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시스】권혁진 기자 = 금지약물 사용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박태환(26)이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희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수영연맹 이기흥 회장은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박태환이 올림픽 출전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박태환이 올림픽에 참가해 성과를 내면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태환은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테스토스테론 사용 혐의로 자격정지 18개월을 처분 받았다.

징계는 금지약물이 검출된 첫 번째 도핑테스트를 받은 지난해 9월3일부터 소급 적용돼 박태환은 내년 3월2일까지 선수 활동을 할 수 없다.

징계가 끝난다고 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장 5조 6항에 따르면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

내년 3월2일 징계가 끝나더라도 3년이 지나는 2019년 3월2일까지 박태환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의미다. 당연히 8월로 예정된 올림픽 출전은 어렵다. 이 문제는 현재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회장은 현재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시기상 부적절하다"면서 모든 일은 박태환의 진심 어린 사과가 이뤄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누가 봐도 박태환이 극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어떤 결정이 우리 사회에 부합 되는지에 대한 논의의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태환의) 철저한 자기 성찰이 선행돼야한다"고 말했다.

FINA는 이번 청문회에서 박태환에게 2년이 아닌 18개월의 징계를 부여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1종 약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된 선수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청문회에 참관인으로 참석했던 이 회장은 "그동안 박태환이 한국 뿐 아니라 세계수영계에 기여했던 부분이 인정됐다. 장기간 징계를 받을 경우 선수에게 남는 오명 등을 감안해 기회를 주려고 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FINA측에서 약물 사용에 고의성 여부를 어떻게 평가했느냐는 질문에는 "올림피언으로 주사를 맞은 팩트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처벌했다. 내가 볼 때 (고의성 여부는) 완전하게 납득된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박태환이 청문회에서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선수가 직접 이야기를 꺼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청문회장에서의 박태환은 비교적 담담했다. 그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당혹스러워하더라"고 전한 이 회장은 "본인의 입으로 어떻게 주사에 접근하게 됐는지를 소상하게 이야기하고 팬들과 국민들께 진정으로 사과할 것이다. 조만간 연맹과 상의해 자리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도핑에 적발된 또 다른 수영 선수인 김지현(26)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지현은 지난해 금지약물이 함유된 감기약을 복용한 것이 문제가 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로부터 자격정지 2년 처분을 받고 최근 군에 입대했다.

이 회장은 "KADA 결정을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나도 마음이 무겁다"면서 사실상 구제 방법이 없음을 시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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