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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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누님이 찾아와 법원에서 보내온 서류를 내밀면서 “이게 뭐꼬?(이게 뭐니?)” 하고 물었다.

서류를 읽어보니 누님 소유로 되어 있는 부동산에 대하여 양손(양자입양된자의 아들)이 자기가 상속받을 재산인데 누님 이름으로 특별조치법에 의해 소유권 이전되었으니 부당하다며, 자기가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고 자기에게 돌려 달라는 소송을 할머니 상대로 제지하여 보내온 소장이었다.

누님의 말씀은 “당초 내가 양자를 들일 생각이 없었지만, 시부모님 생존시에 억지로 양자를 입적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도 할 수 없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조상의 제사를 잘 모시라고 하며 부동산의 경작권을 이양해 줬던 것이다. 그 동안 양자는 죽어 버렸고, 지금은 양손이 자라나자 그는 양 할아버지(누님 남편) 사망신고를 하겠으니 동의해 달라고 강요했고, 내가 그에 불응하자 폭언, 폭행 등으로 양 할머니인 나를 괴롭혀서, 홧김에 시아버지에 명의로 되어 있는 부동산을 특별 조치법으로 나에게로 소유권 이전해 버렸는데 그걸 돌려달라는 것이로구만,“ 하고 말했다.

사실은 1980년대 중반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누님이 찾아와 일본에 갔다 오겠으니 여권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면서, 일본에 살고 있는 외숙모와 이모님의 주소도 알려달라고 했다.

그 당시 내 생각으로는 누님이 일본에 가서 외숙모와 이모님들에게 폐를 끼칠까 걱정되어 “일본가더라도 남에게 신세끼치지 맙서.(마십시오.) 외숙모나 이모네도 경제 적으로 여유있는 분들이 아니우다.(아닙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걱정은 하지를 말아라.” 하고 말했다.

그러더니 한 번 일본을 다녀온 이후로는 여러 차례 수시로 일본을 들락거리시기에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무사(왜) 족박에 쥐 드나들 듯(족박속의 먹을 것을 가지러 들락날락하는 쥐처럼), 일본 갔다왔다 햄수꽈?(사십니까?)” 하고 다그쳐 물었다.

누님은 주머니속에서 사진을 꺼내 보이면서 “일본가서 북한에 희자(딸 이름) 아방허고(아버지하고) 편지도 주고 받았고, 이 사진도 보내 완 받았주게.(보내 와서 받았다.)” 하고 의기양양하게 자랑했다.

내 매형(누님 남편)은 해방 후 서울의 동국대학에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하자, 그 난리통에 실종된 상태였다.

일부 지인들이 전해온 이야기로는 북한에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간 생사를 알 수 없었기에 시부모님이 양지를 입적시키려 할 때도, 누님은 북한에 납치되어 살아 있을거라는 확신으로 양자 입적을 극구 반대했고, 조적에도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해 왔었다.

누님이 일본에 건너가서 여러 경로를 통해 남편이 북한에 살아있음을 확인했고 서신교환도 하여 가족사진(그 쪽 부인에게서 낳은 3남매)까지 보내와 받았고, 이쪽 사정을 알려 양자가 모시는 제사 일체를 북한에서 모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으니, 이제 양자는 필요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북한에 남편이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 후손이 있으므로 이 기회에 재산문제뿐만 아니라 양자파양까지 소송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누님은 그 옛날 양자입적할 적에도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도장을 건네주지 않았는데, 어느 날인가 양자 내외가 찾아와서 “도장 안 줘도 새로 도장 파서 얼마든지 입적됩니다.” 하면서 누님 면전에다 도장 두 개(남편과 누님명의)를 던져두고 갔었다며, 문제의 그 도장을 내게 보여주었다.

이 도장이 파양재판에 증거물로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변호사에게 도장을 보여주며 의논했더니 40~50년 전 양자 입적할 당시 문제제기했으면 물증이 되지만, 20년이 넘은 이 사건에서는 그동안 아무 말 업ㅎ이 지냈으니 시효가 지났고, 양자를 인정한 셈이 되어 증거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양자 파양 소송에서 이길 방법이 있을까 염려되었다. 여러 차례 진행된 재판에서 우리 족 변호사는 그들에게

“본인이 6.25때 납치되어 북한에 살아있다고 하는데(증거: 가족사진) 양자입적은 6.25 이후이고, 입적서류에 찍힌 이 도장을 받기 위하여 북한에 언제 갔다 왔는지 답하세요. 아니면 본인이 대한민국으로 와서 도장찍어주고 갔습니까?” 라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그들은 아무 답변도 못하는 것은 당연했고 본인의 동의없이 도장을 위조해서 양자 입적했다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되어 차양선고 되고 말았다.

이 판결은 대법원까지 가서도 확정판결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재산의 소유권도 그대로 인정되었다.

이로써 북한에 있는 자손이 언젠가는 재산상속을 받을 수 있게 도니 것이다. 하루빨리 남북통일 되어 북쪽에 있는 매형 아들들이 이 재산을 상속받게 되는 평화로운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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