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건 절반은 CCTV로 결정적 단서 확보"
제주도 민간 제외한 공공 CCTV 5700여대, 더 늘어날 전망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100개의 눈이 달린 거인, 아르고스(Argos)가 돌아왔다. 바로 폐쇄회로(CC)TV다. 까맣고 동그란 현대판 아르고스가 다리를 꼬고 도처에 자리 잡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사람의 하루 평균 CCTV 노출 횟수는 83회에 이른다. 지난 3일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끝이 아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타인에 대한 ‘불신’과 ‘믿음’ 사이의 갈등이 남았다. <뉴스제주>는 CCTV의 빛과 그림자를 점검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CCTV 전쟁, 더 많은 눈을 달아라
(2) 경찰과 용역의 관제학 '꼭꼭 숨어라'
(3)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눈이 필요할까

▲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2층에 위치한 제주도 CCTV통합관제센터에서 직원들이 도내 곳곳에 설치된 공공 CCTV를 24시간 실시간 열람하고 있다. ⓒ뉴스제주

공익의 수단으로 돌아온 CCTV

지난해 12월 27일 새벽 1시18분께 제주시 이도1동의 한 도로에서 길을 건너던 양모(58)씨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 인근 CCTV에 검정색 택시의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수사 대상을 모 회사의 검정색 콜택시 171대로 좁혔다. 이날 밤 10시20분께 경찰의 추궁 전화를 받은 뺑소니범 신모(67)씨는 자수 의사를 밝혔다.

지난 1월 13일 제주시 도남동 축협에서 고객용 책상에 올려놓은 김모(60·여)씨의 현금 10만원이 사라졌다. 경찰은 CCTV를 통해 현금을 훔친 남성의 거래 장면을 포착했다. 당시 거래 내역을 추적한 경찰은 약 한 달여 만에 절도범 김모(53)씨를 잡았다.

CCTV가 각종 사건사고의 해결사로 등장했다.

제주도 CCTV통합관제센터(이하 관제센터)가 경찰에 범죄수사용 영상자료를 제공한 건수는 2013년 403건, 2014년 948건이다. 1년 사이 2배 늘었다. 제공 영상을 통해 사건이 해결된 건수는 2013년 17건, 2014년 33건이다. 민간 CCTV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이 외에 관제센터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자체적으로 각종 사건사고에 대응·예방한 실적은 2013년 1292건, 2014년 2952건에 이른다.

제주동부경찰서 안민탁 형사과장은 “실제 해결되는 사건의 절반 이상이 CCTV에 의해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하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민간 CCTV가 적은 편인데 더 늘어날수록 사건 해결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제주도가 관리하는 CCTV 증가 현황. ⓒ뉴스제주

제주도에 CCTV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것은 2009년이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지역 치안확보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2009년 74대의 방범용 CCTV를 처음 설치했다. 이후 2010년 205대, 2011년 570대, 2012년 996대, 2013년 1854대, 2014년 2595대로 늘어났다.

CCTV가 급증하자 제주도는 2013년 3월 전국 최초로 광역단위 CCTV통합관제센터를 설립했다. 기존 자치경찰이 맡고 있던 CCTV 관리는 모두 이곳으로 이관됐다. 감시 대상은 어린이 보호구역, 도로, 주요 시설물 등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설치한 CCTV 1123대와 제주시 1008대, 서귀포시 894대를 모두 합치면 2015년 현재 도내 공공기관이 설치한 방범용 CCTV는 총 5708대에 이른다. 민간이 설치한 CCTV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불어난다.

고대신 제주도 기획조정실 정보화담당관은 “아동 안전과 청소년 선도, 재난방지 차원에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주민들의 요구가 많은 만큼 예산에 맞춰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제주-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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