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초대 차우진 전 사장에 이어 제2대 제주에너지공사 CEO로 취임한 이성구 사장. 그런데 이 사장은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로부터 ‘전문성 함양 부족’이라며 ‘부적격’ 판명을 받았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는 이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사실 이 사장은 인사특위 결과를 접하고 나서 원 지사에게 사장직을 고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뒤 한라산 산행길에 올랐다.

전문가, 한 분야에서 10년 혹은 20년 이상을 일했으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10년, 20년간 만년 대리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보면 단순히 근무기간이 오래돼야 전문가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회사 내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면, 그 분야에서 단 1년만 일했다 할지라도 ‘전문가’라고 칭해도 틀린 건 아니다.

1990년대 말, 이성구(54)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은 당시 행정공무원으로서 일하면서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풍력발전기를 세웠다. 당시, 국내선 풍력발전에 대해 제대로 연구했거나 연구하는 기관 및 단체가 없었기에 이 사장의 이 업적은 놀라운 결과물이 아닐 수가 없다.

이 사장은 평소에도 열역학, 전자기학 등 이론물리학에 굉장히 많은 관심이 있었다고 했다. 과거 1969년 제주시청 앞이 운동장이었던 시절, 도로를 설계한 사람들은 현재처럼 공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아니었다. 이 사장은 “그때엔 공무원들이 직접 공사 계획을 짜고 설계를 해야 했다”며 “풍력발전기를 세웠을 당시, 전부 국비 사업이었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면 모조리 반환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직접 공부하기 시작했었다”고 회고했다.

이 사장은 “그때 그런 경험들이 있었기에 풍력발전기를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제주>는 이성구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뉴스제주

■취임 후 3개월 동안의 짧은 소회를 밝혀 달라.

그 동안 공사의 업무파악과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2015년도 사업계획 수립 및 예산편성, 그 외 중장기 추진전략 수립 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조직 내부의 비능률성을 개선하기 위한 과제들이 있지만 아직 회사운영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므로 적절한 개선점을 찾아 개선할 계획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제주도의 자산인 풍력자원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키워 나갈 방안들에 대해 고민했다.

■사장으로 취임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바는?

우선은 현재 추진 중인 동복·북촌풍력단지 조성공사를 마무리한 후 7월부터 상업운전이 개시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공사가 완공되면 연간 6만 5700MWh의 전력생산과 170억 원 정도의 전력판매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의 사업규모를 현재의 배로 키울 수 있어 안정적인 성장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제주에너지공사 출범이 2012년 7월, 이제 갓 설립된 신생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어떤 곳인가.

제주에너지공사는 지역 내에 산재하고 있는 에너지자원을 개발해 청정에너지를 생산 및 보급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제주의 공기업이다. 이를 통해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도민복지증진에 기여할 뿐 아니라 지역자원을 개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도민들의 주인인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공사에서 추진하는 주된 사업은?

공사가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과 집단에너지 사업, 에너지시설 운영 및 건설사업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우선은 안정적인 성장기반 마련과 탄탄한 수익구조 조성을 위해 수익성이 우수한 육상풍력발전사업의 확장에 주력할 계획이다.

▲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뉴스제주

■지난 12일 제주도내 전력수요가 73.5만Kwh로 다시 최대치를 경신했다. 향후 전력수요는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도내 전력공급능력은 중부와 남부발전 58.3만Kw, 한전 연계선 35Kw, 풍력 및 태양광 등 2.01만Kw으로 총합해 95.31만Kw으로 알고 있다. 최대 수요가 발생하더라도 29% 예비전력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 5년간 전력수요 평균 증가율 4.1%를 감안해도 당분간은 전력수급에 지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탄소 없는 섬, 제주’를 추진하기 위해선 도내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 화력발전소 없이 풍력발전으로만 가능한가?

지난해 도내 전체 소비전력은 약 44억KWh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전력량을 풍력발전에 의한 청정에너지로 공급하기 위해선 제주해변에 5MW급 풍력발전기 287대를 설치해야 공급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하지만 문제는 풍력발전이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이 될 수 없으므로 일정규모의 화력발전이나 전력연계선 또는 충전저장장치 등을 활용한 효율적 이용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경제성 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 586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는 풍력발전 시설을 230MW까지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투자금액 중 374억 원은 동복‧북촌풍력단지 조성의 마무리를 위해 투입될 것이다. 그 외엔 내년도 동복‧북촌풍력단지 확장 및 증설 공사에 필요한 기초조사 등 행정절차 이행과 해상풍력사업의 기초 타당성 조사 용역, 도민에너지 복지 관련 사업 등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2020년까지는 육상에 70MW, 해상에는 100MW를 증설해 전체적으로 230MW 규모의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100M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5500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2017년까지의 영업실적을 토대로 도민 주 공모 또는 상장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제주에너지공사의 기업 가치를 키우고 더 큰 제주를 이루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풍력발전 이외에도 제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천연자원인 태양열이나 조력 등 다른 에너지에 대한 개발 정책 및 비전은?

지열, 조력, 파력 등 도내에 산재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많다. 우선은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므로 경제성이 우수한 풍력사업에 집중할 것이다.

동복·북촌 풍력발전단지 인근에 환경자원센터가 들어서면 생활폐기물 소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열병합발전과 주변 공유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시설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도시개발지역 내 집단에너지 공급사업 등 열관리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 이성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뉴스제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으로 임명하게 된 가장 유력한 동기는 과거의 유명한 실적 때문인 것으로 안다. 풍력발전기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려달라.

1996년도 6월경으로 추측하고 있는데 당시 신구범 전 지사가 풍력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당시 풍력발전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제주의 삼다 중 천덕꾸러기인 바람을 청정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제주가 풍력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제주 enertopia(energy+utopia)로 지역차별화를 기한다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지역 중이 하나로 거듭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저를 풍력발전에 미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 당시 산업자원부와 기획 예산처 관계자들이 제가 일에 미쳐있는 것을 알고, 잘해보라고 격려 해주던 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난해 말 대법원이 풍력발전 지구지정에 도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대법원의 판결내용을 읽어보지 못해서 자세한 의견을 제시하기는 곤란하다. 하지만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통해 느낀 소감을 말한다면 공정성과 능률성의 상충이라 생각한다. 행정의 모든 사항을 도의회의 승인을 받고 행해진다면 공정성 측면에서 이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행정의 모든 사항을 그렇게 한다면 그 일을 다 처리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행정의 공정성과 능률성 중 어느 한쪽에만 치우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

■을미년 새해 한 개인으로서나 공사 사장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30MW 규모의 동북·북촌풍력발전단지 조성 공사를 차질 없이 마무리해 제주에너지공사의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일이다.

■끝으로 도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은?

제주 바람은 청정에너지원으로 제주도민의 재산이다. 제주에너지공사는 바람을 이용한 청정에너지를 생산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지방재정을 확충하겠다. 나아가 도민 복지증진은 물론 지역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성구 사장은 “직원들이 사장에게 ‘이건 아닙니다’라고 할 수 있어야 나보다 나은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서 “하라는 것만 하는 직원은 발전할 수 없다. 그 점을 강조하면서 제주에너지공사가 해야 할 일들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제주 - 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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