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금지약물을 사용한 박태환(26)의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가 막을 내리면서 그동안 관련 내용을 철저히 함구하던 그가 입을 열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FINA는 23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청문회를 열고 박태환에게 자격정지 18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FINA가 징계 시작 시점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처음 도핑 테스트를 받은 9월3일로 소급 적용하면서 박태환은 내년 3월2일까지 선수 자격을 잃게 됐다.

청문회를 끝으로 금지 약물 파동의 큰 불씨를 꺼졌지만 몇 가지 의혹들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장 궁금한 대목은 박태환이 왜 금지약물인 '네비도(Nebido)'에 손을 댔는지와 이 과정에서 고의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7월29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네비도 주사를 처방 받았다. 한 달여 뒤인 9월3일 도핑 테스트를 실시했고 제96회 전국체전이 열린 10월 말 양성 반응을 통보받았다.

10여년 간 국가대표로 활약한 박태환은 지겨울 정도로 많은 도핑 테스트를 소화했다. 검사관들은 장소를 불문하고 불시에 박태환을 찾았다.

아시아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뒤에는 FINA의 특별관리 선수로 등재됐다. 자연스레 도핑 테스트의 빈도가 증가했다. 올해 초까지 박태환은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특별관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박태환은 평소 감기약 복용조차 꺼릴 정도로 도핑을 조심스러워했다. 그런 박태환이 갱년기 치료제인 네비도를, 그것도 주사 처방 받았다는 사실은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네비도에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1종 약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돼 있다. 표지에는 '도핑기구가 정한 금지약물'이라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박태환은 물론 투약한 의사까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 박태환은 네비도 처방 이력이 한 차례였느냐는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초 약물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일각에서는 해당 의사의 발언을 인용해 박태환의 네비도 처방이 최소 한 차례 이상 더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검찰은 박태환의 매니지먼트사인 팀GMP가 고소장에 명시한 지난해 7월29일 투약만을 수사했다. 과거 처방 내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그동안 박태환은 도핑 당사자는 징계가 확정될 때까지 관련 내용을 발설할 수 없다는 FINA 규정에 따라 침묵을 지켜왔다. 지난 1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해당 의사를 검찰에 고소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새어나갈 것을 우려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청문회가 끝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불리한 신체조건과 열악한 환경을 딛고 한국 수영 선수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의 진심 어린 해명을 원하고 있다.

고통스럽겠지만 박태환이 직접 국민들 앞에서 터놓고 이야기 하는 것이 억측들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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