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아파트 신축공사 지하 9m 암반 굴착작업 충격 가능성
주민 불안 확산 “삼풍백화점도 폭삭 무너져 내렸는데…"

▲ 제주시 일도2동의 연면적 7266㎡ 부지에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한 주민이 공사장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뉴스제주

여성전용 좌훈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0‧여)씨는 얼마 전 건물 외벽에 금이 간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게 입구와 담장 등 곳곳에서 5~20cm의 균열이 발견됐다.

김씨는 불과 1m 떨어진 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아파트 신축공사가 원망스럽다. 거대한 암반 덩어리로 된 지하를 몇 달째 뚫고 있다. 김씨는 땅에서 울리는 진동에 건물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숱하게 받았다고 한다.

공사 여파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김씨를 사로잡은 것은 공포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진동과 쩍쩍 갈라지는 벽. 출근하는 순간부터 김씨의 머릿속에는 20년 전 폭삭 무너져 내린 삼풍백화점의 악몽이 떠오른다.

▲ 여성전용 좌훈카페를 운영하는 김모(50‧여)씨는 얼마 전 건물 외벽에 금이 간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인근 아파트 신축공사가 시작된 이후 5~20cm의 균열이 가게 입구와 담장 등 곳곳에서 발견됐다. ⓒ뉴스제주

제주시 일도2동의 연면적 7266㎡ 부지에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지난해 10월 건축허가를 받고 11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됐다.

현재 지하 9m의 주차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터파기 작업 중이다.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흙막이 작업과 암반에 구멍을 꿇는 천공기 작업, 돌을 갈면서 뜯어내는 포클레인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당초 공사기간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였으나 다소 지연돼 터파기 작업만 오는 9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완공 시기는 내년 6월로 밀렸다.

▲ 강수남(71) 대책위원장이 암반을 파내는 공사가 주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뉴스제주

강수남(71) 대책위원장은 “이 동네 지반이 대부분 단단한 암반 덩어리로 돼 있어 지하를 파내려면 주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수년 전 한 고층건물이 들어설 때는 안전문제로 민원이 빗발치자 지하 굴착작업을 포기하고 지상으로만 건물을 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사장과 3m 떨어진 주택에 거주하는 고모(46)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집에서 빗물이 새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고씨는 “이 집에서 5년을 살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다. 목조 천장 틈새로 물이 새기 시작했는데 공사 진동으로 건물 위쪽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사비를 들여서라도 천장을 뜯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진동에 소음이 겹치면서 주변 상권이 마비되고 있다.

이 동네에서 18년째 운영돼 온 K학원은 2월부로 한 층을 폐쇄하기로 했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평소 100여명을 웃돌던 학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남은 인원은 50여명 남짓에 불과하다. 수입이 반 토막 나자 강사 월급도 한 달 치 밀렸다.

고규형(47) 원장은 “배타면 멀미가 나듯이 종일 울리는 진동과 소음에 학생과 강사들이 많이 괴로워한다”며 “겨울방학특강 기간이 한 해의 기틀이 되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몇 달 버티기도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제주시 일도2동에서 18년째 운영돼 온 K학원은 공사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가 2월부로 한 층을 폐쇄하기로 했다. ⓒ뉴스제주

상황이 이런데도 건축허가를 내준 제주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시 건축민원과 관계자는 “민원이 있다고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라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절충을 위한 행정지도를 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사업자인 S업체 대표 임모(50)씨는 “굴착 공법이 돌을 갈아 뜯어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결코 크지 않다. 민원으로 인해 공사기간이 늘어나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가 있다면 이에 대해 보상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암반 굴착작업이 주변 건물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서일교 제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암반 파괴방법이 잘못되거나 너무 가까운 곳에서 굴착작업이 진행될 경우 주변 건물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기본적인 조사를 통해 균열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과 연관성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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