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 ⓒ뉴스제주
30대까지는 주로 등산을 취미삼았다. 한라산을 200여 회 오르내렸고, 오늘날 한라산 등산로의 첫 개척에 나도 한 몫 한 셈이다.

40대가 되면서 갯가낚시에 취미를 붙여 시간만 있으면 바닷가로 뛰어갔다. 그러나 갯바위낚시도 이내 시들해지고, 50대부터는 배 타고 바다로 나가는 배낚시로 취미가 옮겨갔다.

제주사회의 유지였던 전 상공회의소 회장이신 김덕부사장, 제주 MBC사장이었던 박태훈 사장 등과 어울려 한동안 배낚시 즐겼다.

그 분들과 같이 낚시다니면서 무수한 에피소드를 남겼는데 이제는 두 분 다 세상을 떠나면서 나 혼자 남게 되었다.

주로 초저녁에 배 타고 나가 한치(오징어), 베들레기(돔 새끼)등을 낚았다.

하루는 선장이 ‘내일 아침에 고등어 낚으러 가자,’ 고 제안했다. 고등어 낚시는 미끼도 필요없이 색비닐(빨강, 파랑, 흰색)을 낚시에 묶어 속임수미끼만으로도 낚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고등어 낚시 도구도 없고 기술도 없었으므로 선장에게 내 도구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다음날 아침 배 타고 나가 낚시도구를 건네받고 보니, 내 것은 낚시 5개만 이어져 있고, 선장의 낚시는 30개나 이어져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불공평하게 도구를 만들 수 있냐고 항의했더니 “서툰 사람은 낚시를 많이 묶으면, 고등어를 낚아 올린 후 펄떡거리는 고등어들 때문에 줄이 서로 얽혀버려서 그 줄 푸느라고 내내 낚시를 못합니다.

일단 5개로 시작해서 감당이 되는 수준으로 낚시수를 늘려나가면 됩니다.“ 하고 설명해 주셨고 나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정작 선장은 한꺼번에 서른 마리씩 건져 올리는데, 나는 겨우 다섯 마리씩만 올라오니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도 한꺼번에 많이 낚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나는 나대로 낚시 30개를 묶었다. 그리고 귤을 따서 담아놓는 콘테이너 상자 두 개를 들고 배에 올랐다.

선장이 어둥절해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고등어는 원래 단체로 몰려 다니는 속성, 즉 군인들이 사단이동하듯이 떼로 몰려 다니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떼지어 헤엄치다가 한 놈이 낚시에 걸려 바둥거리면 다른 놈들이 ‘너 혼자 뭐 먹냐?’ 하며 가던 방향을 바꿔 모두가 낚시로 몰려와 물게 되므로, 한 마리 걸렸다 하면 30마리쯤은 한꺼번에 당연히 올라오게 되어있다.

선장은 내 행동에 관심을 갖고 내가 낚시하는 것을 쳐다봤다. 30개묶은 낚시줄을 물속으로 풀어 넣었더니 금방 감각이 왔다.

30마리가 한꺼번에 잡아 끄는 통에 팔에 힘을 주고 버터야 했고, 온 힘을 다해 끌어 올려야만 했다.

처음 에는 무거워서 올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30마리가 일치단결하여 같은 방향으로 잡아 끄는게 아니라 제 각각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잡아당기기 때문에 그 중 일부는 내가 끌어 올리는 방향으로 따라오고 있어 오히려 수월해 질 때도 있었다.

나는 올라온 고등어 낚시에서 떼어내지 않고 바로 콘테이너 속으로 잡아 넣었다. 넓은 배 갚판이 아니라 좁은 콘테이너 안에서만 고등어들이 펄떡이기 때문에 줄이 하나도 얽히지 않았다.

30마리 다 올린 다음에는 끝에 매달린 녀석부터 하나씩 떼어내어 다른 비어있는 콘테이너 속으로 옮겨 집어 넣으니 줄도 하나도 얽히지 않았고 작업동선도 효율적이었다.

선장은 내가 고기잡는 모습을 보더니 “아무래도 대학나온 사람 머리가 우리와 다르우다(다릅니다.), 예.” 하며 감탄했다.

선장은 낚시줄을 30마리가 물었다 해도 올라오는대로 낚시에서 고기를 떼어 내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는 사이 낚시에서 펄떡이다 떨어져 나가 바다로 다시 도망가는 녀석이 4, 5 마리 되었으니, 내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고기 낚는 것도 머리를 써야 많이 낚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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