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다 로맨스" 맞불 놔야 하나 고민 중인 도의회

▲ 도의회 사무처장 자리로 이동할 오승익 문화관광스포츠국장(왼쪽)과 현 고경실 도의회 사무처장. ⓒ뉴스제주

2015년도 예산안이 대규모 삭감되는 사태로 문제가 수습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2차 전쟁이 빚어졌다. 예산 전쟁에 이어 인사 전쟁이다.

애초 취임 초기부터 원 지사의 인사 정책엔 '이번에도 측근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원 지사 주변 인사들을 가리켜 '송일교(송 모 교수, 일고 출신, 교회 세력의 준말)'라는 그늘로 지칭됐다. 물론 어디까지나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추정되는 가설이다.

하지만 명백히 '낙하산'으로 낙인된 사회복지협의회 상근부회장에 측근을 앉히거나, 도의회 인사청문회서 사실상 부적격으로 판명해도 임명을 강행하거나, 임기가 보장돼야 했던 도내 모든 유관기관장들로부터 사표를 수리받는 등의 행보는 '제왕적 도지사'의 면모를 풍기기에 충분한 요소들로 비춰지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일까, 원 지사는 취임 초기부터 '협치' 카드를 꺼내들며 도정정책에 민의를 끌어들여 권한을 나누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스스로 '의회주의자'라고 내건 원 지사는 처음에 "도의회도 협치 대상"이라고 말했다가, 예산편성으로 갈등이 빚어지자 "협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연일 도의회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모습엔 라디오나 TV 방송에 출연하면서 지속적으로 의회를 자극했다. 원 지사의 핵심 수족인 정무부지사와 기획조정실장까지 여러 차례의 언론플레이를 통해 수면 밑에서 작업돼 오던 것을 밖으로 끄집어 내 의회를 압박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해서 도의회가 마냥 정의로웠던 건 아니다. 낡고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는 원 지사의 '법과 원칙'은 일면 타당하다. 그 원칙을 고수하고 '정도(正道)'를 수행하는데 있어 방해되는 요소들은 제거해야 함이 마땅하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구성지 도의회 의장. ⓒ뉴스제주

# 누가봐도 자존심 대결, 협치는 대체 언제 쓰는 건가

원 지사도 모든 업무능력에서 만능이 될 순 없다. 이번 인사정책에서 도의회 사무처장 자리를 두고 의회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인사를 강행한 것은 누가봐도 쉬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

구성지 의장이 지적한 '지방자치법 제91조 2항'을 두고서 원 지사는 2010년 법제처의 유권해석 사례를 제시하며 "추천이 임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원 지사는 이번 인사정책을 두고 '젊고 탄력있는 조직'이라는 원칙에 의해 시행된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도의회는 고경실 처장을 기획조정실장으로 이동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유임시켜 줄 것을 도정에 요청했다.

도의회 사무처장에 있던 고경실 처장은 56년생, 원 지사가 사무처장으로 결정한 오승익 문화관광스포츠국장은 57년생이다. 겨우 한 살 차이로 '젊고 탄력있는 조직' 원칙에 부합되지 않아 수용할 수 없었다는 도의 해명은 치졸한 '변명'에 불과해 보인다.

원 지사는 추경안에 대해선 '원칙'이 아닌 '논리'를 먼저 내세웠다.

원 지사는 "먼저 적정규모를 제시해달라"며 도의회에 제안했다. 원 지사가 고수하는 '원칙'대로라면 도의회가 이에 응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추경안은 원래 집행부가 짜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먼저 제주도가 제출할 경우, 패가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도의회에서 먼저 패를 보여달라고 요청한 꼴이다. 결과적으로 원 지사의 '원칙'은 "내가 하면 다 로맨스"라는 식으로 비춰진다.

그러니 구 의장은 "원 지사가 내건 '법과 원칙'은 어디로 갔느냐"고 힐난했다. 심지어 구 의장은 "이러한 행태에 더 이상 두고만 봐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태를 보면 원 지사와 구 의장은 여전히 치킨게임을 고수하고 있다. 서로 양보할 생각 따윈 안중에도 없다.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도민들이 피해를 보건 말건 그건 나중 문제로 여기는 듯 하다.

마치 갓 결혼한 부부가 서로 기선제압을 하기 위해 벌이는 싸움과도 같은 양상이다.

양쪽 누군가는 한 발 물러나야 한다. 억울해도 하나 양보해서 그 추이를 지켜보면 오히려 정당성을 확보할 수도 있다.

예산을 집행부가 계획한대로 100% 반영시키고 싶다면, 아무리 그것이 원칙이라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고선 계획을 완성시킬 수가 없다. 그것이 협상, 혹은 협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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