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서귀포시 천지동장, 수필가

▲ 김영진 천지동장, 수필가
지난 청마의 해인 갑오년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 분야 등에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특히 사회분야에서 다사다난이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참으로 힘든 1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을미년 새해가 밝은지도 어느새 열흘이 지나고 있다. 신년을 맞아 각급 기관단체에서 신년인사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주 화두는 협력과 역량 결집이다. 모 단체장은 신년사에서 제주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잠재해 있다면서 올해는 반목과 갈등이 아닌 화해와 포옹으로 도민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바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잘하는 사람에게는 칭찬하고 잘 못하는 사람은 하나라도 배우려는 마음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문득 참게 이야기와 갈등 이야기가 떠오른다. 섬진강의 참게는 뒷다리의 힘이 억세어 깊은 항아리 속에 갇혀도 기어올라 빠져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참게도 두 마리 이상을 넣어두면 탈출을 못하는데 그 이유는 한 마리가 올라가려고 하면 다른 참게들이 뒷다리를 잡기 때문에 다시 밑으로 떨어져 한 마리도 밖으로 탈출을 못한다는 것이다. 참게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와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 이러한 형태를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남의 뒷다리 잡기라고 지적을 했다. 한 마리씩 천천히 나가면 될 것을 시기하는 마음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는 참으로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앞서지 않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도와준다면 내가 스스로 앞서지 않아도 앞서게 되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한다. 열심히 뛰는 사람도 언젠가는 한번쯤 쉬어야 하고 지금 쉬는 사람도 다시 힘을 내어 뛸 수 있다. 갈등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칡나무의 갈(葛)과 등나무의 등(藤)이 합해 이루어진 갈등(葛藤)은 서로 뒤엉킨 모습을 이르는 것으로 일이 까다롭게 뒤얽히어 해결하기 어려운 형편을 일컫는다. 즉, 칡나무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감싸며 올라가는 반면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 감싸며 올라가기 때문에 두 식물은 아무리 길게 뻗어가도 만날 수가 없다. 갈등이란 어원이 이 두 나무의 줄기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식물을 바라보는 관찰력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갈등은 어느 사회에나 있기 마련이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질수록 더 많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갈등을 보는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며 갈등이란 조직의 장애요소로서 생산성을 저해시키고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과 분쟁을 일으켜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하는 존재로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다루어져왔다. 하지만 사회갈등은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궁극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갈등은 피할 수 없으므로 갈등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갈등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힘으로 문제를 풀기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서로 상생하는 노력이 품격 있는 사회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라 생각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지만 항아리 속의 섬진강의 참게처럼 좁은 지역에서 서로가 서로를 끌어내리는 어리석음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금년도는 양띠해이다. 초식동물인 양은 인간과 먹이 경쟁을 하지 않으며 지구상의 가축 중 가장 친환경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무리를 지어 살기에 활동력이 강하나 동료 간의 우위 다툼이 없다고 한다. 평화와 화합의 상징인 양띠 해에 모두가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힘차게 비상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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