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도의회 농수위 출석 요구에 '일정상' 불가 통보
추경안 심사 설 명절 이전 통과 '위기'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또 다른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며 제1차 추경안 통과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졌다.

원 지사는 중앙 언론지와의 인터뷰에 나서 "도의원들의 지역 민원 예산의 공백이 있을 뿐이지 행정공백은 없다"라거나 "예산개혁이 될 때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12일자 기사로 이날 오전 포털사이트 메인을 장식했다.

이를 접한 제주도의회 의원들은 하나같이 분노를 표했다.

특히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업무보고를 중단시킨 뒤, 임시회 정회를 선포하며 원 지사의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이날 오전 신화역사공원(리조트월드 제주) 착공식 행사 등 일정상의 이유를 들어 출석이 불가함을 통보했다. 이에 농수위는 유선상으로라도 발언의 진의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농수위는 이날 오후 2시 회의를 속개하고 "절차에 따라 공식적으로 원 지사의 출석을 요청한다"고 말한 뒤 임시회를 산회시켰다. 업무보고차 출석한 공무원들은 단 한 마디도 못해보고 모두 돌아갔다.

▲ 박원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위원장(왼쪽)과 허창옥 부위원장. ⓒ뉴스제주

뒤이어 박원철 위원장과 허창옥 부위원장은 도의회 기자실에 들러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도지사의 발언 내용을 알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의회를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 강력하게 성토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에 대한 도지사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도지사의 출석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허창옥 부위원장은 "예산개혁을 두고 원칙의 문제라고 하면서 그 원칙이 무언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은 채 언론에 이런 말을 흘리고 다니는 진의를 대체 모르겠다. 그걸 들어야 향후 의사일정을 논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의회에서 증액하는 것을 두고 관행적 권한이라고 표현하면서 마치 의회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것처럼 보여 이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지사 말대로라면 의원들이 하는 일은 다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없으면 향후 상임위에서 예산 심의나 업무보고 검토 등 모든 일정에 대해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 기자회견 현장. ⓒ뉴스제주

도의회 농수위는 이날 제주도 농수축산식품국과 농업기술원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었다. 현재 구제역과 AI 등의 현안업무가 급한 곳이 있어 축산진흥원과 동물위생시험소로부턴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현장을 살피게 했다.

농수위가 출석 요구를 했지만 사실상 이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지사가 이에 불응하기도 했지만 일정상 오는 13일 어차피 제327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13일 오후 1시에 회의를 열고 의사일정에 관한 사항을 다룰 예정이다. 도정이 의회에 제출한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의사일정을 늘이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본회의가 13일 오후 2시에 개최될 예정이므로, 앞서 의회운영위에서 의사일정을 설 명절 전날인 17일까지로 늘리게 되면 본회의 일정이 이에 맞춰 미뤄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농수위가 이날 원 지사에게 출석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원 지사의 출석 여부를 떠나 도정과 의회 간 갈등이 다시 첨예하게 격화되면서 추경안 심사는 설 명절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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