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제주관광, 왜 논란인가] ①
크루즈 선박타고 제주 온 관광객들의 동선 추적기

한 척에 2000명이나 되는 관광객들을 싣고 제주항으로 입도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이 한 해 지날수록 크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38만 명, 지난해엔 59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65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크루즈 선박을 타고 제주를 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도는 이러한 관광객 수용을 위해 400억 원이 넘는 도민 혈세를 투입해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을 짓고 있다. 그런데 이를 통해 들어 온 관광객들이 제주에 와서 면세점 쇼핑만 하고 다시 배타고 돌아간다면? 그동안 숱하게 제기돼 온 이 문제점이 올해 들어선 고쳐졌을까? <뉴스제주>는 크루즈 선박에서 내려 대략 6시간 동안 제주도를 돌아다닌 관광객들의 동선을 쫒아가봤다. [편집자 주]

■ 아래는 글을 싣는 순서.

[1] 크루즈 관광객, 이들은 제주 어느 곳을 다닐까
[1-1] 비와서 그랬다고 치자, 맑은 날에는?

[2] 5∼6시간 동안 제주가 벌어들인 돈은? 면세점 2억 vs 지역경제 500만 원?
[3]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크루즈 관광패턴
[3-1] 제주도의 크루즈 관광정책, 현재 모습은?
[4] 제주도가 제시한 대안, 1. 기항 8시간 미만 '입항제한'... 실효성은?
[4-1] 대안, 2. 도내 지역여행사 참여 시 선석 입항 우선권 부여... 하지만 갈 길이 멀어 

▲ 지난 18일 제주항에 들어 온 마리너 오브 더 시즈(Mariner of the Seas)호에 탑승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 관광에 나서고 있다. ⓒ뉴스제주

# 크루즈 관광객, 이들은 제주 어느 곳을 다닐까?

아침부터 비가 억수로 내렸다.
3월 18일 오전 7시 30분. 8시부터 입항이라 했지만 마리너 오브 더 시즈(Mariner of the Seas)호는 이미 제주항에 정박해 있었다.

이날 제주항에 입항한 크루즈 선박 내 관광객들이 제주에 머무는 시간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이들은 약 5시간 동안 무엇을 하며 제주관광을 즐길까. 크루즈 관광객들의 동선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8시가 넘었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인지 관광객들은 크루즈 선박 밖으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관광버스 기사들만 우산을 쓴 채 삼삼오오 모여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는 것을 보니, 관광 일정이 취소돼 버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듯 보였다.

정류장엔 관광버스만 어림잡아도 약 40여 대. 버스 한 대에 40명 정도가 탑승한다고 계산하면 대략 1600여 명의 관광객이 제주관광을 나선다는 거다. 마리너 오브 더 시즈는 13만 8000톤급의 대형 크루즈 선박으로 정원이 약 3000명이다.

이날은 짙은 해무(海霧, sea fog)가 현재 공사 중인 제주항국제여객터미널의 모습을 가릴 만큼 기상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러면 야외 제주관광의 일정은 취소되고 면세점 쇼핑만 하다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취소될 것 같은 악천후 속에서도 여행사 가이드들은 파란색에 번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관광객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오전 8시 20분, 비가 잦아들었을 무렵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관광객들을 태운 버스가 출발하자 행선지를 쫒았다.

첫 번째 행선지는 A+코스매틱 화장품 매장이었다. 8시 45분에 이곳에 도착했던 이들은 약 40분 간 쇼핑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여전히 굵은 빗방울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던 때라 야외 관광지를 갈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버스가 신제주 방향으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제주신라면세점에 관광객들을 하차시켰다. 이 때가 오전 9시 35분.

신라면세점 주변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언론으로부터 이 문제 때문에 연신 좋은 소리를 듣기 어려웠던 신라면세점 측은 교통흐름을 최대한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50여 명에 이르는 주차요원을 고용했다.

궂은 비 날씨에도 현장에선 20여 명의 주차요원들이 바삐 움직였다. 버스에서 관광객들이 내리면 면세점 인근 버스 정류장으로 유도하거나, 제주시민속오일장 부근에 위치한 주차장으로 이동시켰다. 두 곳 모두 신라면세점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이다.

그랜드호텔 사거리 일대가 늘 그래왔듯이 주차 지옥인 지역이라 한 번 놓쳐버린 버스를 다시 찾아 쫒아 다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날 쇼핑에만 나섰던 관광객들의 다음 행선지가 궁금했지만 더 이상 알아낼 수가 없었다.

▲ 지난 20일에 제주에 입도한 크루즈 관광객들이 신라면세점 쇼핑 후 용연다리 근처를 돌아보고 있다. ⓒ뉴스제주

# 비와서 그랬다고 치자, 맑은 날에는?

그로부터 이틀 뒤 20일에 마리너 오브 더 시즈호와 7만 5000톤급의 코스타 빅토리아호 두 척이 제주항에 입항했다.

마리너 오브 더 시즈호에 승선한 관광객들의 제주 체류 관광시간은 오후 1시부터 8시 반까지, 코스타 빅토리아호에선 오후 2시부터 8시까지가 이날 하루 머무는 시간이다.

다행히 이날 기상상황은 아주 좋았다. 선선한 봄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차를 몰아 제주의 멋있는 해안도로를 달리기에 이보다 더 좋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날씨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크루즈 관광객들은 어디로 갈까.

오후 1시 20분께 제주항에서 출발한 버스 한 대를 뒤쫒았다. 10분 정도 주행한 관광버스는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도착했다. 오후 2시쯤이 되자 박물관 주차장은 관광버스로 만원사례를 이뤘다.

크루즈항에서 출발하기 시작한 대부분의 버스들이 이곳을 향한 것 같았다. 기자가 쫒았던 버스는 오후 2시 15분에 박물관을 나왔다. 그 뒤 도착한 곳은 또 제주신라면세점이었다.

오후 2시 30분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이날 약 1시간 30분 동안 면세점에서 쇼핑을 즐겼다. 그동안 버스는 오일장 뒤편 신라면세점 전용주차장에서 호출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쇼핑을 마친 관광객들을 태운 시각은 오후 4시 10분.

그 다음 행선지는 제주시 용두암 용연다리였다.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용연다리를 한 바퀴 둘러 보고는 용두암 언저리까지 돌고 나왔다. 그러고나서 다시 버스를 탄 이들은 용담 해안도로를 한 바퀴 순회한 뒤 그대로 크루즈 선박으로 귀가했다. 저녁식사는 크루즈 안에서 해결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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