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6주년 3.1절... 태극기는 어디에?
올해 96주년 3.1절... 태극기는 어디에?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5.03.0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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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게양률 너무 낮아 '심각' 수준, 그렇다고 해서
시민의식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 과연 타당한가 '논란'
▲ 제주도내 아파트에 내걸린 태극기. ⓒ뉴스제주

2015년, 대한민국이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해다. 올해 3.1절은 96주년이다.

길거리 전봇대 마다 매달린 태극기들을 보면 오늘(3월 1일)이 국가기념일인 것을 실감한다. 서울시는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3월 1일부터 효자동과 청와대 앞길 등 경복궁 주변 1.7km에 걸쳐 태극기를 매달아 '태극기 길'을 조성했다. 총 240여 국기가 24시간 내내 올해 말까지 게양된다.

이러한 시류에 동조하기 위해 전국 곳곳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태극기 달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제주 역시 마찬가지. 각 읍·면·동사무소에선 3.1절을 맞아 가정마다 태극기 달기에 동참하도록 지역주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베란다 창틀에 내걸린 태극기 수를 헤아려만 봐도 얼마나 무관심한지 알 수 있다.

국기 게양률이 저조한 이유는 '그냥 귀찮아서' 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3.1절이 갖는 의미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별 의미없는 행위'로 간주되어서일터다.

이를 두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24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라가 자랑스럽다면 저절로 게양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뉴스제주

게양률 저조엔 정치적 배경이 작용한 부분도 더러 있다.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에선 국기 게양률이 2%대에 머물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새누리당은 이를 시정하고자 '국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명재 의원이 태극기 게양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 때문에 3.1절을 앞두고 지난달 23일 '태극기 게양 법제화'가 뜨거운 논란으로 확산됐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혹은 도덕성을 법적으로 강요)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의원도 지난 24일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태극기는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정부가 태극기 게양을 유도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라며 "국기 게양률을 높이고자 제출했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노 의원은 "정부가 나서서 강제로 태극기를 게양하게 하는 것은 옛 군사정권 시절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힐난하면서 "지난 1993년에 국기게양 꽂이를 강제로 설치하게 한 것도 규제완화 차원에서 없앴는데 이제 와서 다시 강제하는 일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민간의 태극기 게양은 자율적인, 자발적인 의식으로 비롯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각 개인이 어떤 국가관을 갖느냐가 태극기 게양의 유무를 결정짓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이를 강제한다는 건 과거 박정희 대통령 독재정권 유신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자 박 의원은 "물론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며 "관에서 주도한다기 보다는 민간에서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 ⓒ뉴스제주

국민들의 반발은 정부가 국기게양을 의무화하려는 것이 마치 현 박근혜 정권에 충성시키려는 듯한 의도로 비춰지고 있어서다. 지자체가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동조해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에 나서는 것을 두고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태극기 게양을 국민들이 알아서 선택할 문제라고 여기고 게양율 2%대의 시민의식 수준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 또한 정부 입장에선 난감하다. 그렇다고 이를 강제할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오는 4월 국회가 열리면 이 국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심산이어서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 정부의 정책에 반감을 느껴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저해하는 행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이 날 3월 1일은 과거 1919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수많은 순국열사들이 몸 바쳤던 날이기 때문이다.

그 분들의 헌신과 나라사랑이 있었기에 현 시대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므로 국가는 이를 기념하고 국민들이 그러한 과거 선인들의 정신을 기리고자 '법정 국가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태극기는 대한민국국기법에 따라 3.1절(3월 1일)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등 5대 국경일과 현충일(6월 6일), 국군의 날(10월 1일)에 게양된다. 또한 정부가 따로 지정한 날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또는 지방의회의 의결로 정하는 날에 태극기가 게양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며, 심한 눈, 비 또는 바람 등으로 인해 국기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날에는 달지 않는다.

단독주택에서 태극기를 게양할 때는 집 밖에서 볼 때 대문의 중앙이나 왼쪽에 게양하도록 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에선 베란다 창틀 오른쪽(밖에서 볼 때는 왼쪽)에 달도록 돼 있다.

관공서나 공항, 호텔 등엔 연중 태극기가 달려 있다. 국기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청사, 각급 학교와 군부대는 연중 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외 공항이나 호텔, 대형건물, 공원, 경기장 등지에도 가능한 국기를 연중 달아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단, 낮에만 게양한다.

단순히 그저 '빨간 날 = 노는 날'로 여기는 시민들이 많아질수록 그 나라가 여태껏 지탱해왔던 역사적 정체성은 흐려질 수 밖에 없다.

법정공휴일의 의미를 되새겨 태극기를 게양하는 그 의미 자체에 뜻을 기리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충분히 자랑스럽게 여길만하다. 국기 게양을 강제하는 법제화는 오히려 국민의 자존심을 뭉개고 의식수준을 저열하게 만드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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