예술축전이 펼쳐진다.


 















 


<강재남 기자/저작권자 ⓒ뉴스제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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